미국 식품의약청(FDA)이 19일 세계 최초로 유전자 변형(GM) 연어의 식용(食用) 판매를 승인한 뒤 GM 동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우려가 함께 높아졌다. 해외에선 GM 연어 말고도 염소ㆍ토끼ㆍ누에ㆍ모기 등 다양한 GM 동물이 허가를 받아 이용 중이란 사실이 2일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열린 18차 LMO포럼 국제 세미나에서 확인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산하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 주관(주최 LMO포럼 운영위원회, 후원 산업통상자원부)으로 열린 이번 국제 세미나엔 우리나라를 비롯해 캐나다ㆍ영국ㆍ일본ㆍ중국의 GM 동물 개발ㆍ안전성 관련 전문가가 대거 참가했다.
세미나에선 GM 연어를 개발한 회사(아쿠아바운티 테크놀로지)가 속한 캐나다 정부 관계자의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캐나다 해양수산청 생명공학양식규제센터 로버트 데블린 박사는 “GM 연어 섭취에 따른 안전성은 충분히 관리될 수 있다고 여겨진다”며 “이번에 FDA는 ‘아쿠아바운티 테크놀로지’사가 생산한 GM 연어(상품명 ‘아쿠아어드벤티지’) 알의 부화는 캐나다, 양식은 캐나다, 시판은 미국에서 할 수 있도록 허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GM 연어 등 GM 생선에 대한 연구가 30여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데 이로 인한 혜택과 우려가 함께 존재한다”며 “생선의 유전자를 변형시켰을 때 해당 생선의 헤엄 실력ㆍ면역력ㆍ먹이를 구하는 행위ㆍ교배 능력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GM 연어는 현재 불임(不姙) 처리된 상태로, 철저하게 밀폐된 공간에서 양식된다. GM 연어의 양식장 탈출과 번식으로 인한 생태계 교란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다.
데블린 박사는 “GM 생선이 생태계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재 불임 처리가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지만 완벽한 차단막이라고 보긴 힘들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세미나에선 또 모기 매개 감염병인 뎅기열(熱) 발생 위험을 낮추기 위해 개발된 GM 모기가 관심을 끌었다.
영국 옥시텍(Oxitec)사 카밀라 비치 박사(규제총괄 담당)는 “우리 회사가 개발한 GM 모기는 브라질에서 최종 상업화를 위한 마지막 단계에 진입했고, GM 모기의 환경 방출 실험이 이미 여러 차례 실시됐다”고 언급했다.
기능성 GM 실크(silk)를 생산하는 GM 누에를 개발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 국립농업생물자원연구소 나츠오 고모토 박사는 “GM 누에는 현재 밀폐시설에서 사육되고 있다”며 “앞으론 일반 농가에서도 GM 누에를 키울 수 있도록 절차를 밟고 있다”고 전했다.
세미나에선 고가의 의약품을 생산하는 GM 염소ㆍGM 토끼가 FDA의 승인을 받아 판매 중이란 사실도 부각됐다. GM 염소는 항(抗)혈액응고제, GM 토끼는 유전성 혈관부종 치료제를 만들어내는 ‘귀하신 몸’이다. 또 GM 제브라피시(Zebrafish) 등 다양한 GM 형광(螢光) 관상어도 미국ㆍ대만 등에서 허가를 받아 시판 중이다.
중국에선 GM 돼지가 식용으로 허가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중국 옌볜대 인시준 교수는 “‘유전자 가위’(DNA, 즉 유전자를 자르는 효소) 기술을 이용해 마이오스타틴(myostatin) 유전자를 잘라낸 뒤 어미 돼지의 자궁에 다시 집어넣어 돼지 태아를 얻은 데 성공했다”며 “대부분의 척추동물에서 근육의 성장을 막는 마이오스타틴 유전자를 제거하면 덩치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화학과 김진수 교수와 함께 보통 돼지보다 덩치가 큰 고단백ㆍ저지방의 슈퍼돼지(GM 돼지)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마이오스타틴 유전자가 없는 생쥐는 정상 생쥐보다 근육이 두 배 가까이 크기 때문에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se)란 별명이 붙었다.
인 교수는 “(중국에서 개발 중인) GM 돼지는 다른 종(種)의 유전자를 옮겨 끼워 넣는 기존의 GM 방식과는 달리, ‘유전자 교정’(genome editing)을 이용해 유전자의 기능만 바꾼 것이어서 자연적 변이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한편 그동안은 콩ㆍ옥수수ㆍ카놀라ㆍ면화 등 GM 식물의 재배와 판매만 허용돼 왔을 뿐 GM 동물의 식용 판매가 정부의 허가를 받기는 GM 연어가 사상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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