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올해 국내 일자리 여건에 적신호가 걸렸습니다. 취업준비생들 더 바짝 조여야 할 것 같습니다. 소식 알아봤습니다.
<앵커> 요새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 데 일자리 여건이 나빠지는 것도 그 때문인 모양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당장 대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서 직원수 300명 이상 대기업 207개를 조사했습니다. 상반기 신규채용계획을 물었는데 64.7%인 134개사가 아직도 채용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올해도 벌써 3월이죠. 상반기도 절반이 다 지나가는데, 아직 상반기 채용계획을 확정한 곳이 10곳가운데 4곳도 안된다는 얘기입니다.
<앵커> 아직까지 계획이 미정이라고 한다면 안뽑는다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절망적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대기업들은 보통 연간 계획에 의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상반기 채용계획이 없다는 점은 채용을 하반기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할 것 같습니다.
채용계획을 확정한 대기업들도 그렇게 희망적인 대답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지난해보다 채용규모를 늘리겠다는 응답은 5.8%에 불과했습니다. 지난해 수준으로 뽑겠다는 응답은 17.9%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보다 덜뽑겠다는 응답은 6.8%, 한명도 안뽑겠다는 곳도 4.8%나 됐습니다.
<앵커> 기업들이 채용을 덜하겠다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겠죠. 어떤 이유들을 들었나요?
<기자> 기업들은 국내외 경기가 나쁘기 때문이라는 응답을 26.4%로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또 회사 내부상황이 나빠졌다는 응답, 정년이 연장되면서 퇴직인원이 줄어 정원관리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23.6%로 뒤를 이었습니다. 통상임금과 같은 인건비가 부담된다는 응답은 6.9%였습니다.
<앵커> 정부가 내년부터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데, 부작용이 없지가 않네요. 확실히 정년이 늘면서 우리 청년들의 취업의 문은 더 좁아지는 결과를 초래하는 모양새군요.
<기자> 그렇죠. 그동안의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는 모습입니다. 기업 절반이상이 회사 내 적정 정원이 있기 때문에 신규채용을 피한다고 꼽았고 국내외 업종경기상황이나 인건비 총액 등도 신규채용 규모를 결정할 때 영향을 준다고 답해서 이런 우려를 더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앵커> 앞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든다는 얘기 많이 하죠. 갈수록 인구가 줄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지다보니 정부도 노년층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가는 것 같은데, 당장 2~30대 청년들의 취업문이 좁아진다는 것은 또다른 사회문제로 야기될 수 있겠군요.
<앵커> 저는 청년들이 이렇게 가난해져서 나중에 노년층을 부양할 수 있는 능력이 될까 걱정이에요. 2030년이 되면 청년 세명이 노인 한명씩을 책임져야 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취업이 이렇게 어려운 청년들이 노년층 부양은커녕 자기 생계를 꾸려나가기도 힘들어지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기자> 청년들의 채용여건을 비롯해서 소득여건을 개선시켜주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취업준비생들 가운데에서도 인문계 생들이 특히 취업에 어려움을 겪었었죠. 이런 추세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응답기업들은 채용인원 가운데 이공계를 선발하겠다는 비중이 평균 59.2%에 달했습니다. 특히 건설에너지업종이나 공기업의 경우에는 이공계 선발비중에 70%가 넘었고, 국내 기업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업분야 역시 이공계 채용비중이 66%나 됐습니다. 반면 문과생을 더 많이 뽑겠다는 업종은 도소매업과 운수업 두 업종뿐이었습니다.
문과생들 가운데서도 여성들의 대기업취업은 더 힘겨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의 신규채용 직원중 여성 선발비중은 23.4%에 그쳤습니다. 4명뽑으면 여성직원이 1명 될까말까인 겁니다.
<앵커> 이유가 예상은 갑니다. 여성 직원들은 뽑아도 결혼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 경력이 단절되니까 차라리 오래 같이 일할 수 있는 남자를 뽑겠다는 것이겠죠.
<앵커> 기업들이 애초에 여성들에 대한 복리후생을 잘 갖추면 될 문제아닌가 싶어요. 임신하고 아이 낳은 후에도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줘야죠. 가만 보면 우리 청년들의 취업문제가 이렇게 여성 모성보호 문제라든지 다양한 노동시장의 문제와 맞물려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옳은 지적입니다. 지난해는 대기업들 가운데에서도 특히 금융권의 채용감소가 두드러졌습니다. 금융권 일자리, 지난해 84만명으로 전년보다 2만4천개나 사라졌습니다. 최근 2년동안 희망퇴직을 통해서 구조조정 칼바람이 계속되고 있는 탓입니다. 올해 역시 고용전망이 그리 밝지는 않습니다. 금융연구원은 올해 금융권 실적은 아주 약간 개선되겠지만 금융권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앵커> 그래도 그동안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던 만큼 금융권은 일반 대기업에 비해서 올해 채용규모가 그나마 좀 낫지 않을까 싶어요.
<기자> 맞습니다. 우리가 민간기업들 가운데서 가장 공공의 성격이 강한 기업군을 금융업종이다 라고 보지 않습니까. 금융권은 정부의 채용의지에 발맞춰서 올해도 고졸채용을 비롯해 채용규모를 적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하지 않겠느냐 하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올해 채용시장에 먹구름이 잔뜩 껴 있다는 얘기 계속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청년들의 채용실태가 열악한 것은 이렇게 기업들이 채용자체를 줄이는 것도 이유가 되지만 채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좋은 일자리,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일자리에 가지 못한다는 점 역시 이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대졸 취업자는 취업자 10명가운데 4명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채용이 된다고 해도 고민이군요. 비정규직이 거의 절반에 달한다는 얘긴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청년들의 소득여건 개선이 병행되어야 한다라고 말씀드린바 있는데, 이렇게 비정규직으로 취업한 청년들의 임금은 정규직으로 취업한 또래에 비해서 절반수준밖에 안됐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어제 내놓은 조사결과입니다.
<앵커> 첫 직장을 비정규직으로 구한다고 해도, 또 정규직으로 잘 전환해서 가면 그나마 좀 나은 것 아닌가 싶은데, 정규직 전환은 잘 되고 있나요? 어떤가요?
<기자> 최근 비정규직 대책 마련에 정부가 열을 올리고 있는 것만 보더라도 정규직 전환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 잘 아실겁니다. 2012년에 첫 직장을 정규직으로 가져간 사람이 61.3%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정규직 비율을 조사하니 65.2%였습니다. 비정규직 가운데 정규직으로 전환된 비율이 4%포인트 남짓밖에 안된다는 얘깁니다.
노사정이 3월에 비정규직 여건을 개선하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안을 내놓기로 했죠. 제대로 된 대안이 나와주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