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20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국제 전기 통신엽합(ITU)전권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국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우리나라도 에볼라 발병지역에 직접 의료진을 파견해 진료에 나서는 등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태 진화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일 부산에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전 세계 193개국 정보통신 분야 장관급 인사와 책임자 등 모두 3000여명이 참가한다.
국제적인 행사가 국내에서 열리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관리대상국에 포함된 에볼라 발생국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도 28명이 부산을 방문한다.
또 현재 WHO 관리대상국에선 제외돼 있지만 에볼라 발병국인 세네갈, 나이지리아, 콩고민주공화국 등의 국가 관계자들도 141명이나 참가한다. 결국 3000여명의 ITU 회의 참석자 가운데 무려 169명이 에볼라 발생국에서 오는 셈이다. 이에 부산이 에볼라 바이러스 비상이 걸렸다.
이에 대비책으로 보건복지부는 16일 부산시와 함께 해운대 벡스코(Bexco) 행사장에서 에볼라 대응 모의훈련을 진행했다.
ITU 전권회의 개막 전에 에볼라 바이러스 대응태세를 점검하는 사실상 마지막 훈련이다.
이번 훈련에서 보건당국과 지자체는 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에볼라 발병국 참가자 가운데 고열 환자가 발견된 상황을 가정하고, 발열 감시부터 환자 확인·이송·격리 입원·치료 과정 점검했다.
복지부는 앞서 15일에도 미래창조과학부·부산시·부산시 보건소·거점 의료기관·지역 의사협회 및 약사협회 등과 잇달아 회의를 열어 에볼라 관련 준비·협조 사항들을 논의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행사 기간 발병국 참가자에 대해 최소 하루 두 번씩 직접 대면, 발열 여부를 확인하고 동선을 확인할 것"이라며 "또 공식 행사 이외 가능한 외부 출입 자제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복지부는 내국인도 3개국(기니·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방문 후 21일안에 내열이 나는 등 의심 증상이 발견되면, 에볼라핫라인(☎043-719-7777)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열 감시 체계가 강제성이 없고, 외출도 `자제 요청` 수준이어서 바이러스의 전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도 에볼라 발병지역에 직접 의료진을 파견해 진료에 나서는 등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사태 진화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막한 제10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전체회의에 참석, "한국은 여러 나라로 확산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 데 이어 보건인력을 파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으로 관계부처들이 구체적 파견 지역과 규모 등을 결정하겠지만,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10여명의 의사·간호사·검사요원 등 의료 전문인력을 에볼라 출혈열이 유행하는 아프리카 지역으로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라이베리아·시에라리온 등 서아프리카 에볼라 발병국에서 현재 미국·영국 등이 에볼라 전문병원을 세우는 등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들 현지 의료진에 합류해 협력하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물론 이 경우 파견된 우리 의료 인력들은 선진국·세계보건기구(WHO) 의료진들과 마찬가지로 보호장비를 완전히 갖춘 채 환자를 직접 진료하게 된다.
앞서 지난 8월 정부는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관·국립중앙의료원 소속 감염내과 전문의·외교부 직원 등 4명으로 에볼라 대응팀을 나이지리아에 보낸 바 있지만, 이들의 활동은 단순히 교민 보호차원에서 현지 의료수준 등을 점검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비해 이번 의료진은 실제로 교민이나 현지인을 치료하며 에볼라 확산을 막는데 투입된다는 점에서 한 차원 높은 단계의 파견이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이번 파견에서는 보건당국 소속 역학조사관들이 관리·조사 등 주로 행정적 업무를 처리하고, 진료 인력은 대부분 민간 의사·간호사 등 가운데 자원자를 중심으로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이번 파견 결정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인도적 책임 실행, 첫 의료진 해외 파견을 통한 선진 감염병 대응 매뉴얼 습득, 교민 감염시 국제적 도움 등의 측면에 큰 의미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국내 의료진의 대처 역량이 뚜렷하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무엇보다 크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사실상 지금까지 해외에서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우리나라는 한 번도 현지로 나가 대응한 적이 없다"며 "군대로 치자면 파병 경험이 없어 전투력을 기를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이라고 비유했다. 이번 파견으로 선진국 의료진의 매뉴얼 등 감염병 대응 관련 노하우를 배울 수 있다는 얘기이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앞서 1994년 10월 인도에 페스트가 발병했을 당시 한국대사관 요청으로 인도에 의료진을 급파한 적이 있었지만, 의료진 규모가 작았을 뿐더러 현지 교민과 여행자를 검사하는 정도의 활동에 그쳤다.
보건당국 관계자는 "10명이 넘는 팀 단위의 의료진을, 국제 사회의 요청을 받아, 다른 대륙으로 보내 직접 진료에 나선다는 점에서 사실상 우리나라 최초의 본격적인 해외 의료진 파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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