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승현은 유일한 가족인 리혜인(김유정)을 살리기 위해 공작원이 되는 리명훈 역을 맡았다. 리명훈은 열아홉 살에 홀로 남으로 건너와 살인병기, 일명 기술자로 활약한다. 오로지 동생을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관객들은 이 소년의 이야기에 끌린다. 관객들은 그런 리명훈을 지켜주고 싶다. 하지만 소년의 마음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살인자를 보듬게 된다. 참으로 아이러니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니까.
◆ “액션 신, 더 많이 보여주지 못해 아쉬워”
무대 위의 최승현, 아니 탑(T.O.P)은 그랬다. 그냥 한 단어로 정리하자면 카.리.스.마. 그것만으로도 그의 가치는 충분했다. 그의 눈빛 하나에 모든 것을 제압당할 것만 같은 느낌.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속에서 무언가 울렁거리는, 무언가가 샘솟을 것만 같은 이상한 마력. 그 매력은 ‘동창생’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살아 움직이는 눈빛은 관객을 유혹하고 촉촉이 젖은 눈망울은 보호본능을 자극한다. 이 정도면 ‘눈빛탑’이라는 별명 하나쯤 붙여줘야 될 것만 같다.
“아무래도 무대 위와 스크린 속 눈빛 연기는 달라요. 하지만 영화 속에서 무언가를 계산해서 하려고 하진 않았어요. 나락에 빠져있는 소년, 주로 혼자 있고 감정을 들키면 안 되는 인물.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었죠. 영화에 빠져있는 동안은 최대한 바깥출입을 자제했어요. 심리적으로 어두운 기운이 생기니까 확실히 도움은 되더라고요. 실제 성격이요? 누구나 그렇듯이 왔다 갔다 해요. 어두울 때는 한없이 어둡고 밝을 때는 또 밝고. 하하.”
영화 속 최승현을 보고 있자면 젊은 아저씨의 느낌이 든다. 제목도 ‘동창생’이 아니라 ‘최승현’이라는 석자를 써도 아깝지 않다. 절제된 동작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고 총을 쏠 때도 거침이 없다. 4개월 동안 액션 스쿨에서 구슬땀을 흘린 보람이 아깝지 않다. 이쯤 되니 완전한 ‘액션탑’을 보고싶다. 이런 작품쯤 하나 더 해도 환영할 수 있겠다 싶다.
“사실 아쉬움도 있어요. 더 잔인하고 못된 모습들도 있었거든요. 예를 들면 아킬레스건을 자르는 장면이라던가. 리명훈이 북한에서 훈련을 받는 장면들도 찍었는데 빠졌어요. 그런데 이런 영화 한 편 더 하라고 하면 못할 거 같아요. 트라우마라고 해야 되나? 촬영을 하면서 부상을 입었는데 아직도 흉터가 남아있어요. 영화를 보니 손에 난 상처가 잠깐씩 스치더라고요. 조심을 했어야 되는데. 그런 부분은 아쉬움으로 남죠.”

◆ “김유정, 이상형 바뀌었다고”
시사회 당일, 행사장이 초토화가 됐다. 올블랙 슈트를 말끔하게 차려입고 조근 조근 이야기를 하던 최승현이 포토타임에서 일을 내고야 만 것이다. 일명 ‘빙구탑’이라는 검색어까지 만들어낸 돌발포즈는 장내에 있던 이들에게 큰 웃음을 줬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조각같이 생긴 미남이 허당의 끼를 발산할 때 느끼는 감정. ‘아, 당신도 사람이구나’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오는 그 웃음. 그게 바로 최승현이 사랑스러운 이유다.
“원래 말을 잘 하는 편이 아니에요. 멤버들이랑 있으면 다 알아서 해주거든요. 그래서 혼자 이야기를 해야 되는 자리는 어려워요. 처음 영화를 내놓는 자리라 분위기가 좀 무거웠잖아요. 배우 분들도 긴장하는 거 같고. 그래서 그랬어요. 예전에는 빙구탑이라는 별명이 참 싫었어요. 그럼 그런 행동을 안해야 되는데 이게 저도 모르게 막 끼가 분출되니까. (김)유정이가 절 정말 좋아했는데 이상형이 바뀌었대요. 역시 어느 정도 거리감이 있어야 되나 봐요.(웃음) 사실 몇 가지 포즈를 생각해두고 있어요.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나옵니다. 무대인사 때 만나요.”
액션탑, 눈빛탑 그리고 빙구탑까지. 한 사람에게서 이렇게 많은 매력이 분출되는 건 사실 반칙이다. 하나의 매력도 소화하지 못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앞으로의 최승현이 더욱 궁금하다. 낯가림도 심하고 말솜씨도 없는 그이지만 연기를 할 때만큼은 매우 과감하다.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내던지고 벗어 제낀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 속에서 탑을 찾지 않는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최승현만 바라본다.
“작품을 할 때 마다 시야가 조금 넓어져요. ‘동창생’을 통해 전체를 바라보고 갈 수 있는 시야가 완성이 된 것 같아요. 이젠 더 용감해졌죠. 어떤 것을 해도 부끄러움 없이 탁 내려놓을 수 있어요. 과감히 벗어 제낀다고 해야 될까요? 아, 노출 말고요. (웃음) 로맨틱 코미디요? 그것도 좋지만. 음. 사실 전 제 자신을 힘들게 하는 걸 좋아해요. 제가 갖고 있지 않는 그런 역할이 좋고요. 아직 갈 길이 많으니까. 젊어서 많이 도전해봐야 되지 않겠어요?”
그래도 한 번 하죠. 제가 추천한 거. 로맨틱 코미디에서 빙구탑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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