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친 연기경력만 100년인 두 사람의 내공은 어마어마했다.
24일 방송된
SBS ‘기분 좋은 날’(홍성창 연출, 문희정 극본)에서는 파킨슨 병에 걸린 순옥(나문희 분)의 증세가 심해지는 모습이 그려졌다.
67년 드라마 ‘수양대군’으로 데뷔한 최불암의 연기경력은 47년, 61년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 나문희의 연기경력은 53년. 두 사람의 연기경력을 합치면 꼭 100년이 된다. 둘이 합쳐 100년의 내공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했다.
나문희가 연기하는 순옥은 파킨슨 병에 걸려 하루가 다르게 상태가 악화되고 있다. 최불암이 연기하는 철수는 그런 순옥의 곁을 지키며 돌봐야 하는 인물. 병이 병이니만큼 순옥과 철수에게는 비극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던 순옥은 급기야 “여기가 어디냐”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자신의 집도 기억해내지 못한 순옥은 철수의 절규를 보며 두려움의 눈물만 쏟을 뿐이었다. “정신 똑바로 차려라. 다시 말해 봐라, 여기가 어딘지”라며 윽박지르는 철수의 모습에 어린 아이가 돼버린 순옥이었다.
치매에 걸린 비극적 캐릭터가 흔히 겪는 상황이지만 내공 100년의 연기력은 달라도 뭐가 달랐다. 세월에 풍파가 가득한 얼굴로 주름에 가려 굳은 표정으로 만들어내는 허망함과 하루아침에 낯선 집에, 낯선 남편의 모습을 맞닥뜨린 아이의 눈빛이었다. 당연하게 느껴질 법한 장면에서 두 사람은 이들 앞에 닥친 비극이 어떤 의미인지 표정과 눈빛 하나로 표현해내고 있었다.
앞으로 두 사람에게는 더한 비극이 예정돼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병들어가는 아내와 그런 아내를 보며 무너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쓰는 남편의 모습을 그려내게 될 최불암과 나문희의 연기 내공이 시청자들에게 어떤 감정을 선물해줄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이날 보인 짧은 한 장면만으로도 최고의 연기 합작품을 보여줄 것만큼은 분명하게 증명했다. 연기경력 100년의 내공, 이것만으로 이 드라마를 보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