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2년 가까이 계속된 현대자동차 통상임금 소송 1심에서 법원이 현대차 노조 통상임금을 일부만 인정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현대차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보도에 문성필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중앙지방법원이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이번 소송은 2013년 3월 현대차 노조 23명이 대표로 상여금과 귀향교통비, 휴가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달라며 제기한 건입니다.
재판부는 현대차 노조 가운데 옛 현대차서비스 출신 조합원에게 지급되는 일할상여금만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옛 현대차서비스 직원에 대해서만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겁니다.
이번 소송 결과는 4만8천명 현대차 노조 조합원에 모두 해당되는 대표소송인데, 이 가운데 5천여명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이 인정됐습니다.
노조의 요구가 모두 받아들여졌다면 현대차가 5조원 이상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이번 판결로 현대차의 예상 부담금은 대폭 줄어들게 됐습니다.
이에 노조는 법원 판결에 반발하며 항소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고, 현대차는 사실상 환영의 뜻을 밝혔습니다.
<인터뷰> 이경훈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장
"노동조합 내부에서 항소에 관한 내용들을 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인터뷰> 이영규 현대차그룹 상무
"이번 판결은 현대자동차 대다수 근로자의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기준점이 됐다는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현대자동차는 재판과 별개로 3월말까지 노조와 함께 가동 중인 `통상임금개선위원회`에서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는 방침입니다.
한국경제TV 문성필입니다.
<앵커>
이번 통상임금 판결에서 사실상 현대차가 승소하면서 경제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전의 노사합의를 무시하는 등 신의 성실원칙을 지키지 않은 점은 또 다른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지수희 기자입니다.
<기자>
경제계는 법원의 이번 판결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전경련은 "대법원이 `고정성` 요건을 명확히 판단함으로써 소송확산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그동안 경제계는 국내 노사관계를 상징하는 현대차가 이번 소송에서 패소했을 경우 다른 사업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했습니다.
경영자총협회도 "그동안 하급심에서 대법원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엇갈린 판결을 내린 것과 달리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명확히 밝힌 이번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우려는 남아 있습니다.
이번 판결에서 일부 근로자들의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함에 따라 경제계는 현장에서 새로운 갈등이 야기 될수 있다고 걱정했습니다.
또 종전의 노사간 합의를 뒤집은 점은 기업에 일방적인 부담과 손해를 입힐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이형준 경총 노동정책본부장
" 현장에서 노사가 합의를 통해서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왔던 기존의 합의부분이 존중 됐야했다. 향후 유사한 통상임금 갈등에서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럽다. 저성장기에 있는 기업들이 향후 인력을 운용하는데 있어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들은 이번 판결에서 `일할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것 조차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입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 재산정이 진행될 경우 완성차회사와 중소 부품업체의 임금격차가 더 심화 될 것"이며 "완성차 업체의 인건비 부담이 협력업체로 전이돼 영세한 중소기업은 고사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한국경제TV 지수희입니다.
<앵커>
오늘 내용 어떤 의미인지 짚어보죠. 산업팀 신인규 기자 나왔습니다. 신 기자. 현대차의 사실상 승소라는데, 왜 그렇습니까?
<기자>
현대차의 사실상 승소라는 평가는 판결문에 적힌 숫자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소송은 23명의 현대차 노조원들이 노조 조합원 전체를 대신한 대표소송입니다.
요약하면 상여금과 휴가비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인데요.
23명 가운데 예전 현대차서비스에서 일한 5명을 제외한 18명의 근로자들은 모두 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다섯명에 대해서도 원래 청구금액 총합 8천만원을 모두 회사가 줘야 한다고 인정한 것이 아니라, 이 가운데 2명에 대해서만 연장수당청구 부분과 퇴직금 중간정산액 청구 부분인 400만원만 줘야 한다고 판결한 겁니다.
조합원 4만7천여명 가운데 이번 판결로 추가 금액을 받을 수 있는 근로자는 과거 현대차서비스 출신 5천여명으로 줄었습니다.
현대차는 이번에 패소할 경우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추가 인건비를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었지만, 이번 판결대로라면 금액은 예상의 100분의 1 이하로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결국 이번 판결로 현대차의 인건비 추가 부담이 크게 줄게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사실상 현대차의 승소라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현대차가 사실상 승소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자>
지금 제가 들고 있는 것이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문인데요, 이 판결문에서 법원이 현대차의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는 내용을 밝힌 결정적인 문장을 잠깐 읽어보겠습니다.
"이 사건 상여금은 지급제외자 규정에 따라 소정근로를 제외하는 외에 일정 근무일수의 충족이라는 추가적이고 불확실한 조건을 성취해야 비로소 지급되므로 고정성이 인정될 수 없다."
말이 좀 어려운데, 쉽게 말해, 현대차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이 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인 고정성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고정성이라는 것은 회사가 주는 돈, 여기서는 상여금이 되겠는데, 이 상여금의 지급여부가 업적이나 성과에 관계 없이 사전에 확정되어 있느냐는 점입니다.
현대차 노사가 합의한 임단협의 상여금 지급조건에는 이런 조항들이 있습니다.
2개월에 한 번씩 주지만, 2개월 동안 15일 미만 근무한 사람은 지급을 제외한다는 내용입니다.
15일 미만 근무한 사람에게 상여금을 주지 않겠다는 말은 곧 상여금을 업적이나 성과와 아무 관계없이 주지는 않겠다는 말로 법원은 해석한 겁니다.
또 하나, 현대차 단체 협약에서 상여금 지급액이 통상임금의 750%라는 조항이 명시돼 있는데, 이렇게 쓴 이유도 노조 측에서 단체협약 시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사실상 제외했기 때문에 넣을 수 있는 문장이라고 법원은 판단했습니다.
<앵커>
이번 판결은 현대차 뿐 아니라 재계가 주목하는 판결이라는데 왜 그렇습니까?
<기자>
이번 판결은 지난 2013년 12월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 상여금이라도 모두가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보여준 판례로 남게 됐습니다.
단일사업장 가운데 가장 큰 곳인 현대자동차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판결은, 기업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충분히 상징성 있는 판결로 재계에 인식이 되겠고요.
세부적으로 봤을 때 이번에 나온 판결은 임단협을 맺을 때 상여금 지급제외조건이 명확히 규정돼 있으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돈이라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만큼 임단협이 중요하다는 얘기로도 받아들여질 수 있겠습니다.
<앵커>
이번 판결로 현대차 자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떻습니까?
<기자>
현대차 노사는 이번 판결과 별개로 오는 3월 31일까지 임금체계와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통해 통상임금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판결 이후 양측의 표정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사측에 힘을 실어준 판결이 임금체계와 통상임금 개선위원회에도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수 없다는 판결이 나온 뒤에 맺어질 합의안이 노조의 원래 안대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현대차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통상임금 뿐 아니라 임금체계 개선을 위한 합리적 해법을 찾는 일에 속도가 더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합리적 해법이라는 것은 직무와 능력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임금피크제, 숙련 단계별 임금제 등인데요.
현대차 노사가 이번 판결 뒤 3월 말에 내놓을 통상임금과 임금체계 개선 합의안이 어떻게 나올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앵커>
신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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