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혜진은 ‘남자가 사랑할 때’에서 거친 건달 태일(황정민)의 서툰 사랑에 마음을 여는 호정 역을 맡았다. 아버지의 병수발을 들며 살고 있던 호정은 신체포기각서를 받으러 온 태일과 처음 마주친다. 이후 태일은 호정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하고 이상한 방식으로 만나보자고 자꾸만 보챈다. 처음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호정은 태일의 진심에 서서히 마음을 연다. 황정민과 한혜진의 로맨스, 이들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연인을 사랑스럽게 만들어냈다. 그래, 한혜진이 참 사랑스럽다.
◆ “멜로 영화, 계속 만들어졌으면...”
한혜진의 미모가 한층 물이 올랐다. 결혼 후 일도 사랑도 더 열심히 하는 배우들이 있는데 그 중 한 사람이 바로 한혜진이다. 축구선수 기성용과 결혼을 한 후 일이 술술 더 잘 풀린다. 두 사람의 시너지 효과가 참 대단하다. 한혜진은 결혼 전 ‘남자가 사랑할 때’를 촬영했다. 영국으로 가야했기에, 그래서 언제 다시 연기를 하게 될 줄 몰랐기에 더욱 열심히였다. 주위에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냐’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뜨겁게 불태웠다. 사랑과 절대적으로 맞닿아 있던 그 시절, 그래서 그녀는 스크린에서 더욱 반짝일 수 있었다.
“처음에는 만화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어요. 그래서 현실에서 공감할 수 없는 부분들에 대해서 토의를 하고 계속해서 수정해나갔죠. 전혀 사랑할 거 같지 않은 남자를 사랑해야 되니까 마음을 여는 과정을 찍을 때 고민을 많이 했어요. 태일과 호정 같은 사랑, 주위에 없을 것 같죠? 그런데 실제로 대부업체 직원과 채무자가 사랑에 빠지는 경우가 많이 있데요. 그 부분에서 사실성을 조금 얻었죠. (웃음) 멜로라는 장르가 정말 어렵잖아요. 사랑은 누구나 하고 있는 것이니까, 누구나 경험을 해봤으니까. 현실적인 공감대를 얻지 못하면 흥행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초반부터 주의를 좀 했죠.”
계속해서 멜로 가뭄이 들었다. 그리고 가뭄에 콩 나듯 ‘남자가 사랑할 때’가 나타났다. 한창 로맨틱 코미디가 만들어졌지만 멜로는 또 다른 맛이 있지 않나. 전자가 가볍다면 후자는 약간은 묵직한 느낌. 그리웠다. 좀 진한 멜로를 보고 싶었다. 한혜진도 그랬다. 멜로 영화를 보고 싶은데 만들어지지 않자 직접 출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좋은 생각이었다. 덕분에 볼 수 있는 멜로 영화가 하나 늘었다.
“상업 영화는 돈이 되어야 만들어지잖아요. ‘남자가 사랑할 때’가 좋은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멜로를 기다리는 관객층을 만족시켜줄 수 있는 영화들이 많았으면 해요. 그래서 제가 직접 찍었죠. 하하. 멜로를 기다리고 있던 차에 시나리오를 접했는데 깜짝 놀랐어요. ‘이런 게 나왔어?’ 싶더라고요. 그리고 황정민 씨와 같이 작업한다는 점에 또 한 번 놀랐어요. 저한테는 정말 감지덕지한 작품이에요. 제가 복이 좀 많네요. 영화 ‘26년’ 때도 그랬었어요. ‘이걸 왜 안하지?’ 그런 생각이 들었었거든요. 이번 역할도 어떻게 제게 왔는지 모르겠어요. 행운아가 아니라면 이런 기회 어떻게 잡았겠어요. 하하.”

◆ “드라마 제의, 오히려 내가 놀라”
한혜진은 매우 행복해 보였다.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 마디’ 촬영 때문에 제대로 잠도 못 잔다는 그녀의 피부는 그야말로 도자기였다. 영화 개봉이 드라마와 맞물리며 한혜진은 일명 ‘결혼 후 물 만난 스타’가 됐다. 결혼 후 잠잠할 줄 알았던 한혜진이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모습이 반갑다. 사실 따지고 보면 지난해 한 작품, 올해 한 작품을 해나가고 있는 중인데 체감으로 느끼는 반응은 상당하다. “큰 마음먹고 온 보람이 있다”고 말하는 그녀의 얼굴은 계속해서 웃고 있었다.
“드라마 제의가 왔을 때 깜짝 놀랐어요. 다들 결혼 후에 영국으로 건너가 연기 활동을 쉴 거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제 자신조차도요. 그런데 하명희 작가와 최영훈 PD가 제게 선뜻 대본을 주시더라고요. 그것도 제일 처음으로. 저는 그래서 오히려 작가와 감독에게 놀랐어요. 그것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대본 낱장마다 제 이름이 프린트가 돼 있더라고요. 저 그런 거에 완전 감동 받거든요. (웃음) 제가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해서 마구 흔들렸죠. 고심했어요. 이렇게 빨리 나올 줄은 몰랐는데 애정을 주셔서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얼떨떨해요. 신혼인데. 하하. 거의 끝날 무렵이 되니까 ‘어떻게 했지?’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갓 결혼을 한 새댁이 불륜을 연기한다는 게 쉽지 많은 않았을 터. 그러나 한혜진에게는 작품이 소중했다. 아무도 자신에게 손을 건네지 않았던 순간, 자신에게 다가온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간절했기에. 자신조차 자신을 틀에 가두었던 그 때 ‘따뜻한 말 한 마디’는 그렇게 따뜻하게 다가왔다. 결혼하기 전, 한국에서 언제든 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일 때와 결혼 후 유부녀가 된 이후는 상당히 달랐다.
“소중함의 크기가 좀 다르다고 해야 될까요? 선배들이 그러더라고요. 아이를 낳으면 이 절실함이 더해진다고요. (웃음) 절 믿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도전할 수 있었어요. 작품이 좋으니까 선택했고요. 사실, 스스로에 대해 답답함을 많이 느꼈었거든요. 틀 안에 있는 제가 항상 갑갑했어요. 언젠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걸 깨고 싶다고, 다른 것에 도전하고 싶다고. 그런 면에서 ‘남자가 사랑할 때’와 ‘따뜻한 말 한 마디’는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과 많이 달라요.”
연기가 많이 좋아졌다는 칭찬에도 `에이, 발 연기‘라며 그냥 넘겨버린다는 한혜진.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나약한 인간이기에 그런 말들에 힘을 얻는다. 희망도 가지고. 그래서 용기를 가질 수 있는 것 아니겠나.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마음, 무언가를 해보고 싶게 만드는 마음. 그렇기에 우리는 한혜진을 또 그리워하겠지.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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