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 2006년 금융기관의 사회적책임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UN 주도의 사회적책임투자원칙, UN PRI가 공식 출범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민연금을 비롯해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가 대거 가입했는데, 불과 10년도 안 돼 3분의 2가 이 선언을 탈퇴했습니다.
자산운용사들은 유행처럼 책임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니 슬그머니 발을 빼버린 겁니다.
김종학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금융기관이 부도덕한 기업 대신 환경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이른바 착한기업에 투자하겠다는 선언이 UN 사회적책임투자원칙입니다.
2006년 이후 현재 전세계 연기금 280여곳, 자산운용사 840곳이 가입돼 있는데, 천 곳이 넘는 사회적책임투자 기관 중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겨우 6곳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는 NH-CA, 알리안츠,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해 2009년 국민연금 등 가입기관이 한때 15곳에 달했지만 지금은 절반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국민연금과 연구기관을 제외하면 민간 투자회사로 불릴 만한 곳은 NH-CA자산운용과 MBK파트너스 두 곳 뿐입니다.
<전화 인터뷰> 이진영 NH-CA 자산운용 팀장
"사회적책임투자가 투자 전략일 수 있지만 철학에 가깝습니다. 단기성과보다는 기업의 중장기적 가능성 이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입니다"
UN 책임투자원칙은 연간 회비가 우리돈 천300만 원 정도로 비용 부담이 있는데다, 이렇다할 혜택은 없이 6가지 책임투자 원칙과 35가지 의무사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각국 금융기관들은 당장 수익이 나지 않더라도 미래를 보고 사회적책임투자에 동참하는 건데,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국내 자산운용업계엔 그저 비용으로만 인식되는 겁니다.
<전화 인터뷰> 자산운용업계 관계자
"흐지부지 없어진 것 같습니다. 사회적기업에 투자하는 원칙도 있어 했는데, 하고보니 돈들어가고 유명무실 하니 않하는 거죠..."
운용업계가 사회적책임투자 원칙을 포기한 대가는 펀드 운용과정과 수익률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착한기업에만 투자한다던 사회책임투자펀드는 편입 자산 상당수가 대형 우량주이거나 심지어 담배회사가 포함되는 등 본래 취지가 무색할 정도입니다.
운용 성과마저 저조해 관련 펀드 절반 이상이 자투리펀드이고, 25개 펀드 가운데 최근 1년간 16개 펀드가 손실을 입었습니다.
긴 불황에 허덕이는 자산운용업계가 운용철학 부재와 일관성없는 투자를 반복하는 사이 기업의 책임투자를 유도하는 것은 물론 펀드 투자에 대한 신뢰마저 잃어버릴 처지에 놓였습니다.
한국경제TV 김종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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