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남기업 특혜 지원 의혹과 관련해 감독기구와 주채권은행 등 채권단에 대한 사정당국의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은행들의 부실기업 지원 행태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괜한 의혹을 사지 않으려는 은행들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가운데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위한 중장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보도에 김정필 기자입니다.
<기자>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성 여신지원 지시와 원칙에서 벗어난 대출 의혹을 받고 있는 금감원과 신한은행 임직원에 대한 줄소환이 임박한 가운데 기업구조조정도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경남기업 문제가 불거지기 전만 해도 은행들은 시장경제 논리보다는 외압과 로비 등 ‘보이지 않는 손’에 휘둘리며 사실상 손해를 보거나 양보하는 식의 관행적 지원을 반복해 왔습니다.
누가 주채권은행이냐, 더 자금이 묶여 있고 회수했느냐 등 이해관계에 따라 대립각을 세워 왔고, 그 때마다 금감원이나 정치권이 압력을 행사하며 지원에 사사건건 개입해 왔지만 최근 양상이 달라진 것입니다.
<인터뷰> 채권은행 관계자“
“예전처럼 (외압·로비) 대놓고 하지는 못할 것이다. 시중은행도 경험이 있쟎아요. 방어 논리가 된다. 경남기업 사례를 봐라. 그만 압박해라. 감독당국·(정치권 외압)등에 방어 논리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채권단 공동관리를 받고 있는 성동조선 지원 협의가 최근 부결된 상황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조선업 등 동종업계에 미칠 영향과 하도급·고용문제 등을 감안해 결국 지원에 나서지 않겠냐던 성동조선 추가 지원과 손실분담에 정부가 지분을 가진 채권은행과 기관마저 등을 돌린 것입니다.
채권은행들은 의혹을 살 여지가 있으면 굳이 나서지 않으려는 분위기이고, 회생 가능성·밸류가 되는 기업만 가려 정상화시키는 등 당분간 시장 논리와 원칙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 역력합니다.
<인터뷰> 채권은행 관계자
“그게 경제논리 시장논리에 맞다. 옥석을 가려 재무적으로는 흔들리지만 경제적 가치가 있는 회사 가려서 살리고 사회 기여, 산업기반 자체가 무너지는 것 방지하고 국민경제 이바지 하고 채권 정상화 시키는 게 워크아웃 기본이지 않느냐”
문제는 경남기업 사태 이후의 여타 대기업 구조조정 처리입니다.
은행권 여신이 적게는 수 백억, 많게는 수 천억원에 달하는 STX와 대한전선 등 30여개 대기업의 구조조정에도 이 같은 원칙과 입장이 반영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시장 논리와 방어 논리, 채권은행간 이해관계, 회생이냐 퇴출이냐를 놓고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결국 기업회생 불가는 물론 순기능인 하도급·협력사 도산 방지, 고용 문제 등 파장이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경남기업 부실 지원 의혹, 외압 문제가 전 금융권과 구조조정의 지형도를 새로 그리고 있는 가운데 자칫 정상적인 기업 회생 지원과 관련 절차·과정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구조조정에 시장논리를 반영하면서도 경제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투명한 행정지도, 부적절한 외압 차단, 채권단간 협의 체계 구축, 도산법·파산법 손질 등 효율적이고 신속한 부실기업의 퇴출과 진입 여건 마련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되는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정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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