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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쇄신인가‥금융회사 자율성 ‘확대’ vs 소비자보호 조치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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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10일 발표할 ‘금융감독 쇄신 및 운영 방향’에는 크게 세 가지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첫 번째는 관행적 종합검사 단계적 폐지 등 기존 검사관행을 개선하겠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금융권 보신주의 혁파 등 금융적폐 행위 개선을 위한 전담 조직으로 ‘금융혁신국’을 신설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은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불법 사금융, 불법 채권추심, 꺾기, 보험사기 등 5대 민생침해 불법 금융행위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것입니다.

다른 내용들은 대부분 과거 발표된 감독업무 혁신방안 등에 담긴 내용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금감원이 강조한 세 가지 중점 과제 중 5대 민생침해 불법 금융행위 대응을 제외한 두 가지가 상급기관인 금융위원회의 요구로 마련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금감원이 기술금융과 핀테크 육성 등 창조금융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있는 금융위의 집행기관 노릇을 하는 데 매진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특히 관행적 종합검사와 현장검사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게 우리 금융시장 현실을 감안할 때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금감원 본연의 업무가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형 금융사고에 대한 사전 예방적 기능이 강한 종합검사나 현장검사를 없애는 게 과연 잘하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또 관행적 종합검사를 줄여나가겠다는 공약은 역대 금감원장들이 누차 강조한 단골 메뉴였지만 저축은행 사태나 동양그룹 사태, 개인정보 유출 사건 등 대형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유야무야된 바 있어, 실현 가능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금감원 발표대로라면 앞으로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기능이 크게 축소되는 만큼, 관련 조직과 인력을 어떻게 재배치할 것인지도 숙제로 남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부문 인력들이 금융혁신국이나 금융애로팀 등 새로 만들어지는 조직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라며 “주로 핀테크 지원 업무나 금융적폐 해소를 위한 업무 등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 업무에 최적화된 인력들이 과연 기술금융이나 핀테크 관련 업무를 막힘없이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이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또 금감원이 강조한 기술금융이나 핀테크 지원 기능이 금융회사 입장에선 일부 반가운 측면도 있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비협조적인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다른 이유를 들어 검사나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무언의 압력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번 금융감독 쇄신방안에는 소비자 보호 대책이 일부 담기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금융사고 위험이 높은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서민금융기관들의 건전성 감독과 영업행위 감시를 위한 전담기구 신설이나 금융회사들의 불법 부당한 영업행위로 인한 소비자 피해 예방과 구제를 위한 조치들이 여전히 원론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이들 서민금융기관에 대한 감독 및 검사를 총괄할 부원장보 임명과 전담 조직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이번 쇄신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빠져 있습니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고, 이로 인해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에 대한 기대감도 컸던 상황이었던 만큼, 감독업무 혁신이나 조직개편 방안에 이 같은 내용이 상당부분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하지만 금융회사들의 불법 부당한 영업행위에 대한 금융권역별 검사 조직 신설(금감원내 영업행위 검사 전담조직은 보험영업검사실이 유일) 등 핵심 조치들이 빠져 있고 ‘5대 민생침해 불법 금융행위’에 대한 대응 강화 정도로 소비자보호 조치를 갈음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제재심의 절차 개선도 미진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KB사태로 불거진 제재절차 개선방안은 여전히 구첵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제재심의위원회 구성원들의 권한과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고, 제재심의 결정도 보다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개선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었지만 지금까지 개선된게 전혀 없습니다.

최수현 전 원장 재임 당시 도입된 대심제나 집중심리제 등은 취지는 좋지만 자칫 잘못 운용되면 특정 안건에 제재역량이 집중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세부 조정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관심을 끄는 특정 사안에 대한 제재심의가 수개월씩 지연될 경우, 제재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금융회사들은 제재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수개월씩 정상적인 영업을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입니다.

취임 3개월 째에 접어든 진웅섭 금감원장이 내놓은 금융감독 쇄신 방안에는 침체된 금융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여러 가지 고민들이 담겨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기술금융이나 핀테크 등 창조금융 확산에 매진하고 있는 금융위의 요구에 무조건 협조만 할 게 아니라 적극적인 금융정책 추진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새로운 형태의 금융사고나 소비자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 등)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감독당국 수장으로서의 첫 번째 책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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