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증시특급 1부 - 머니인사이트
대한금융경제연구소 정명수 > 지난번 ADB 회담에서 김 총재는 또 금리동결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므로 이번 금통위에서도 금리인하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여기서 생각해볼 것은 한국은행이 금리를 동결할 때 내세운 논리, 경제 인식에 대한 부분을 살펴봐야 한다.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대외여건의 변화에 얼마나 잘 대응하고 있는지를 봐야 한다. 큰 흐름을 보면 G20 회담 이후 일본의 엔저 정책은 추인을 받은 것이고 그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이 그에 대해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봐야 한다. 어제 결정적으로 호주중앙은행이 시장의 예상과는 전혀 달리 기준금리를 전격적으로 내렸다.
3%에서 2.75%로 내렸는데 3% 밑으로 호주의 금리가 내려간 것은 1960년 이후 처음이니 이번 결정은 굉장히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상 최저 수준인 것이다. 지난 2일에는 유럽중앙은행 ECB가 금리를 0.75%에서 0.5%로 낮췄고 드라기 총재는 추가로 금리를 낮출 수 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김중수 총재는 우리나라 통화가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이나 연준처럼 같이 금리를 낮추는 경쟁을 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른 이머징 마켓 중앙은행의 움직임을 보자. 어제 호주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렸고 인도중앙은행도 얼마 전 금리를 7.25%에서 0.25%p 낮췄다. 2011년 5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지난달에는 헝가리와 터키도 금리를 낮췄다. 우리와 경쟁하고 있는 대만의 기준금리가 1.875%인데 얼마 전 신용등급이 올라간 필리핀 금리는 3.5%다. 우리의 기준금리가 2.75%인데 이런 이머징 마켓의 다른 중앙은행 기준금리와 비교해서 우리 금리가 어떤 수준인지를 냉정히 볼 필요가 있다. 기축통화가 아니기 때문에 금리를 내리지 못하겠다는 것은 상황 변화에 맞지 않다.
경제지표를 보는 주체는 중앙은행만이 아니다. 시장 참가자들은 매일, 매 순간 지표를 살피고 의사결정을 한다. 지난 분기 0.9% 성장한 것을 가지고 한국은행의 주장이 힘을 받았는데 흐름을 보면 당장 대외수요가 위축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엔화가 100엔선 앞에서 계속 고공행진을 하는 것을 보면 우리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당장 자동차나 화학, 조선 등 주력제품에 영향을 준다. 시장은 그런 부분을 반영하고 있다. 국채금리를 보면 3년 만기 국채금리가 지난 금통위 직전에 2.44%까지 내려갔다가 금리동결 소식 때문에 많이 올랐다. 그러다가 다시 2.44%로 내려오고 얼마 전 ADB 총회의 발언 이후 다시 금리가 올랐다.
중앙은행이 자신의 시각을 시장에 전달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스킬이 있다. 그런데 너무 거칠게 언급하다 보니 시장이 계속 뒤흔들리고 있다. 중앙은행으로서는 바람직한 행동이 아니라고 본다. 만약 경기회복 기대감이나 물가에 대한 압력을 느낀다면 시장의 금리가 이런 식으로 내려갈 수는 없다.
주식시장의 반응도 코스닥의 개별종목이 움직이는 것과는 별개로 주력 기업인 수출기업들의 주가가 낮은 상태를 상당 기간 유지하는 것은 어렵다. 물가를 이야기하는 것도 미국이 양적완화 규모를 상황에 따라 늘릴 수 있다고 선언한 상태이고 유럽의 경우에는 벌써 마이너스 금리를 거론한다. 그런 상황에서 물가를 걱정하는 것은 약간 넌센스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 중 교과서에 쓰인 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비정형 정책이 정형화된 정책으로 되어 가고 있기 때문에 교과서에 연연해 물가 등을 신경쓴다는 것은 최신 경제의 흐름을 잘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중앙은행이 검토하고 있는 자료나 다른 중앙은행과의 정보 교류 등이 시장보다 뛰어난 면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더욱더 통화정책이 중요한 것인데 그런 정보들이 있다면 아주 세련되게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다. 시장을 다른 방향으로 몰고 가는 것이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중앙은행은 하나의 거대한 헤지펀드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 요즘 글로벌 마켓의 정설이며 시장을 리드할 책임이 한국은행에 있는데 그런 부분은 너무 방기하는 것으로 본다.
김중수 총재의 발언은 6개월 전 이미 금리를 2번 내렸으니 더 내릴 여지가 많지 않다, 재정정책의 차례라는 의미다. 새 정부 들어 3, 4월 계속 금리인하 압박이 들어오는 것을 통화정책의 독립성 차원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중앙은행이 금리결정을 한 후에 시장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과정에서 세련된 면이 떨어진다.
지난번 금통위에서의 김 총재 회견을 보면 금리인하 주장을 한 금통위원이 3명 있었다는 것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마치 만장일치로 금리동결을 7명의 금통위원이 한 것처럼 강하게 금리동결의 이유만을 부각시켰다. 그런데 막상 의사록을 보니 3명의 금통위원은 금리인하를 주장했었다.
총재는 지속적으로 자신은 금리인하가 어렵다고 언급했는데 적어도 지난번 금통위 기자회견에서는 3명의 금통위원이 금리인하를 주장했다는 전달했어야 한다. 금통위 기자회견은 본인의 생각만을 전달하는 자리가 아니라 금통위원 7명이 어떤 대화를 나눴고 그 결과 금리가 동결됐음을 알려주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그렇게 금리가 널뛰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장에 정확한 시그널을 줬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번에 금리동결에 섰던 금통위원 한 명이 인하로 돌아오면 총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총재가 생각하는 금리동결의 주장이 굉장히 강렬했기 때문에 정치인도 아닌데 신임투표를 하는 것처럼 금통위 회의가 끌려간다.
그러면 커뮤니케이션의 기회나 시장의 출렁거림을 완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단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에 총재의 생각과 다른 금리결과가 나왔을 때 금통위원장으로서의 리더십이 유지될 수 있을까. 이런 문제까지 발생할 수 있다.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끌고 갈 수밖에 없었는가. 이에 대해 아쉬움이 크다.
동결되든 인하되든 관계 없이 그 효과는 모두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다. 동결된다면 역시 실망할 것이며 금리가 인하된다면 시기적으로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중앙은행의 행보를 보면 굉장히 주도면밀하게 가고 있다.
한국은행의 행방과 비교가 되는데 지금 엔화를 약하게 끌고 가는 일본은행의 정책들은 굉장히 실험적이다. 잘못되면 일본경제가 더 나쁜 상황으로 갈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베 총리나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한 몸처럼 움직이면서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그만큼 일본경제가 절박하다는 이야기다. 절박한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정책의 진정성이나 절박감이 전달되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없어서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우리 상품을 사 달라고, 우리 시장을 투자해달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이런 시장의 진정성이나 절박감이 전달되지 않는 정책을 굳이 왜 그렇게 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가 제기된다. 금리를 동결하거나 인하하거나 시장이 상당 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 시장 내적으로 자체적인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금리를 낮추더라도 타이밍이 늦은 것 같고 정책적인 측면에서 무엇인가 기대하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 새로운 자극이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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