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TV 유병철 기자] 한류스타 권상우는 자기감정에 솔직하기로 치자면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손꼽히는 배우다. 거침없이 솔직한 입담은 의도치 않게 여러 오해를 낳았고 연예면의 톱기사를 장식하기도 수차례. 하지만 그의 직설화법만큼은 여전하다. 크게 신경 쓰지 말자는 주의. 솔직한 태도는 그만의 고집이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논현동 모처에서 SBS 드라마 ‘야왕’을 끝낸 권상우를 만나 그가 직설화법으로 전하는 일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한류스타 권상우. (사진 = 민원기 기자)
권상우의 드라마 ‘야왕’ 출연은 2010년 ‘대물’ 이후 3년 만이었다. 그는 이 드라마에서 하류와 그의 쌍둥이 형,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주인공으로서 한 여자만을 바라본 남자 하류의 모습을 멋지게 소화해냈지만 조금은 부족함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중반 이후 흘러가는 하류의 모습을 보면서 극 초반에 보여줬던 캐릭터의 무게감이나 비중이 점차 줄어든 것 같아 못내 아쉬워했어요.”
매회 두 주인공 하류와 주다해(수애)가 벌인 치열한 갈등 구도는 시청자들에게 극의 재미를 선사했다. 다만 결말에 대해 시청자들은 아쉬움 섞인 반응을 보였다. 악행을 저지른 주다해가 몰락하긴 했지만 하류와 주다해의 서로에 대한 진심이 제대로
통하지 않은 채 뭔가 어정쩡하게 마무리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야왕’의 결말이 좀 더 강렬하게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져 있다.
“‘야왕’이 복수극이라는 면에 너무 치중해 달려오기만 한 것 같아요. 하류가 주다해의 악행을 보며 복수를 꿈꾸긴 했지만 사실 그래도 이 드라마가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류가 가진 주다해에 대한 애증의 모습이 극에 더 녹아났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죠. 실제로도 극 후반에서는 직접 마주치는 신이 별로 없었잖아요.”
"‘야왕’ 시청률 만족하지만 결말은 아쉬워”
야왕’은 전국기준 24.2(닐슨코리아)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드라마 ‘천국의 계단’(2003)과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로 인기의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이를 능가하는 성공작을 보여주지 못한 권상우에게 ‘야왕’은 빛과 같은 작품이다.
“시청률 20가 넘는 드라마가 쉽게 나오지 않는데 기분 좋죠. 그간 작품은 많이 했지만 날 만족하게 할 만한 작품은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작품의 성과도 그러했고요. 제가 방황했던 시간도 길었던 것 같고요. 지금은 일에 대한 욕심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요. 올해는 공백기 없이 활동하면서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권상우는 올 초 세계적인 스타 성룡과 공동 주연한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 ‘차이니즈 조디악’이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하면서 중국에서의 인기가 치솟았다. 현재 중국 쪽으로부터 다양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의 흥행이 저 때문인가요. 성룡의 인기 덕분이죠. 중국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신경 쓰며 활동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제게 가장 중요한 곳은 바로 우리나라입니다. 1년간 해외에서 작업하고 돌아왔더니 ‘야왕’을 찍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우리말로 연기한다는 게 얼마나 좋고 재미있는 건지 새삼 느꼈어요.”
권상우는 성룡과 작업을 하면서 최종 목표도 바뀌었다. 연기 뿐 아니라 연출과 제작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 생각만으로 갖고 있던 영화적인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체화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미 영화 시놉시스를 완성해 놓은 상태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가고 있다.
“성룡과 작업하면서 머리 속 생각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지켜볼 수 있었어요. 성룡은 영화에 관한한 종합 예술인이에요. 연기, 연출, 제작을 직접 하니까요. 그를 보면서 나도 내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이디어를 글로 옮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에요. 한데 주변의 반응이 좋아요. 조만간 대중에게 꼭 선보이고 싶네요.”
그래도 1순위는 연기다. 그가 꿈꾸는 미래는 믿음을 주는 배우다. 그의 이름 하나만으로도 관객과 시청자가 믿고 봐줬으면 한단다. 그래서 차기작 선정에 공들이고 또 심사숙고하고 있다. 스스로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필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다.
“사실 작품 하나도 허투로 선택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 필모에 자신감이 있죠. 하지만 이미지 때문일까, 저평가되는 부분이 있어요. 솔직히 스트레스 받죠. 그때마다 작품으로 말하겠다고 스스로를 다잡고 있어요.”
그렇다고 작품성만 우선하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작품성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단다. 대중의 사랑으로 이 자리에 오른 만큼, 흥행 요소가 있는 작품을 해야 한다는 것.
“저는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에요. 작품성을 지키면서 대중이 좋아해주는 것을 보여줘야죠. 제 개성도 드러내고 싶고요. 존재감이 있는 배우로 남고 싶어요.”
권상우는 ‘야왕’ 종영 후 쏟아지는 광고 러브콜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광고 에이전시의 모델 섭외 문의가 무려 20여 차례 이상 쏟아졌을 정도로 대세임을 증명하고 있다. 2004년 권상우가 간판 광고모델로 나섰던 모 화장품의 성공신화는 권상우의 상품가치를 여지없이 드러낸 광고계의 전설로 남아 있다. 당시 드라마 ‘천국의 계단’과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로 단 숨에 스타덤에 올라섰던 그의 인기를 등에 업고 불과 1~2년 만에 매출이 그야말로 수십 배 이상 폭등하는 기록을 세웠다.
“여기저기서 연락이 오니까 기분도 좋고 행복하죠. 그러나 도장을 찍어야 결과가 나오는 건데, 아직 도장 찍은 업체는 없어요.”(웃음)
권상우는 청춘스타였고 한류스타가 됐으며 지금은 손태영의 남편과 룩희 아빠다. 사생활은 배우로서의 권상우를 잠시 잊게 만들었을 지도 모른다. 대중이 배우 권상우보다 룩희 아빠 권상우에 더 높은 관심을 표하는 것을 보면 연예인들이 왜 기어이 사생활을 감추려 하는지 이해가 간다. 그런데 사생활에 대한 지나친 관심에 특별히 난색을 표하지도, 그 닥 달가워하지도 않는 권상우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배우로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확실히 결혼 후 책임감도 생겼어요. 그렇게 생각 없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그렇게 비춰진 면이 없잖아 있어요. 하지만 나는 미래에 대한 계획이 철저한 사람이에요. 지금도 내가 생각하는 청사진 아래 한 발짝 한 발짝 다가가고 있어요. 하나하나 쌓아 가는 것이 있는 지금이 너무 행복해요.”
드라마 촬영과 함께 바쁜 일상을 보낸 권상우지만 여느 아빠와 마찬가지로 아들 룩희를 바라보고 있으면 모든 시름을 잊는다. 아들 이야기에 자연스레 흐뭇한 미소를 띄우며 자랑이 대단하다.
“룩희가 아빠를 닮았으면 운동신경이 좋을 거예요. 룩희가 원한다면 당연히 힘닿는 데까지 뒤를 밀어줘야죠. 배우 권상우도 행복하지만 룩희 아빠 권상우로서 아들의 꿈을 키워주는 일도 너무나 행복할 듯해요.”
권상우는 앞으로 바쁜 나날을 보낼 것이다. 영화와 드라마 두 분야 모두 적정 분량을 놓고 병행하고자 노력한다.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펙트럼을 한국에서 중국으로 넓혔고 또한 할리우드가 눈앞이다. 권상우는 대중들에게 보여줄 모습을 많이 남겨뒀다.
“난 내가 나가야 할 방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권상우만의 스타일리시하고 권상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 동안의 연기에 대해 아쉬웠던 점들을 극복하고 싶어요.”
한류스타 권상우 인터뷰는 12일(금) 오후7시 한국경제TV 엔터&머니 방송에서도 만날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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