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경제TV 기획시리즈 `국민연금이 불안하다`
오늘 네번째 시간입니다.
그 동안 세계 최하 수준의 수익률과 애먼 투자처, 계약직으로 구성된 운용인력 등의 문제점이 지적됐는데요.
이 같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에 대한 논란은 모두 지배구조로 귀결됩니다.
전문성은 찾아볼 수 없고, 독립성 역시 보장되지 못한다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해외 선진국들은 어떻게 공적연기금을 운용하고 있을까요?
조연 기자입니다.
[조연R..후진적 지배구조‥독립·전문성 보강 `시급`]
<앵커>
취재기자와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죠.
증권팀 조연 기자 나와있습니다.
조 기자, 먼저 국민연금 기금운용이 갖고 있는 문제들은 모두 지배구조로 결론난다고 했는데,
도대체 지배구조가 어떻길래 문제가 되는건가요?
<기자>
국민연금과 해외 공적연기금의 지배구조 차이는 크게 전문성과 독립성으로 대두됩니다.
우리나라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체제는 1988년 제도 시행 당시 만들어진 모습 그대로입니다.
국민연금 사업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관하고 있고, 기금에 대한 책임 소재 역시 복지부 장관에게 있는데요.
이 아래 기금운용위원회라는 최고의사결정기구가 있습니다.
여기서 기본적인 운용지침을 비롯해 중기자산배분 목표를 결정하는 만큼, 무엇보다 전문성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이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원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전문성 보다는 대표성으로 선정된 구성원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정부위원에는 기재부, 산업통상부 등 각 부처 차관이 포함되어 있고, 사용자 대표로는 경총, 중기중앙회, 전경련 등이, 근로자 대표로는 한노총, 민노총 등이 위촉되어 있습니다.
그 외 지역가입자 대표, 관계 전문가 등 총 20명이 있는데 이 중 금융자산 운용에 대한 전문 인력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 부분이 글로벌 공적 연기금과의 가장 큰 차이였는데요.
실무집행기구 뿐 아니라 의사결정기구에 자산운용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오랜기간 이어져왔죠.
또 하나의 문제점은 바로 독립성입니다.
국민연금공단이나 기금운용본부가 사실상 보건복지부 산하에 있는 구조입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이사장 후보를 추천하고, 기금운용본부장은 이사장이 선임하는 등, 이렇다보니 국민연금 이사장이나 기금운용본부장 모두 영향력이 제한적입니다.
특히 기금운용본부장은 임기도 3년으로 짧은데다, 대부분 이마저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보니 기금운용의 중장기적인 청사진이라는 것이 나올 수 없는 형편인 것이죠.
<앵커2>
앞서 리포트에서 해외 사례, 특히 일본 GPIF의 개편 움직임을 살펴봤습니다.
일본공적연금펀드하면 사실 가장 보수적인 기금 운용으로 유명하죠.
이번 개혁을 기점으로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해외 공적연기금들의 지배구조는 어떤지 궁금하다.
<기자>
흔히 국민연금을 해외 공적연기금과 비교하면, 비슷한 성격의 연기금, 일본의 GPIF와 캐나다의 CPP, 그리고 네덜란드의 ABP 등을 비교대상으로 꼽습니다.
아무래도 국부펀드들은 성격이 달라 이번 비교대상에서는 제외를 했는데요.
투자 성향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일본 GPIF가 가장 보수적이고, 캐나다 CPP가 가장 공격적, 우리와 비슷한 규모의 네덜란드 ABP는 국민연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CPP와 ABP는 모두 기금을 운용하는 기구를 별도로 두고 있고(CPPIB, APG), GPIF 역시 이번 개편에서 운용기구 독립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도 CPP 사례를 설명드리고자 하는데요.
캐나다 국민연금인 CPP는 지난 1995년에 `20년 뒤 기금 고갈` 위기가 불거졌었습니다.
그런데 그 2015년이 바로 내년으로 다가왔지만, 기금이 고갈되지 않았을뿐 더러 현재 글로벌 연기금 중 수익률 최상위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변화할 수 있었던 것은 위기가 불거진 이후 재빠르게 체질 개선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CPP는 1997년 CPPIB(CPP Investment Board)를 분리, 정부로부터 완전히 독립되는 운용기구를 만들었는데요.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전문 운용인력을 대거 고용하고, 보상도 민간 운용사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맞춰 그야말로 철저하게 수익률을 높이도록 했습니다.
물론 이를 반대로 풀이하면 효율성만 극단적으로 강조한 케이스여서, 그만큼 위험도도 높고 비용도 만만찮아 "성공한 개혁이다"라고 결론 내리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해외 선진사례라고 해서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실정에 맞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겠죠.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기금 운용기구를 분리하는 움직임에서 한국만 뒤쳐져 있는 현실입니다.
<앵커3>
국민연금 지배구조 관련 이슈는 국민연금기금 본질에 대한 논쟁으로 확대됩니다.
전문성, 독립성 만큼이나 대표성, 공공성도 중요하지 않습니까?
<기자>
맞습니다.
전 국민의 의무가입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효율성과 독립성만 강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비효율적으로 운용되는 것에 안주해서도 안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인데요.
국민연금의 가장 큰 문제는 근본적인 목표가 수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기금을 만든 목적이 있어야 그 목적에 맞게 운영이 되는지 평가를 할 수 있고, 또 그에 따라 허용 위험한도나 목표 수익률을 책정할 수 있을텐데,
현재 국민연금 기금운용에는 그런 로드맵 자체가 없습니다.
"그냥 주어진 환경 속에서 최대한 잘해봐라"라는 식인데요.
그러다보니 안정적으로만 운영하려고 하고,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사이 정치적 의도에 따라 수익률이 나지도 않는 곳에 돈이 묶이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는 안정적인 것이 아니라 점점 돈을 잃어가고 있는 것에 불과한데요.
과연 국민연금 기금의 근본적인 성격이 가입자의 자산인지, 사회적 복지자본인지부터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봅니다.
많은 이견이 있지만, 지금 시점에서 바람직한 지배구조와 운용목표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라는 것 만큼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앵커4>
최근 국회에서나 정부에서도 국민연금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논의 시작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사실 국민연금 기금 지배구조 개편은 이미 2008년부터 논의가 시작돼 정부도 개편안을 준비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국회에 수년째 잠자고 있는 안들도 있는데요.
이 중 하나가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의 국민연금기금운용공사 설립 및 위원회 전문화·상설화·독립화 입니다. (2012년 발의했는데 번번이 우선순위에 밀리며 아직도 소관 소위 상정되지 못한 실정)
만약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된다면 기금운용이 독립되고, 또 기금위는 가입자 대표들이 추천하는 민간 금융투자 전문가들로 구성될 전망입니다.
자산배분, 투자실행, 위험관리 등이 정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 질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실제 이번 취재를 하다보니 최근 국회와 정부 모두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스터디를 다시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앞서 이달 초 최경환 장관이 공식성상에서 국민연금 기금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죠.
당시 최 장관은 "운용본부를 쪼개지 않더라도 개선과 관련된 방안을 폭넓게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조만간 국회를 시발점으로 정부도 본격적인 개편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조 기자,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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