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호가 살인마로 완벽 변신했다.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점점 무섭게 변해갔다. 어두운 맨홀 속에서 홀로 살면서, 그곳으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을 초대해 싸늘한 죽음을 맛보게 했다. 어떤 이유에서 잔인한 살인마가 되었을까.
오늘(25일)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영화 ‘맨홀’ 언론 시사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맨홀’ 출연 배우인 정경호, 정유미, 김새론과 신재영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맨홀’은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아버지에 의해 가족들을 잃은 수철(정경호 분)이 가족, 그리고 사람들에게 소외받은 분을 살인으로 푸는 이야기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밟고 지나가는 깊은 맨홀에서 솔로 살면서 잔인한 살인을 계획, 죽인 사람들의 사진을 오려 자신만의 가족 사진을 만들어 간다.
이날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맨홀’에서 수철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살인마였지만, 그에게도 아픈 사연은 존재했다. 수철 역을 맡은 정경호는 “수철이라는 인물이 왜 사람들을 납치하는지, 나쁜 짓을 하는 게 타당한 건지 이유를 얻고 싶었다.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자기만의 가족사진을 만들기 위해 납치를 선택하는데, 나쁜 사람이지만 이러한 행동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살인은 분명 나쁜 행위이지만, 버림받은 외톨이의 행동이 궁금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맨홀’에서 정경호가 맡은 수철은 수많은 사람들을 다양한 방법으로, 가장 잔인하게 죽인다. 실제 맨홀이 아닌 세트장에서 촬영했지만 정경호는 “욕조 안에서 아가씨를 죽인다. 기분이 참 이상했다. 욕조 아가씨를 치는데 짧은 장면이었지만 실제 촬영은 길었다. 진짜 죽이는 게 아닌데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 죽어도 못 하겠더라”라며 비록 연기이지만 감정 몰입을 한 나머지,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 역할은 감정적으로 정말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만큼 정경호는 수철이라는 인물에 이입된 것이다. ‘맨홀’을 연출한 신재영 감독은 “배우 정경호는 보이는 것 보다 털털하다. 이야기를 하면 털털함 속에 여린 감성이 묻어난다. 이 사람이 어쩌면 정말 외로울 수 있구나 싶었고, 강하게 연기하지만 내적으로 슬픈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며 살인마라는 잔인하고 무서운 캐릭터이지만 제대로 소화를 한 정경호에게 만족감, 그리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영화 ‘맨홀’은 거미줄처럼 얽혀버린 지하세계. 맨홀을 지배하는 정체불명의 남자와 그 속으로 납치된 자들의 목숨을 건 생존 게임을 그린 도심공포스릴러. 평화로운 일상의 발 밑,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어두운 맨홀에서 살기 위해 도망치는 사람들과 정체불명의 존재가 벌이는 숨 막히는 추격전을 그려냈다.
한편 지난 2009년 단편 ‘정서적 싸움3-감성적 싸움 전초전’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 4만 번의 구타 부문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하며 주목 받은 신재영 감독이 ‘맨홀’로 첫 장편 영화에 도전했다. 오는 10월 8일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