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에 거물 조폭들이 최근 대거 수용됐다.
조양은에 이어 김태촌의 후계자나 양아들로 지목된 인물들이 잇따라 검찰에 구속됐기 때문이다.
조폭들은 합법을 가장한 `사업`으로 전략을 바꿔 생존했기에 수사기관의 그물망에 한동안 쉽사리 걸려들지 않았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방식도 진화한 덕에 음습한 곳으로 길게 뻗은 조폭들의 범죄 꼬리가 줄줄이 밟히게 됐다.
최근에는 기업인 원정도박으로 자금을 조달했던 범서방파 계열의 광주 송정리파 조직원들까지 구속됐다.
4일 검찰과 법원 등에 따르면 1975년 이후 국내 폭력조직을 양분했던 `양은이파` 두목 조양은은 서울구치소와 법원을 오가며 2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가짜 선불금 보증서 담보대출 사건으로 2013년 구속기소된 인물이다.
최근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지만, 채무자를 협박하고 폭행한 사건으로 추가 기소된 탓에 미결수 신분이다.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부 심리로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는 백발의 모습으로 무죄를 호소했다.
조양은과 맞수였던 김태촌의 양아들 김모(42)씨도 서울구치소에 수용됐다.
사채로 우량 벤처기업을 인수해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올해 4월 구속기소됐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과거 김태촌 곁에서 범서방파 행동대장으로 활동했다.
김태촌이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알려진 범서방파 고문 나모(49)씨는 6년 전 일어난 범서방파와 칠성파의 흉기 대치극을 주도한 혐의로 최근 구속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범서방파 행동대장 출신인 나씨는 2000년 이후 조직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인물로 전해진다.
김태촌의 사망 후에는 사실상 두목 역할을 하며 조직을 관리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광주 송정리파 조직원들도 최근 줄줄이 서울구치소 신세를 지게 됐다.
이모(39)씨 등이 화장품업체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에게 마카오 원정도박을 시켜준 혐의로 구속됐다.
김태촌, 조양은이 강남 일대를 주름잡던 1970년대에는 두 사람이 서울구치소에서 한방을 쓰며 화해했다는 일화도 있다.
지금은 두목급, 간부급 조폭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나기는 쉽지 않다.
폭력조직 출신 수용자는 엄중 관리 대상자로 지정해서 관리한다. 전담 상담 인력을 배치해 주기적으로 살피기도 한다.
이런 수용자들은 독거를 원칙으로 한다. 부득이하면 혼거를 하지만, 공범이나 같은 조직 등 특수한 배경이 있으면 분산수용한다.
조직이 노출될 가능성과 교정당국의 삼엄한 감시 때문에 변호사 외에 면회를 오는 조직원은 거의 없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런 수용자들은 항상 관심 있게 주시한다. 세력화하는 움직임이 보이거나 위력을 과시하려 하면 분리하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보내는 게 원칙"이라고 전했다.
면회나 접견, 귀휴 등도 철저히 관리한다. 차단시설이 있는 장소에서 접견을 허용하고, 장소를 바꾸기를 원해도 제한적으로 적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