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새로운 한해가 시작되었고, 모두가 희망찬 각오로 마음가짐을 굳게 먹고 있을 텐데, 개인적으로 헤어짐에 대해서 얘기해 보려한다. 헤어지지 못하면 새로운 시작을 하지 못하기에…….
피디와 프로그램은 항상 만남이 있고 헤어짐이 있다. 그리고 다시 만날 때도 있고…….
피디는 단순히 무형의 존재인 프로그램에게 이상하게도 연인과 같은 감정을 품게 된다. 첫 만남부터 설레기도 하고, 아님 처음엔 별로였다 좋아지기도 하고, 어떻게 예쁘고 멋있게 만들어주며 만족시켜 줄까하고 밤새도록 고민하기도 한다. 점점 기대를 많이 하고, 그래서 실망도 하게 되면서, 뭔가 권태기를 겪기도 한다. 결국 헤어짐도 있다.
헤어진 후에는 옛 연인처럼 프로그램을 대하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사람과 만난 이전 연인에게 막 연락하기도 힘들고, 그립기도 하지만 또 놓아줘야 한다. 나 자신도 새로운 만남을 하고 있다면 현재에 충실해야 하기도 하고. 헤어졌다 다시 만나면, 더 잘해줄걸 이런 생각도 나고, 상대에 대한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들로 채우게 된다.
풋풋한 첫 사랑같이 여전히 설레는 프로그램도 있고, 오래 사귄 연인처럼 서로 모든 걸 알고 있고 헤어지기 힘든 짠한 프로그램도 있다.
그냥 이런 감정들을 피디뿐 아니라 작가도 DJ도 게스트도 그리고 아마 청취자들도 자신의 연인인 프로그램을 대하면서 또 서로를 대하면서 함께 느끼고 있을 거 같다. 프로그램 속에서는 정말 복잡하게 얽혀있는 감정들이 존재한다. 라디오 매체의 특성상 매일 매일 데일리로 함께 해야 한다는 것, 어쩔 땐 가족보다도 더 자주 보는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여러분이 이쪽 세계를 잘 몰라도 조금은 이해가 갈 거라 생각한다.
매일 만나기에 집착도 심한데, 피디는 연출을 하는 동안 이 프로그램이 내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게 된다. 물론 이성적으로는 절대 아니라는 걸 분명하게 알고 그러면 안 된다고 수없이 말해보지만.
프로그램과 헤어진다는 것은 시간 속에 존재했었던 나의 소중했던 추억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헤어지는 그런 거다. 그 추억 속에서 함께 했던 방송, 준비했던 기획들, 힘을 준 청취자들, 인사를 나누고 함께한 수많은 사람들…….
`응답하라 심심타파` 이런 느낌으로 기억되는 거다.
그래서 피디의 인생은 1994년, 1997년, 2014년 이렇게 기억되지 않고, 무슨 무슨 프로그램을 했던 시절로 추억된다.
그 동안 함께했던 나의 추억의 연인들은 `문지애의 뮤직스트리트`, `장진의 라디오 북클럽`, `신동, 김신영의 심심타파`,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정오의 희망곡 현영입니다`, `손에 잡히는 경제 홍기빈입니다`, 그리고 `신동의 심심타파`…….
내가 매일 기뻐하고 슬퍼하며 집착했던 라디오 프로그램들…….
오늘의 선곡,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136480 target=_blank>하림>
글 / 손한서 (MBC 라디오 프로듀서), Twitter ID: @SohnPD
정리/
한국경제TV 김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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