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한 방을 느낀 영화였다.
‘국제시장’. 이름만 들어도 친숙한 동네다. 부산이 고향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사람에게 국제시장이란 곳은 시끌벅적하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장소로 기억된다. 1950년, 피난민들이 만들어서 완성된 시장으로 기억되는 그곳에서 먹먹한 이야기가 시작됐다.
24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영화 ‘국제시장’(감독 윤제균,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영화 ‘국제시장’은 ‘괜찮다’ 웃어 보이고 ‘다행이다’ 눈물 훔치며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5년 전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해운대’에 이어 윤제균 감독의 신작이기도 한 ‘국제시장’은 1950년 6.25 전쟁부터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전쟁, 이산가족 찾기 등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굵직한 사건들을 다뤘다.
이날 윤제균 감독은 “지금 시대가 신세대, 구세대로 나뉘어져 있는 거 같다. 젊은 세대에게 이 영화를 통해 어르신들, 부모님 세대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고 부모님 세대들은 옛날 생각도 나면서 젊은 세대들에 대한 배려, 신세대와 구세대가 조금 더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 만들게 됐다”며 ‘국제시장’을 만들게 된 이유를 밝혔다.
더욱 눈길을 끈 것은 ‘국제시장’에는 대한민국 현대사가 담겨 있다는 것. 이에 대해 “시대별로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온 대표적인 시간들을 표현하고 싶었다. 2시간이라는 시간 내에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많은 의미를 담은 전쟁, 광부와 간호사, 베트남 참전, 이산가족 찾기를 메인으로 그려냈다. 물론 쉽지 않았다”며 기획 당시보다 우리의 현대사가 치열하고 슬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이날 시사회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김윤진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시사회 등장 이후 “많이 울어서 화장실로 가 화장을 고치고 왔다”고 말했지만, 윤제균 감독님의 아버지와 어버니 성함이 ‘국제시장’ 속 주인공 덕수와 영자라는 말에 또 한 번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만큼 ‘국제시장’은 부모님 세대, 더 나아가 어르신들의 과거를 떠올리며 가슴 한 구석을 적적하게 만들었다.
영화 ‘국제시장’은 현대사를 돌이켜 볼 수 있는 작품이었지만 배우 황정민, 김윤진의 연기 또한 단연 빛났다. 20대부터 70대까지. 분장을 해가며 열연했고, 오달수 역시 젊은 시절부터 70대까지 덕수 옆에 있는 단짝 친구로 등장하면서 배우로서 큰 도전을 했다.
시사회 말미 오달수는 “영화 촬영이 끝날 무렵, 감독님에게 진지하게 ‘캐스팅해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부모님 세대에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고, 배우 김윤진 역시 “‘국제시장’에 캐스팅된 게 감사하고, 행복했다. 이런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자랑스럽다”고 말해 올 겨울 현대사를 돌이켜보며 부모님 세대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영화라고 자부했다.
한편 영화 ‘국제시장’은 과거 피란민들의 삶의 터전이나 현재까지 서민들이 서로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일상의 소박한 꿈과 희망이 움트는 공간인 부산 국제시장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그려냈다. 황정민, 김윤진, 정진영, 장영남, 오달수, 라미란, 김슬기 등이 출연. ‘해운대’ 윤제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12월 17일 개봉 예정. 러닝타임 126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