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역이나 번화가의 영어 학원 광고 중 ‘귀가 뚫리는’ 혹은 ‘입이 뚫리는’ 영어라는 문구를 자주 볼 수 있는데요. Listening 혹은 speaking 능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 영어 강의를 홍보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런데 과연 광고 문구대로 listening, speaking 능력 향상을 하는 것에 도움이 될까요? 그리고 궁극적으로 그 방식이 영어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일까요?
이런 listening, speaking 위주의 귀가 뚫리는 입이 뚫리는 영어 수업의 특징은 대개 한 가지 언어 기술에 집중하여 수업을 한다는 것인데요.
예를 들자면, 수업 시간 내내 녹음된 원어민의 대화를 듣고 받아 쓰거나 주어진 문장에 빈칸 채워 넣기 등의 형식의 listening 수업, 혹은 원어민이 말하는 대로 듣고 계속 따라서 말하기를 하는 방식의 speaking수업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한 가지 언어 기술로만 훈련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언어습득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실제 생활에서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생각해본다면, 그 장단점을 쉽게 알 수가 있는데요. 언어는 사람과 사이에서 의사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이기 때문에interaction이 없이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동시에 listening과 speaking이 두 가지의 언어 기술을 동시에 사용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나의 생각을 말하고, 상대의 얘기를 듣고, 또 그에 대해 말하는 과정이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이 수반되기 때문입니다. 때문에listening 훈련 없는 speaking 훈련 그리고 speaking 없는 listening 훈련이 영어 학습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의문입니다.
가령, 해외 여행 중 외국인과 만나 대화를 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봅시다. listening 수업에서 열심히 훈련한대로 상대가 하는 말을 이해하는데 성공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대가 하는 말에 적절하게 반응을 해야겠지요.
그런데 listening 훈련만 한 경우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그리고 speaking 위주의 수업의 효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책에서 본대로 수업에서 훈련한대로 외운 표현을 열심히 말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상대도 내 말에 대해 어떠한 반응을 해올 텐데요, listening 훈련이 전무한 경우 상대가 한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또 이해했을 경우, 상대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갈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언어는 훈련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방법을 습득하기에는 어렵습니다. 때문에listening집중 훈련의 결과가 speaking 능력 또한 향상 시킨다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다른 언어 기술도 마찬가지인데요. 우리가 중 고등학교 영어 수업시간에 영어 문법 공부와 독해 훈련을 통해 많은 reading 훈련을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연스럽게 reading 능력이 writing 능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겠습니다.
언어는 부품으로 이루어진 조립제품이 아닙니다. 언어를 사용하고 또 누군가와 대화를 한다는 것은 listening과 speaking이 동시에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단기간에 귀가 뚫리게 혹은 입이 뚫리게 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것이며 또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영어 능력 향상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언어 학습에는 왕도가 없습니다. 계속해서 언어 사용환경에 자신을 노출하도록 하고, 상대의 말을 듣고 그에 대해 적절히 말하는 것을 꾸준히 훈련해야만 실제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선하 ELF 강사. http://blog.naver.com/goseonh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