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나저나 이날 방송된 17회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쓰레기의 프러포즈였습니다. 뜸을 들이는 모습이 딱 프러포즈를 할 것 같더니만, 결국은 성나정에게 무릎을 꿇고 반지를 건네고야 말았습니다. “오빠랑 결혼해주세요”라는 아주 쓰레기다운 화법으로 말입니다. 성나정은 눈물을 펑펑 쏟았죠. 쓰레기의 고백에 감동해서 말입니다. 그리고는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습니다. 아주 예쁘게 반짝반짝 빛이 나더군요. 그런데 말이죠, 시청자들이 쓰레기의 고백에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성나정을 부러워하면서요. 그런데 이상하게 성나정에게 눈이 갑니다. 이런 여자가 또 있을까요?
성나정과 쓰레기는 항상 티격태격해요. 하지만 다정할 때는 한없이 다정하죠. 다정한 모습과 다투는 모습이 반복되다보니 두 사람에게는 그저 두 사람이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나이로는 쓰레기가 오빠지만 정신적으로는 성나정이 훨씬 성숙돼 있습니다. 쓰레기는 항상 성나정에게 혼날 것을 예상하고 항상 용서를 빌죠. 그럴 때마다 성나정은 쓰레기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면서도 그저 쓰레기의 뒤치다꺼리를 해주고야 맙니다. 성나정은 쓰레기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항상 쓰레기는 성나정을 보면서 미소를 짓게 되고요.
신촌 하숙집에 같이 살 때도 얼굴 보기가 힘들었던 이들은 쓰레기가 부산으로 오면서부터 더 심해졌어요. 성나정은 부산으로 가야 된다는 쓰레기를 그냥 보내줬습니다. “가는 게 더 좋은 거 아니냐. 그럼 어쩔 수 없지”라며 오히려 쓰레기를 위로했어요. 물론, 어느 정도의 서운함은 있었지만 여느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나야 아니면 부산이야, 선택해 오빠”라는 식상한 대사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성나정의 마음 씀씀이는 생일날 빛을 발하고야 맙니다.

성나정은 생일에 부산을 방문하게 됩니다. 쓰레기의 다친 모습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하죠. 왜 말을 하지 않았냐며 나무랍니다. 그런 모습을 이제야 보게 된 것이 마음이 아파서였죠. 아파도 말하지 않는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의 전형이 바로 쓰레기 아니겠습니까. 두 사람은 그렇게 어렵게 만나 쓰레기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저녁을 먹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케이크에 불을 켜려던 찰나, 쓰레기는 병원에서 호출을 받고 맙니다. 쓰레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고 성나정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가보라고 했습니다. “그래도 내 생일인데” 따위의 서운함은 보이지 않았죠. 미안해 죽겠다고 말하는 쓰레기의 얼굴에 대고 짜증이 아닌 미소를 보여줬습니다. 이 정도면 정말 내조의 여왕 아닙니까.
쓰레기는 미안해서 어쩔 줄을 몰랐지만 성나정은 모든 것을 이해했습니다. “앞으로 계속 이럴 수도 있다”고 말하는 쓰레기에게 또 다시 웃으며 괜찮다고 말합니다. 괜찮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성나정은 쓰레기 앞에서 누구보다 진심이었을 것입니다. 그랬기에 쓰레기가 반지를 내밀며 프러포즈까지 한 것이 아닐까요. 쓰레기의 생활을 보면 누구나 안쓰러워합니다. 주위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죠. 성나정은 쓰레기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물론, 성나정의 사랑이 견고해지게 도움을 주는 상대 역시 쓰레기임은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른 여자에게는 절대 눈길을 주지 않는 쓰레기. 그에게 어장관리 따위는 없으니까요.(사진=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 화면 캡처)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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