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싹이 싹트려는 모양입니다. 여자가 계속 남자 집의 문을 열고 들어가네요. 네, 맞습니다. 26일 방송된 KBS2 드라마 ‘굿 닥터’(박재범 극본, 기민수 연출) 7회 이야기입니다. 결국 차윤서(문채원)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또 다시 박시온(주원)의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예고도 없이 벌컥벌컥. 박시온은 가만히 당하고만(?) 있군요. 잘못은 분명 차윤서가 저질렀는데 당당한 사람 역시 차윤서입니다. 박시온, 안되겠습니다.
차윤서의 일명 ‘집 털기’는 이미 1회에서부터 시작됐죠. 술을 거나하게 마신 차윤서는 이사를 갔다는 걸 깜빡하고 1층으로 들어오고야 맙니다. 취했으니 정신없죠. 박시온의 침대까지 빼앗아버리고 잠을 청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알아차립니다. 사실, 박시온은 그 때 이미 차윤서에게 마음을 빼앗겼습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차윤서의 미모에 빠진 거죠. 그래요. 생전 여자라고는 몰랐던 박시온도 남자는 남자였습니다.
두 번째 방문을 기억하시나요? 박시온과 차윤서의 사이에 또 하나의 비밀이 생기는 순간이었죠. 자고 있는 박시온은 상관하지 않고 차윤서는 또 비밀번호를 눌렀습니다. 그리고는 대뜸 박시온에게 가고 싶은 곳을 말하라고 부추겼죠. 그렇게 이들은 동물원 데이트를 즐기게 됐습니다. 차윤서는 박시온에게 새로운 세상을 알려줬고 차윤서는 박시온의 새로운 면을 또 하나 알게 됐죠. 두 사람 사이에 비밀이 많아진다는 것, 이거 예삿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7회에서 세 번째 방문이 이루어졌습니다. 아예 이름을 부르지도,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활짝 열었습니다. 병원에서 해고를 당한 후라 박시온의 몸과 마음은 웅크러져 있었죠. 그러던 박시온은 차윤서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차윤서는 그 어떤 말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네가 안 열어줄 것 같아서 들어왔다고 합니다. 진짜 대단한 여자입니다. 박시온이 딸꾹질 할 만하네요. 이렇게 저돌적으로 마음속으로 쑥 들어오다니. 거부할 시간조차 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이들은 두 번째 데이트를 즐기게 됐습니다. 일명 음주 데이트죠. 생전 처음 술을 마셔본 박시온의 주량은 상당했습니다. 소주를 들이키면서 샘물을 먹는 것 같았다고 하니 말 다했죠. 반면, 박시온을 잘 데려다주겠다고 엄포를 놓은 차윤서는 오히려 박시온에게 업히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욕설 시범을 보이기까지 합니다. 차윤서에게 완전히 빙의된 문채원의 욕설연기. 조금만 연습하면 찹쌀떡처럼 입에 찰싹 달라붙을 것 같네요. 욕을 하는 것도, 듣기도 싫어한다는 박시온도 아마 욕을 배운다면 잘할 것 같습니다.
차윤서가 박시온의 집 문을 열고 들어오는 횟수가 더해질수록 박시온을 향한 차윤서의 믿음은 더욱 굳어질 것입니다. 박시온에게 집이란 혼자만의 생각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그 공간 안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도 의미를 가집니다. 차윤서는 박시온을 믿어준 두 번째 사람입니다. 병원장 최우석(천호진) 다음으로요. 박시온은 집이라는 공간 안에서 차윤서에게 치유를 받으며 세상으로 나가는 길을 찾게 되지 않을까요? 물론, 차윤서가 박시온에 대한 마음을 인지한 후에도 문을 거세게 열어댈지는 의문입니다. 그나저나 차윤서 씨, 그렇게 한꺼번에 훅 파고들면 곤란합니다. 박시온에게는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사진=KBS2 드라마 ‘굿 닥터’ 화면 캡처)
한국경제TV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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