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자율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진행중인 STX그룹이 한 숨 돌렸습니다.
그동안 채권단과 금융감독원의 여신 등급 분류를 두고 이견을 좁혀지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금감원은 기존 입장을 바꿔 채권단이 주장해온 STX그룹 여신에 대한 자율적인 등급 분류를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STX그룹 기업 여신 등급을 두고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한창율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Q. STX그룹 관련 기업들의 기업 여신 등급 분류가 왜 문제가 됐나요.
지금 STX그룹 관련 기업들은 STX팬오션을 빼고,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입니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STX그룹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조선 경기 악화에 따른 일시적인 유동성 악화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추가적인 자금 지원을 통해 기업을 살려보자는데 동의했습니다.
그런데 금감원이 매분기 국내은행들의 부실채권 현황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금감원이 자율협약을 맺고 구조조정을 추진 중인 기업의 여신 등급도 고정이하로 분류하라고 했기 때문인데요.
이런 금감원의 요구에 채권단은 STX그룹에 추가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고 맞섰고, 금감원도 어제까지 기존 입장을 꺽지 않았습니다.
근데, 당장 STX그룹에 대한 자금 지원이 막혀 부도 위기에 처하자, 금감원도 어쩔 수 없이 한발 물러서게 된 것입니다.
Q. 그럼 채권단의 STX그룹 지원은 예정대로 진행되는 건가요.
네. 현재 STX그룹 관련 총 여신은 11조원이 넘습니다.
그 가운데 STX조선해양이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데, 당장 오늘 700억원 어음을 막지 못하면 부도가 나게 됩니다.
그런데 어제 밤에 채권단과 금감원이 합의점을 돌출하자, 자금 지원에 숨통이 트일 전망입니다.
자율협약체결 동의서를 내지 않고 버티던 채권단들도 오늘 중으로 낼 것으로 보이는데요.
자세한 내용 김동욱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Q. 김동욱 기자 리포트를 보면 부실채권에 대한 여신 등급 구분을 요주의로 보냐, 고정이하로 보냐가 핵심이었던 것 같네요. 지금 여신 등급 기준은 어떻게 나눠져 있나요.
네 여신 등급은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이렇게 5개 등급으로 구분됩니다.
정상은 연체 없이 이자가 들어오는 대출이고, 요주의는 1~3개월의 연체대출, 고정은 3개월 이상의 연체대출이나 부도/법정 관리기업에 대한 대출 급증 담보가 확보돼 있는 부분, 회수의문은 고정 가운데 담보가 없는 부분이며, 추정손실은 아예 떼이는 대출을 말하는데요.
고정 밑으로는 다 부실채권으로 분류됩니다.
Q. 분류에 따라 충당금은 규모도 틀려지는 거죠.
네. 정상은 대출금의 0.85%, 요주의는 7%, 고정은 20%, 회수의문은 50%, 추정손실은 100%의 충당금을 쌓아야 합니다.
만약 대출 채권이 고정 이하로 분류되면 최소한 20%의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거죠.
여기서 채권단의 고민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STX그룹 대출 채권은 고정 이하로 분류를 하면, 20%의 충당금을 쌓는 동시에, 추가적인 지원 자금도 고정 이하로 분류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자금 지원을 하면 할수록 충당금을 많이 쌓아 은행들의 수익성은 악화되고, 결국 대외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입장입니다.
그리고 일반 시중은행 같은 경우는 주주들이 피해를 고스란히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지원이 어렵다고 토로한 겁니다.
Q. 은행들의 여신 건전성을 먼저 생각하느냐, 국내 산업을 살리는게 먼저냐 하는 그런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는 거네요.
그런데, 원래 기존에는 채권단 자율협약 구조조정 기업 여신에 대해서는 은행들의 자율성을 보장했었다고 했는데, 이번에 금감원이 강하게 나온 배경이 있나요.
금융당국은 국제기준상 손상 또는 바젤 부도에 해당되는 여신을 고정이하로 분류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지만,
지난 5월 감사원 지적사항이 큰 작용을 한 것으로 채권단을 보고 있습니다.
당시 감사원은 우리금융에 대한 감사를 통해 우리은행이 자율협약을 통해 성동조선·대선조선·SPP조선 등 3개사에 대한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결국 지금 자율협약을 통해 진행되고 기업들의 여신도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것입니다.
금감원 입장 한 번 들어보시죠.
[인터뷰] 금감원 관계자
"은행들이 자기네들이 객관적으로 해야 겠죠. 실사결과, 객관적 정보 활용해서 판단해서 하는건 자율적으로 하도록 확인해드린 겁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웠던게 있었던 것 같은데 예를 들면 보수적으로 해야되냐 그런건데 자기네들 생각은 이거다 하니깐 은행들이 알아서 판단하겠죠. 판단에 대한 책임도 따르고요"
Q. 금감원이 강요는 하지 않았지만, 일단 은행들이 여신을 잘못 분류하면 그 책임은 은행한데 있다 그런 소리로 들리네요.
네. 일단 채권단의 입장을 들어줬으니까. 나중에 문제 생기지 않도록 최대한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여신을 구분하라고 지도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거죠.
Q. 이에 대해 채권단 입장은 어떻습니까.
은행들의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 입니다.
앞으로 자율협약을 통해 진행되는 구조조정도 어느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채권은행 관계자 얘기 들어보시죠.
[인터뷰: 채권은행 관계자]
다른 은행들이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어서 잘된거라 봅니다.
기존의 신규자금 지원하는 것 대해서 고정으로 하라고 하면 부담이었잖아요.
자율적으로 하라고 하니깐 그러면 부담이 줄어드니깐 동의를 하는데도 편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동의 들어오면 MOU 체결하고 하면 되니깐..
Q. 금감원 채권단이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해줘서 일단 급한 불은 끊 것 같네요. 앞으로 구조조정 기업들 실사가 마무리되고, 충당금 비율을 산정하면서 또 다시 의견차 벌어질 수 있는데, 그때도 현명하게 대처해서 국내 산업을 살리는 쪽으로 갔으면 좋겠네요.
한 기자 수고했습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