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억원이 소요되는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의 싸움이 극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갈등의 발단은 국민은행과 국민카드의 전산시스템을 기존 IBM이 독점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을 IBM과 HP, 오라클 등 여러 IT업체가 참여하는 유닉스시스템으로 바꾸기로 결정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이미 국민은행과 카드 계정계만 IBM을 쓰고 있고 인터넷뱅킹 등 다른 시스템은 유닉스 시스템을 쓰고 있어 비용과 인력 등에서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습니다.
국민은행과 카드사는 이 안건을 지난해 11월 은행 경영협의회에서 벤치마킹테스트(BMT)를 한다는 조건으로 의결했고 지난 4월 이사회에서 6명의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안건을 확정지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가 업체 선정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이 행장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이사회에 시스템 교체 재논의를 제안했지만 사외이사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19일 이 행장과 정 감사는 금융감독원 측에 국민은행에 대한 특별검사를 요청했습니다. 은행이 내부 문제에 대해 자진해서 검사를 요청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이후 20일 국민은행 측이 이사회가 결정한 전산시스템 교체 의결안의 효력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혀 지주와 은행간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는 모양새입니다.
이 행장은 한국경제TV와의 통화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인데 그 중 하나가 가처분 신청"이라며 ”감사가 보고한 내용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이의를 제기한 것인데 이사회에서 이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행장은 지주사와 은행 간의 갈등이 표출된 것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에 대해 “이것은 투명성의 문제지 알력과는 관계 없다”며 일축했습니다. 이 행장은 전날 김재열 지주 최고정보책임자(CIO·전무)가 낸 보도자료에 대해 “난데없이 이상한 자료가 나왔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반발했습니다.
이번 시스템교체를 전반적으로 감독하고 있는 김재열 전무는 “이 안건은 이미 작년 11월에 다 결정된 문제”라며 “왜 번복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산시스템 교체의 리스크를 의도적으로 숨긴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 김 전무는 “이미 몇십억을 들여 벤치마킹테스트까지 끝내 검증을 마쳤고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 방식으로 채택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추진하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현재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을 제외한 모든 금융사들이 유닉스시스템을 사용 중이기 때문에 대세를 따르는 것이라고 김 전무는 덧붙였습니다.
한편 지주 측은 “IBM에서 지난 4월 은행에 전산시스템 교체에 대한 항의 메일을 보낸 후 갑자기 이의를 제기했다”며 “특정 기업의 의견을 듣고 이미 결정된 사안을 뒤집으려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고가 끊이지 않는 KB금융이 이번에는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갈등까지 불거지면서 볼썽 사나운 모습이 연출되고 있어 세간의 곱지않은 시선을 받고 있습니다. 잇따른 금융사고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KB금융이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이권 다툼을 하는 모양새가 보기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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