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증시특급 2부 - 이슈진단
NH농협선물 이진우 > 지난 2월 17일에 끝난 모스크바 G20 회담에서 사실상 엔저는 일찌감치 용인됐다. 그때 대비 3~4% 정도 더 엔화가 절하된 가운데 이번에는 100엔 돌파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조금 제동이 걸릴 것으로 봤지만 없었다. 전세계 중앙은행 총재와 재무장관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벤 버냉키 FRB 의장도 당연히 참석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버냉키 관련 보도가 없다. 버냉키 의장이 말을 아꼈다는 이야기다.
어제 로이터 특종 보도를 보니 매년 8월 말 잭슨홀 컨퍼런스가 있다. 여기에 버냉키 의장이 개인적 일정 때문에 불참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 가지로 본다. 버냉키 의장이 지금 더 이상 내놓을 말이 없다든지 2010년 잭슨홀 연설에서 QE2를 제시했었고 작년에도 QE3를 예고한 것이 잭슨홀 연설이었다. 그래서 국제금융시장이 한 여름에 주목하는 변수였다. 그 말은 지난주 볼 수 있었던 금값 급락과 원자재 가격의 하락, 주 초반 글로벌 증시가 약한 모습을 보였던 배경에는 은근히 연준도 더 이상의 양적완화가 힘들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여름에도 버냉키 의장이 나와 QE4가 되든 QE4가 되든 한번 더 풀겠다고 해야 될 것이나 그것이 여의치 않을 수 있고 내년 1월 말 퇴임을 앞두고 후임자를 부각시키기 위한 것일 수 있다. 이 시점에서 연준도 지갑을 닫는 와중에 일본이라도 돈을 풀어야 하지 않겠는가.
작년 11월 일본의 중위원 해산부터 엔화는 약세를 타기 시작했고 아베노믹스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이런 저런 사연들을 겪은 이후 지난 4월 4일 BOJ 통화정책 회의에서 구로다 총재가 결국 본원통화, 돈을 2배 더 늘리고 2년래 물가상승률을 2% 끌어올리겠다는 조치 이후 여기까지 올라왔다가 지난 4월 12일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가 나오면서 잠시 주춤한 것이 주말 엔저 용인이 됐다.
오늘은 당장 100엔이 돌파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의외로 아시아 시장이 열렸는데 99.80으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흐름이다. 100엔의 어려움은 월간 차트에서 나타난다. 월간 일목균형표상의 구름대 상단이기도 하고 1996년 무렵의 고점, 역플라자 합의에 의해 올라갔던 147엔 추세선에도 걸린다. 그리고 100엔이 돌파되면 지금 분위기로는 102.70 근처까지 순식간에 갈 수 있는 흐름인데 쉽지 않다. 의외로 시장이 만만치 않다. 오늘 갭업이라도 하면서 100엔이 금방 열릴 것 같았는데 쉽지 않다.
닛케이는 관성상 잘 가고 있다. 1만 4000포인트를 시도하는 장이 계속되고 있다. 반면 일본 국채는 이미 BOJ 통화정책회의가 열린 날 부러지면서 그 이후로는 좋지 않다. 매달 7조 5000억 엔을 푸는 가운데 일본 국채 유통물량의 70%를 BOJ가 쓸어 담겠다고 한다면 JGB 딜러들은 할 일이 없어진다. 시장도 아닌 모습이 되는 것이다. BOJ가 뒤에서 받치고 있는데 여기서 왜 자꾸 던질까. 여기에서도 시장의 고민이 읽힌다.
그 전의 상황을 보면 지난주 급락을 보였던 금 선물시장, 뉴욕의 상품선물거래소 코멕스는 의외로 얇다. 메이저 두어 군데만 움직이면 급등락이 가능한 시장이다. 일단 2008년 금융위기의 저점 대비 금값 상승의 절반까지 와 있는 상황에서 지난주 후반 급락이 멈춘 양상이다. 경기와 관련해 원자재 시장에서는 구리를 자주 보는데 이 부분에서 기술적으로는 5500 언저리까지도 갈 수 있는 굉장히 무서운 그림이 나오고 있다.
엔과 관련한 두 가지 시나리오 중 첫 번째는 100엔이 오늘부터 돌파된다는 것과 그것이 아니라면 100엔이라는 쉽지 않은 레벨을 두고 시장은 고민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를 보자. 글로벌하게 엔화가 약세로 가는 가운데 원화도 엔 대비 강세가 되고 엔화가 우리 원화에 대해 약세되면서 엔원환율이 다시 결국 하락세로 돌입해 100엔당 1100원도 깨지느냐는 것이다. 달러원 1100원, 엔원 1100원이 거의 같은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금요일 마감 시점의 환율과 오늘 NDF 시세를 함께 보자. 금요일 종가 대비 5원 이상 높아 강하게 시작되어 20원대 중반까지 올라오는 흐름이라 우리 환율에도 의외로 하방 경직성이 있다. 원화의 엔화 대비 강세 여부가 우리 주식시장의 주요 요인으로 회자되지도 않고 오히려 지금 코스닥은 셀트리온 때문에 휘청거리고 있으며 코스피의 건설주도 어닝이 좋지 않다.
아직 북한 리스크도 완전히 불씨가 꺼졌다고 볼 수 없는 흐름이다. 이런 상황이라 결국 외국인들이 아직까지 적극적인 매수로 돌지 않으면서 지수가 일단 1900은 지켜지는 가운데 1900은 기술적으로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심리적으로 그런 지지선이 아직까지는 작용하고 있다. 오늘밤 뉴욕 장 마감 후 애플 실적이 중요해 보인다.
중국인민은행 부총재의 조만간 위안화 변동폭을 늘리겠다는 발언이 지난주에 뉴스로 나왔다. 현재는 기준환율이 고시환율의 ±1%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그 이야기라면 2~3%로 변동폭이 확대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실상 위안화에 대한 미국의 절상 압력은 꾸준했고 실제 위안화는 계속해서 달러 대비 절상되어 왔다.
그러나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급하지만 위안화가 절상된다고 해서 미국의 대중적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현실적으로도 확인이 되지 않는 일이다. 자주 언급하지만 환율로 인해 미국 제품이 중국산 대비 경쟁력을 갖는다는 차원이 아니고 지금은 글로벌 산업구조의 문제다. 어지간한 저가 제품은 중국산이 아닌 것을 찾아볼 수 없다. 위안화 절상은 중국산 제품이 높아만 진다는 것이다. 결국 원자재 가격의 급락 등의 부분도 시장이 고민하고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숱한 양적완화와 3000달러 넘게 뿜어댔는데도 불구하고 이것이 실물경기의 회복으로 가지 않고 인플레는커녕 계속해서 디플레 걱정을 하는 상황에서 이 방식이 맞는 것이냐는 고민이 있다. 그리고 연준도 서서히 연준 위원 간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조기 축소, 조기 종료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양적완화에 대해 말은 많았지만 이것이 실물경제의 회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이 주가를 비롯한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지만 이것만 가지고도 먹을 만큼 먹은 데다 더 갈 수 있느냐에 대해 시장이 고민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전세계가 살려면 2009년처럼 중국이 풀려야 한다. 그때 무려 4조 위안을 풀지 않았는가. 필요하지도 않은 구리 재고를 당기는 모습을 보였는데 문제는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이 주말 G20 참석 차 그런 이야기를 했다. 개혁과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단기적인 경제성장률을 희생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너무 중국에 기대지 말라는 시그널이다. 그리고 인민은행장이 독단적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기 때문에 중국 전체적인 정책 지도층과 어느 정도 조율된 의견으로 본다.
그것이 시사하는 바는 그렇다. 세계증시가 마구 달리는 장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그동안 양적완화로 인한 유동성의 힘으로 오던 장에서 조금은 바뀌었다. 또 최근 보이는 것은 그것이다. 헤지펀드들이 시장 수익률을 비트하기 시작했다.
조금 더 나은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과거 유동성 장으로 아무 것이나 잡고 있으면 벌 수 있던 장이 아니라 팔 사람은 팔고 살 사람은 사야 하는 이른바 롱숏 전략이 통하는 장이 되었다. 그만큼 차별화되었다는 것이다. 지수가 별 의미 없는 장, 던져야 할 종목은 던지고 취해야 할 종목은 취해야 하는 종목장세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
달러 강세와 우리 환율의 하방경직성은 인정해야 한다. 주식이 힘이 있으면 환율은 조금 하향 안정을 보일 수 있다. 만약 주식이 이번 주에도 계속해서 약한 모습을 보이면 환율은 자꾸 위쪽을 시도하는 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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