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도 바람도 그의 열정을 멈출 수는 없었다.
가수 이승철이 광복절 하루 전날인 지난 8월 14일 탈북청년합창단과 독도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동행취재에 나섰다.
14일 오전 8시 동해시 묵호항을 출항해 울릉도로 향하는 배에 몸을 실었다. 울릉도까지 예상 소요시간은 4시간. 항만을 벗어나자 배가 좌우로 심하게 흔들렸다. 흩날리는 비와 바람으로 바다상황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울릉도를 출발하며 ‘이런 기상으로 독도 공연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울릉도가 시야에 들어온다. 정오쯤 울릉도에 도착,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미리 예정된 행정선으로 갈아타고 오후 1시 울릉도를 출발, 독도로 향했다.
독도로 향하는 배 안에서는 이승철과 40명의 탈북합창단이 남과 북이 이념을 떠나 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인 독도에서 뜻 깊은 행사를 갖는다는 생각에 흐뭇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더불어 비장함도 느껴졌다.
2시간 30분 정도가 흐른 후 뿌연 수평선에 희미한 한 점 독도가 어렴풋이 눈에 들어온다. 난생처음 보는 우리의 땅 독도, 배가 앞으로 다가갈수록 섬의 윤곽은 더욱 또렷해졌다.
기암절벽이 어우러진 참으로 아름다운 섬, 섬 정상에 펄럭이는 태극기가 누가 뭐래도 이곳이 대한민국 땅임을 대외에 확인시켜주고 있었다.
오후 3시 30분 드디어 독도에 내렸다. 마중 나온 경비대원들이 경례를 하며 반겼다. 선착장에서 바라보는 독도는 선상에서 바라볼 때와 또 달랐다. 불끈 솟아오른 동도와 서도, 마치 숨을 쉬는 것 같았다. 촛대바위, 삼형제굴바위, 군함바위, 숫돌바위 등 생김새에 따라 이름이 붙여진 바위는 누가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신기하기만 했다.
기자가 독도의 비경에 넋이 나가 있는 사이 이승철과 탈북청년합창단은 독도 선착장에 공연 무대를 세우며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공연 준비를 마치고 공연이 시작되자 부슬부슬 내리던 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멈췄고 공연의 열기는 식을 줄 몰랐다.
이번 독도 콘서트에서는 이승철이 지휘를 맡아 탈북청년합창단, 오케스트라 그리고 피아노 연주까지 어우러져 통일송 ‘그날에...’를 공개하고, 가요 ‘홀로 아리랑‘을 합창하는 특별한 발표회를 개최했다.
‘홀로 아리랑’과 ‘그날에...’를 부른 탈북청년합창단은 독도에서 통일송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가슴 벅찬 장면을 연출했다. 이승철 또한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승철과 탈북청년합창단의 함께한 목소리가 독도의 아름다운 비경을 타고 전세계로 퍼져 나가는 순간이었다.
기적을 실천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다. 꼭 이루겠다는 간절한 마음이면 가능할 수 있다. 사실 말로만 애국심과 기부를 주장하는 연예인들도 꽤 된다. 심지어 모 연예인은 해외 봉사활동을 나가 카메라 앞에서만 눈물을 글썽이고 뒤돌아서서는 이것저것 무리한 요구를 해 구설수에 오른 경우도 있다.
기자가 타고 간 행정선 항해사는 이런 말을 했다. “지금까지 독도에서 공연을 한 많은 사람들을 봤다. 그러나 대부분 보여주기 위한 행사라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오늘 이승철과 탈북청년합창단의 공연은 진실성이 보여 가슴이 뭉클했다”라고.
오후 5시 공연을 무사히 마치고 배에 몸을 싣고 울릉도로 돌아가는 독도의 하늘에는 또 다시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했다. 어떻게 공연 시간에만 이럴게 날씨가 좋을 수 있었는지 이승철과 탈북청년합창단은 "하늘도 우릴 돕는다"며 믿기질 않는 표정이었다.
탈북청년합창단은 2011년 설립된 탈북청년모임 ‘위드-유(With-U)’가 만든 합창단으로 20대 주축의 북한 출신 청년들로 이뤄졌다. 이들은 지난 3월 독도 방문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이승철에게 통일송 제작을 제안했고, 제안이 수락되면서 급물살을 탔고 독도 콘서트까지 열게 됐다.
탈북청년합창단 관계자는 “독도에 입도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기쁘다. 우리 땅 독도를 이렇게 와보니 가슴이 벅차다”며 “탈북자는 동해에 홀로 떠 있는 섬 독도와 정체성이 비슷하다. 하지만 남과 북 모두 독도를 우리 땅으로 사랑하듯이 우리가 독도를 방문해 통일의 징검다리로서 정체성을 알리고 한반도 통일에 대한 염원을 세계에 전하고자 했다”고 감격해 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이승철이 정치적 이슈를 떠나 순수하게 문화적 차원에서 시도하는 ‘ON 캠페인(One Nation: 하나의 국가)’이다.
이승철은 “탈북 청년들은 남북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특별한 존재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합창단을 꾸려 통일의 꿈을 위해 작은 목소리를 내고 싶어 했고 여기에 동참하게 돼 뜻 깊다”고 말했다.
이승철과 탈북청년합창단은 오는 8월 29일 미국 유명 대학 하버드에서 공연을 연다.
이승철은 “탈북청년합창단의 노래를 세계적으로 알리고자 독도 공연에 이어 오는 8월 29일 세계 교육의 산실인 하버드대학교에서 공연도 연다”며 “이번 신곡을 세계적으로 알릴 통일송으로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케이블채널 Mnet ‘슈퍼스타K5’ 출신 네이브로 정원보가 작사, 작곡한 ‘그날에...’는 지구촌 유일의 분단국인 한반도의 간절한 통일의 꿈을 담은 노래로 이승철의 솔로 버전, 이승철과 탈북청년합창단이 함께 한 버전, 이승철과 외국 유명 가수의 콜라보레이션 버전 등 총 3가지 형태로 발매될 예정이다.
한편 오는 9월 한국어와 영어로 동시 발표하는 ‘그날에...’ 음원 수익금 전액은 통일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