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4대 개혁 가운데 하나가 금융개혁이다.
금융은 경제의 핏줄이요, 없어서는 안되는 인프라로 그 중요성이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금융산업은 하지만 그 자체로 존중받지 못하고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조연에 머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구미 선진국에 이어 이웃나라 중국과 일본을 비롯해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하는 동남아 국가들도 금융산업 육성에 매진하고 있다.
`금융의 삼성전자`가 왜 없느냐는 질문에 최근에 만난 한 금융권 인사는 "우리는 식민지가 없지 않나?"라고 답했다. 생각해 보니 영국,미국,프랑스 같은 서구 선진국은 광활한 식민지를 바탕으로 부를 축적하고 이를 활용하기 위해 세계 곳곳에 금융센터를 설립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나름 일리있는 설명이다.
그럼 국내 금융산업은 식민지 하나 못 만든 조상탓만 하면서 우물 안 개구리로 남아야할까? 정말 길은 없는 것일까?
올해 들어 눈여겨본 해외 핀테크 기업 가운데 `데 지로(DE ZIRO)`라는 기업이 있다. 유럽의 온라인 증권사에서 일하던 젊은이들이 독립해 설립한 온라인 증권사로 이 회사의 모토는 너무나 간단하다. "전 세계 모든 주식을 수수료 없이 매매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살펴보니 `데 지로(www.deziro.com)`는 사용자들에게 광고를 노출시켜 수익을 확보하고 매매서비스는 무료로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미심쩍해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이미 유럽의 투자자들은 역내 주식을 무료로 매매하고 있지만 한국을 포함한 여타 지역에서도 서비스가 가능한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새로운 이메일이 날라왔다. 열어보니 전 세계 500개 주식을 먼저 무료로 매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시작됐다는 내용이었다.
목록을 살펴보니 우리 종목은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한국전력 등 4개가 포함되어 있었다. 다른 종목들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유명기업들로 채워져있다.
`혁신(革新)`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데 지로`가 보여주지 않았는가? `안된다`는 생각이 `안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굳어지고, 혁신은 성공사례 발표 현장에서나 접하는 `남의 일`이 되어버린다.
그 사이 혁신의 혜택은 소비자들에게서 멀어지고 과실은 혁신을 앞세운 해외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다.
`데 지로`를 접한 일반투자자들이 식민지가 없어서 금융산업의 발전이 더디다는 설명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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