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끼리 왜 이래’가 우리네 청춘들의 아픔과 현실을 대변하며 폭풍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KBS 2TV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속 청년들의 고군분투가 자식 세대를 위로하고 부모 세대의 이해의 폭을 넓히며 세대 간 소통의 창으로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있다.
각기 처한 상황도 위치도 다르지만, 척박한 현실을 뚫고 한 뼘 성장해가는 청춘이라는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 강심(김현주 분), 강재(윤박 분), 달봉(박형식 분) 삼 남매와 은호(서강준 분)가 힘겹게 하루를 살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을 대변하며 보는 이들을 먹먹케 하고 있다.
◎ 강심: "우리도 밖에서 얼마나 힘들고 피곤한지 아세요? 매일 매일이 독립 운동이고 전쟁이에요, 우리한테는."차씨 집안의 장녀인 강심은 절대적 실리주의와 극강의 독신주의로 중무장한 `비서 퀸`으로 대기업 비서실을 빈틈없이 이끌고 있었다. 결혼엔 뜻을 두지 않고 오직 커리어만 바라보며 달려 온 내공 15년차 강심도 귀가 후에는 에너지 방전된 `건어물녀`로 돌아가 지친 다리를 주무르곤 한다.
돌아가신 어머니 기일에도 참석하지 못할 만큼 일 중독인 강심에게 고모 순금(양희경 분)의 타박 서린 말들이 이어지자 강심이 변명하듯 내뱉은 이 한 마디는 자기중심적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일견 완벽해 보이는 당찬 커리어 우먼의 애환을 그대로 담아내어 남성중심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직장인 여성들로부터 무한 공감을 이끌어냈다.
◎ 강재: "나는 혼자니까. 출세한 아버지도 없고 빽 좋은 집안도 없으니까! 어떻게든 내 존재를 증명받기 위해 매 순간 날 추스르고 채찍질해가면서 그렇게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고요."극중 개천에서 용 난 전형적인 케이스인 강재는 차씨 집안의 장남이자 잘 나가는 위암 전문의다. 힘들게 두부를 팔아 삼 남매를 뒷바라지해준 아버지 순봉씨(유동근 분)에게 처음으로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장면에서, 강재는 남들이 우러러보는 위치에 서기까지 저 혼자 얼마나 분투했는지, 집안의 대들보라며 추켜 세워주는 것조차 부담스럽다고 토로한다.
돈도 빽도 없는 출발선에서 돈과 빽까지 갖춘 사람들의 세계로 이 악물고 달려 온 강재는 `어떻게든 보란 듯이 살고 싶은` 욕망과 가족들의 기대 가득한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순전히 노력으로 일궈 낸 성공조차 마음 놓고 즐기지 못하는 강재는 각박한 `신분 사회` 속에서 한계를 체감하는 많은 청춘들의 목소리를 대신하고 있다.
◎ 달봉: "왜 자꾸 안 된다고만 하시는 건데요, 내가 잘할 수 있는지 없는지 기회라도 좀 줘보라고요! 나도 할 수 있다는 거, 아버지만큼 해낼 수 있다는 거 보여드릴 테니까!"자나깨나 사고뭉치, 오나가나 사고뭉치인 차씨 집안 막내 달봉은 능력 대신 열정만 앞서는 청년 백수이다. 마음 속 깊은 곳엔 잘 나가는 형제들처럼 번듯해지고 싶다는 희망이 끓어오르지만, 높은 현실의 벽 앞에서 번번이 주눅 들고 만다.
레스토랑에서 견습 요리사로 재능을 발휘하던 중, 순봉씨가 두부 가게를 팔려고 내놓자 자신의 오랜 꿈은 아버지처럼 되는 것이었음을 깨닫고 가업을 물려받겠다고 과감하게 선언한 달봉. 매사 충동적인 민폐 아들을 못 미더워하는 순봉씨에게 이번만큼은 자신을 믿어달라며 호소하는 달봉의 진심이, 부모의 눈에는 항상 위태위태하고 못미더워 보이는 어린 청춘들의 가슴을 울리며 공감 지수를 한껏 끌어올렸다.
◎ 은호: "엄마가 만족하면 다행이다, 안심한 적은 있었겠죠. 그걸 행복이라고 착각하며 살았던 적도 있었고요."유명 방송인인 엄마 백설희(나영희 분)의 서포트 덕분에 남들이 원하는 것들을 쉽게 이루며 살아온 `엄친아` 은호. 전직 아이돌 스타를 거쳐 레스토랑 사장님이 된 후 무슨 일에든 `적당히, 즐겁게`를 외치며 시큰둥하게 살아가는 듯 보이나, 실은 은수저 물고 태어나게 해준 엄마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으려고 스스로의 꿈을 포기한 채 지내 왔다.
진로, 스펙, 연애 등 아들의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며 모든 것을 코치하려 드는 백설희와 엄마 말을 듣고 손해 본 적은 없었지만 행복한 적도 없었다고 서늘하게 고백하는 은호의 갈등은, 부모의 압력에 장기판의 말처럼 살아가는 동안 자아를 잃어버린 청춘의 고독을 엿보게 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로 아픔을 강요당하거나, 편하게 살려는 나약한 세대라며 비판 받는 청년들은 사실 부모 세대의 젊은 날이 그랬듯 시련에 직면하는 나름의 방식을 터득하고 있다. 시한부 아버지 순봉씨의 독백을 통해 부모 세대의 속내를 드러냈던 `가족끼리 왜 이래`는 무한경쟁과 구직난에 내몰리며 희망조차 `생계형`이 되어 버린 자식 세대의 목소리까지 대변하며 세대 간 공감을 이끌어내 진정한 웰메이드 드라마의 반열에 올랐다.
한편, KBS 2TV의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이래’는 자식들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이 시대의 자식바보 아빠가 이기적인 자식들을 개조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불효소송’을 중심으로, 좌충우돌 차씨 집안의 일상을 통해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웃음과 감동으로 전할 휴먼가족드라마다.
‘가족끼리 왜 이래’ 44회는 오는 17일 저녁 7시 55분에 방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