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배우 엄앵란이 `세기의 결혼`이라 불렸던 배우 신성일과의 결혼 뒷 이야기를 공개했다.
엄앵란은 한국경제TV 와 한국직업방송 `성공스토리 만남`에 출연해 어떻게 배우가 됐으며 신성일과의 연애담도 늘어놓았다.
"3년 반을 둘이서 주연을 했다. 눈 뜨면 내 앞에 신성일 씨밖에 젊은 남자가 없지 않았겠나." 장난스럽게 시작된 얘기는 그러나 곧 진지해졌다.
"현액된 영화 장면을 찍기 1시간 전이었다. 달리는 보트 위에서 감독이 갑자기 소리를 치면서 뽀뽀를 시키더라. 근데 그때 신성일씨가 갑자기 진짜로 키스를 했다. 그러고 나니 꼼짝 못 하겠더라."
엄앵란은 "전쟁 끝나고 대학교 1학년이었다. 가난했다. 대학교 첫 등록금 외에는 집에서 돈을 안 줬다."며 당시를 회상하기 시작했다.
"엄마 친구 남편이 전창근 감독이었다. 엄마가 지나가는 말로 거기 가 보라고 했다. 도착했더니 대뜸 `너 영화배우 할래?` 했다. 그렇게 배우가 됐다."
이 영화가 바로 1956년 제작된 `단종애사`다. 엄앵란의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정순왕후 역할을 인상적으로 소화해냈다. 특히 영화 마지막에 "상감마마! 옥체보전하옵소서!"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그가 세간의 주목을 끌게 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엄앵란(좌)의 데뷔작인 영화 <단종애사>의 한 장면)
그가 이런 눈물연기를 펼쳐내게 된 데는 개인적인 아픔이 숨어있었다.
"6.25 전쟁 당시 열 여섯 살이었다. 대구로 피난가서 너무 고생했다. 떡장수를 했다. 그 떡장수 하던 년이 왕비를……."
전쟁 당시 생존을 위해 떡을 팔았던 기억이 그 장면에 고스란히 녹아든 것이다.
(남양주 `영화인 명예의전당`에 헌액된 엄앵란)
`영화인 명예의 전당`에 기부한 말린 고추와 장미에 대한 일화도 소개했다.
둘 다 남편이 수감 중일 때 있던 일과 얽힌 것이다.
"남편이 평소 풋고추 먹는 걸 좋아했다. 남편을 위해 조그만 고추나무를 베란다에 심었다. 아이들도 못 따먹게 했다."
하지만 고추나무에 열린 고추들이 시들다 못해 말라 비틀어지도록 남편은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그는 이때의 마음을 간직하기 위해 이 고추를 지금까지 보관해왔다고 했다.
말린 장미는 교도관에게서 건네받은 것이다.
"면회를 갔는데 교도관이 장미를 줬다. 팬인가보다 했다. 남편에게 이 얘기를 했더니 오늘이 11월 14일이 아니냐고 묻더라."
알고 보니 그 장미는 남편 신성일이 아내를 위해 준비했던 것. 결혼기념일인데 줄 게 없자 마당에 핀 마지막 장미를 꺾어다 교도관을 통해 전달한 것이었다. 둘은 그렇게 철창을 사이에 두고 결혼기념일을 맞이했다.
엄앵란의 데뷔에 얽힌 이야기와 남편과의 연애담은 오는 13일(토) 오후 3시 한국경제TV와 한국직업방송에서 방영되는 `성공스토리 만남-엄앵란 편`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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