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치아를 뽑아요?"
오랜만에 치과에 갔는데, 아프지도 않고 별 문제도 없는 것 같은 내 이를 갑자기 뽑자고 한다면? 아마 굉장히 당황스러울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증상이 없지만 꼭 발치를 해야 할 상황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는 잘 모르겠지만, 전혀 아픈 증상이 없다고 해도 상황이 심각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간에 문제가 있어도 아무 증상이 없는 것처럼, 신경이 죽어 있는 치아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있어도 본인은 모르는 것입니다.
그럼 어떤 경우 치아를 뽑는 것일까요?
우선 충치가 너무 심한 경우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치주질환, 즉 풍치가 너무 심한 경우입니다. 세 번째는 치아가 수직으로 부러져 파절선이 잇몸하방에 있을 때입니다.
화분 흙 안에 심어져 있는 나무를 생각하고, 나무는 치아, 흙은 뼈라고 생각해 봅시다. 나무를 뽑게 되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나무가 상해서 뽑든지, 나무는 멀쩡하나 흙이 없어져서 뽑든지 둘 중 하나입니다.
첫 번째 경우, 나무가 심하게 부러지거나 썩어서 가지 부분을 넘어 뿌리 부분까지 손상이 왔다면 그 나무는 회복불능의 상태가 된 것이므로 뽑아야 합니다. 치아도 마찬가지로 치아의 머리 부분만 썩거나 파절됐을 때에는 회복이 가능하나, 뿌리 부분에 손상이 왔을 경우는 회복이 힘듭니다.
건물의 상부구조는 멀쩡하나 지하층의 기초 부분에 문제가 생겼다고 이해해도 될 듯합니다.
두 번째로 화분 안의 흙이 없어지면서 나무가 쓰러져 지탱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흙이 없어서 멀쩡한 나무를 뽑아야 합니다. 치아를 둘러싸서 지지하는 뼈가 없어져 버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질환을 풍치라고 하는데, 치아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지탱하는 주위의 뼈가 없어지고 치아가 흔들리면서 결국 뽑아야 합니다. 이런 상태를 계속 방치해 두면 뼈는 점점 더 없어지고, 향후 임플란트도 하기 힘든 상황이 옵니다.
화분 안의 흙이 없어진다면 새로운 나무를 심으려 해도 지탱이 될까요? 당연히 새로운 나무를 심으려 해도 지탱이 되지 않기 때문에 흙을 화분 안에 다시 채워넣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임플란트 시술시 뼈이식을 시행하는 이유라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상황과 아주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고서는 발치를 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심하게 썩거나 치아가 깨졌어도 흙의 상부에 국한되어 있다면, 즉 뿌리부위에 손상이 없다면 치아에 기둥을 세우거나 여러 치아유사 재료로 재생시키는 방법으로 발치를 막을 수 있습니다.
재생이 가능한 경우는 치아를 살리도록 최선을 다해야만 합니다. 임플란트가 아무리 좋아도 자기 치아만 하겠습니까?
하지만 반드시 뽑아야 할 명백한 상황이라면 이 또한 서둘러야 합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뼈의 손실이 가속화되므로 망설임 없이 바로 발치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함부로 뽑는 것도 문제지만, 안 뽑는 것도 문제가 됩니다.
치아의 손상 정도나 잇몸의 소실 정도의 정확한 판단은 엑스레이를 통해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환자의 자가 진단이 아닌 치과에서의 정밀진단이 필수입니다. 또한 발치를 해야 할 상황에는 꼭 서둘러 해야 하므로, 치과에서 이를 뽑자고 할 때 모두 과잉진료일 것이라는 오해가 없었으면 합니다.
대신 믿을 수 있는 병원을 찾아가 정확한 치과의사의 확진을 받고 따르면 될 것이고, 발치 후 임플란트 시술을 우선으로 하지 않고 치아를 보존하려는 원칙을 가진 병원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할 것입니다. (글=오늘안치과 강정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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