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 성우 되기
황보현 지음
도서출판 들녘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젊은 세대에게 성우라는 직업이 가지는 의미는 기성세대와는 많이 다르다. 기성세대가 떠올리는 성우란 주말의 명화에서 외화를 더빙하던 양지운씨, 배한성씨라던가 현재의 자막판 미국 드라마 열풍 전의 더빙 외화 드라마의 전설인 엑스파일을 담당했던 이규화씨, 서혜정씨를 떠올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에게 성우란 애니메이션과 게임을 더빙하며 라디오 진행에 노래까지 잘하는 다재다능한 엔터테이너이다.
이러한 성우의 이미지는 물론 이웃 일본에서 시작된 것이다. 성우로는 최초로 레코드 회사와 전속 계약을 맺고 음반을 발매한, 이제는 살아있는 전설이 된 성우인 하야시바라 메구미 이후로 성우의 활동 영역은 다양해졌고 현재에는 미즈키 나나와 같이 오리콘 챠트 2위까지 오르며 일반적인 의미의 가수로도 크게 성공하고 있는 성우들도 있다. 시이나 헤키루처럼 성우 일이 부업이 되어 아예 전문 음악 아티스트로 전향한 케이스도 있다. 최근 란티스 페스티벌로 방한한 뮤즈와 같이 성우 활동을 겸한 아이돌 활동을 하기도 하며 시라이시 미노루처럼 타고난 입담이 주목을 받아 이제는 전문 MC로 활동하는 인물도 있다.
한국에서도 90년대 공중파 방송에서 최신 일본 애니메이션 방영의 붐이 있었고 최덕희씨, 강수진씨 등의 국내 애니메이션 성우들도 애니메이션 매니아들 사이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바가 있다. 이러한 모습을 보고 자란 한국의 젊은이들은 이제 자신이 성우가 되고 싶어하지만 한국의 성우 환경이라던가 전망,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떻게 하면 성우가 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서적이 놀랍게도 단 하나도 없었다. 일본 관련으로는 ‘목소리로 일하자`, ‘나의 교실에 스즈미야 하루히는 없다`와 같은 작품에서조차 관련 업계의 정보를 상당히 소상하게 얻을 수 있는 반면에 한국은 성우 소재의 작품은 커녕 이를 위한 작은 가이드북 하나 존재하질 않고 있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애니메이션 전문지 월간 뉴타입에서 성우 기획 기사 코너를 담당하며 성우 전문 기자로 이름을 날린 저자 황보현이 전하는 “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 성우되기"는 그래서 성우 지망생들에게는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는 소중한 디딤돌이 되어줄 전망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성우가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은 무엇인지, 다른 선배 성우들은 어째서, 그리고 누구를 동경해서 성우가 되었는지, 일본의 에이전시 시스템과 한국의 성우 협회는 무엇이 다른지, 교육기관은 어떻게 선택해야 하는지, 실제 연기 현장은 어떠한지, 그리고 갈망하던 성우가 되었을 때의 생활은 어떠한지를 자신이 성우가 되고 싶었던 저자의 경험을 되짚어 지망생의 입장에서 소상히 설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