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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근 칼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작위적 연출? 감독에게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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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사진 = 스틸컷)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기적의 흥행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6일차 5위, 7일차 4위, 8일차 3위 등으로 순위를 높여가더니 이젠 아예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붙박이로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독립 다큐멘터리가 이렇게 헐리우드 대작과 국내 흥행작들을 모두 누르고 흥행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건국 이래 최초인 사태라고 할 만하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흥행엔 노부부가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이 주는 재미와 행복감도 큰 몫을 했다. 만약 우울한 화면만 90분 가까이 이어졌다면 관객이 부담스러워 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바로 그 알콩달콩 사는 모습이 작위적 연출 아니냐고 의심하는 시선이 있다.

나부터도 개인적으로 극장에서 처음 이 영화를 봤을 때 노부부가 눈싸움, 낙엽싸움 등 아이들처럼 장난치는 모습이라든가 한복을 곱게 맞춰 입고 길을 나서는 모습 등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꼈었다. 그렇게 ‘예쁘게’ 사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을 현실에서 별로 보지 못한 탓이다.

사실 이런 류의 작품이 주는 감동은 그것이 리얼이라는 데에 크게 의존한다. 만약 작위적인 연출로 밝혀지면 관객이 배신감을 느끼면서 작품흥행에 큰 타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연출 여부는 상당히 중요한 사안이다.

그래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의 진모영 감독을 만났을 때 “연출이 아니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진 감독은 “전혀 연출하지 않았다”며 “100% 실제 모습이다”고 알려왔다. 영화 속의 할아버지는 원래 그렇게 장난을 잘 치는 분이라고 한다. 그나마 영화 속에 나온 장난은 수위가 낮은 편이고, 젊었을 때에는 훨씬 짓궂게 장난을 치셨다고 한다.

▲ 다큐멘터리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사진 = 스틸컷)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두 내외가 한복을 맞춰 입고 사는 모습도 촬영을 위한 설정이 아니라 실제 생활상이라고 한다.

나를 비롯해 의심했던 사람들은 도시의 삭박한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서 이 영화처럼 푸근한 삶을 도저히 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었다보다. 나는 심지어 마지막에 그림처럼 설경이 펼쳐진 것도, 혹시 일부러 눈 올 때를 기다려 촬영한 것이 아닌가 의심했었는데 진 감독은 아니라고 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즈음에 정말 우연히 눈이 내려 쌓였다는 것이다. 하늘마저 이 영화의 그림을 도와준 것 같다.

조용히 입소문이 퍼져가며 다큐멘터리 치고는 기적적인 흥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아직도 관람을 주저하는 사람들이 많다. 명작, 인디, 독립 다큐멘터리, 이런 영화들은 아무래도 너무 무거울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이다. 오락영화들은 가볍게 2시간 정도를 보낼 수 있다는 기대에 부담 없이 관람에 나서는 반면, 명작영화를 선택하기 위해선 매우 힘든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 분위기가 이 영화 관람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일 것이다.

전혀 그런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감동적이고 눈물도 나지만 결코 무겁고 우울한 작품이 아니다. 혹시 작위적 연출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노부부가 알콩달콩 그림처럼 사는 모습이 웃음, 재미와 함께 행복감까지 주는 작품이다. 눈물도 행복한 여운이 남는 눈물이다. 정말 가볍게 볼 수 있는 소품인데, 이 점이 ‘워낭소리’ 때와 다른 대목이다.

3포세대, 늦은 결혼, 황혼 이혼 등 나 홀로 가구의 고독이 급증하는 세태에, 이 영화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노부부가 수십여년 간 습관처럼 이어온 사랑의 표현도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연인과 함께 혹은 부모님과 함께 부담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하재근 문화평론가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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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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