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장준환 감독, 나우필름(주) 파인하우스필름(주) 제작)는 배우 여진구(화이)로 시작돼 여진구로 마무리된다. 그 어디에도 달콤한 소년의 모습은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숨겨두었던 본성을 있는 힘껏 쏟아내듯 거칠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련함이 몰려온다. 김윤석(석태) 조진웅(기태) 장현성(진성) 김성균(범수) 박해준(동범)도 가히 예사롭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의 조합은 영화를 더욱 빛나게 한다.
이 작품은 범죄자들에게 길러진 소년 화이, 화이와 가족을 이루는 다섯 아버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 시절 이들에게 납치된 화이는 훗날 자신의 과거를 되찾고, 이로 인해 갈등하며 복수의 칼을 내리 꽂는다. 다섯 아버지가 지닌 모든 기술과 장기를 배우며 자라난 화이는 어느 순간 순수함을 잃고 점점 변모해간다. 어느 중간쯤을 서성이며 내면의 괴물과 싸우던 화이는 스스로 괴물을 삼키고 지배한다. 괴물이 된다.
볼거리가 난무한다. 신나게 총을 쏘고 칼로 푹 찌른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생생해 눈을 질끈 감게 만들지만 시원하고 깔끔하다. 하지만 이 생생함이 불편함을, 이 자극이 가슴을 꽉 막히게 만든다. 여과 없는 영상들은 선명하기에 더욱 아프다. 석회 공장 신은 액션 신의 하이라이트. 쉴 틈 없이 자극적이다. 화이와 아버지들의 트럭 추격 신도 볼거리 중 하나. 1997년생, 만으로 16세인 여진구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거친 운전으로 가볍게 아버지들을 따돌리는 모습에서는 탄성이 절로 흘러나온다.
여기서 여진구의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이훤(김수현)의 아역을, 드라마 ‘보고싶다’에서 정우(박유천)의 아역으로 출연했던 여진구. 하지만 이제 여진구는 더 이상 누구의 아역이 아닌 여진구 그 자체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뚝 떨어질 것 같은 눈은 더 이상 눈물을 머금지 않는다. 날이 선 칼날을 감춘 듯 제법 날카로울 뿐. 그런데 왜 그 모습이 사랑스러울까.
화이는 고등학생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경찰을 따돌리는 운전 실력에 어떤 문도 척척 따는 손기술, 한 번에 표적을 명중시킬 수 있는 사격솜씨까지 갖춘 영특한 소년이다. 여진구는 다섯 아버지들로 호흡을 맞춘 배우들 사이에서도 전혀 부자연스러움이 없다. 한 방울씩 촉촉히 스며든다. 거침이 없고 당당하다. 합이 딱 맞는 액션 신에서도, 부들부들 떨면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서도, 김윤석과의 맞대면에서도. 화이를 삼키고 그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아, 그렇다고 해서 여진구의 귀여운 면을 아예 보지 못하는 건 아니다. 좋아하는 그녀(남지현) 앞에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 귀에는 헤드폰을 꽂은 채 해맑은 미소로 유경의 뒤를 쫓는 화이의 모습은 저절로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토록 순수하고 귀여운 아이가 살인병기로 거듭난다니 신기할 따름. 여진구의 미래 그림이 궁금해진다. 엔딩크레딧이 다 올라간 후 자리를 뜨지 말자. 보너스 영상이 기다리고 있다. 내달 9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러닝타임 125분.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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