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증시특급 1부 - 글로벌 마켓 NOW
김희욱 전문위원 > 키프로스 사태가 한 주를 넘어 이번 주까지 계속 이어져왔다. 어제 마침내 조건부 협상안이 타결됐다. 하지만 키프로스 협상 타결 소식은 약으로 이야기하면 치료제가 아닌 안정제 성격으로 봐야 한다. 어제 우리 안도 랠리는 오늘 약간 반납의 여지가 있다. 해외증시에서 그 해답과 앞으로의 전망을 찾아보자.
어제 우리나라 장중에 반영됐던 키프로스 협상 타결 소식에 대한 유로그룹의 공식 입장을 알 수 있는 성명서를 보자. 그리고 미국증시 마감브리핑을 통해 우리증시와의 커플링을 어느 정도까지 반영해야 하는지 보자. 시장의 반응과 앞으로의 전망까지 들어보자.
먼저 유로그룹에서 공식 발표한 성명서 내용을 보자. 이번 키프로스 건과 관련해 나왔다. 본 성명서는 어제 키프로스 구제금융 협상안 결과는 트로이카, 즉 IMF, ECB, 유럽연합과 키프로스, 유로존 회원국 지지를 바탕으로 최종 작성된 다자간 협상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먼저 나온다.
유럽연합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서민들의 돈으로 주로 예금이 구성되어 있는 10만 유로 아래는 무조건 원금 보장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대신 일종의 풍선 효과라고 말할 수 있다. 풍선의 한 쪽을 확 누르면 저 쪽이 부풀어오르는 것처럼 10만 유로까지 원금보장을 해주는 대신 10만 유로 이상 예금에 대한 과세는 더 올라갈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키프로스는 물론이고 트로이카도 합의를 했다.
전형적인 미국이나 유럽 현실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출을 깔고 있으면 있었지 예금은 거의 하지 않는다. 자녀 학자금이나 병원비 등 긴급자금 형태의 서민예금 잔액은 10만 유로, 우리 돈으로 1억 4400만 원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고 이 이상을 넘기는 돈은 서민들의 돈이 아니라고 본다는 판단에서다.
유로존 재무장관들로 구성된 유로그룹은 키프로스 정부와 트로이카가 4월 초까지는 구제자금과 그 조건이 될 수 있는 긴축에 대한 합의를 성사시켜줄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최종적으로 유로그룹에서는 4월 셋째 주까지는 완전 합의를 해 우리가 여기에 싸인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키프로스 사태는 20일 정도 시간을 벌었다는 근시안적인 의미를 들 수 있다.
미 증시 마감브리핑을 로이터 통신을 통해 보자. 앞서 본 키프로스 협상 잠정 타결 소식에 우리증시와 유럽증시의 강세를 이어받은 월가 역시 상승 출발을 하기는 했다. 그런데 결국 미 증시는 잠시 잠깐 안도랠리가 나타났다가 장 후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면서 하락 마감을 했다.
이번 키프로스 사태에 대한 각계 전문가들의 반응은 다소 시니컬했다. 이런 점을 들어 미 증시도 그냥 그동안 키프로스가 유로존을 탈퇴하거나 디폴트로 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배팅을 했던 물량, 숏커버 내지는 우리 말로 환매수에 의한 잠깐의 반등이 일어났을 뿐이라는 설명이 나와 있다.
미 증시 다우지수가 장중 또 한번 사상 최고치를 넘어가기는 했지만 일중 그래프를 보면 그 뒤에는 상황의 반전이 있다. 장중 최고점이 사상 최고치를 또 한번 경신했지만 상승 출발한 이후 오전 10시 넘어 시장이 갑자기 하락으로 방향을 바꾸게 됐다. 결정적인 계기는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이 로이터 통신 기자들 앞에서 이번 키프로스 건을 일종의 시범 케이스라고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유로존 다른 부채 우려 국가들도 은행 자본 건전성을 위해 민간이 고통분담을 할 수 있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 발언 때문에 갑자기 금융시장의 파문이 커지고 유로화가 출렁하자 결국 예룬 데이셀블룸 유로그룹 의장은 다시 진화에 나섰다. 이번 키프로스 사태는 아주 이례적인 것이고 다 이렇다는 것이 아니라며 만회하려고 노력을 했지만 이미 떨어져 버린 주가는 회복되지 않고 끝이 났다. 이 당시에 우리가 자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우리나라 장중에 이것이 왔다면 이상한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었다.
유로화 환율을 보자. 이 시점에 갑자기 유로화가 내려앉은 계기가 키프로스가 시범 케이스라는 발언 때문이었다. 진화 노력을 하면서 저점이 일단 하방 경직을 띠며 회복세 중에 있다. 금요일에 미리 올랐다가 월요일에 내린 현상은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번 시나리오를 시장에서 반영한 결과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대한 현지 전문가 반응을 보자. 유로존 각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컨설팅 회사 오픈 유럽에서 보고서를 냈다. 이번 키프로스는 유로존을 살짝 이탈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라는 표현을 썼다. 그 이유로 지금 키프로스 내의 유로화 가치와 독일에 있는 유로화는 상대적 가치가 이미 달라져 있다는 근거를 달았다.
또한 유로화가 갖는 단일통화라는 의미가 이번 기회에 도전을 맞이하게 됐고 사실상 키프로스와 다른 유로존 국가에서 쓰이는 유로화 가치가 다 다른데 이를 은행들의 채무 재조정이나 긴축 등 규제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문제가 있다. 같은 유로화를 쓰는데 국가마다 환율이 발생하고 있다. 이것이 과연 인위적인 조치로 해결이 될 일이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여기에 대한 외신 반응을 이어서 보자. 블룸버그 통신에서도 약간의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번 키프로스 사태는 일단 진정 국면에 돌입하기는 했지만 완전한 해결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쟁점이 된 것이 유럽연합 규약에 분명히 명시된 10만 유로 미만 개인예금은 예금자 보호법에 따라 원금을 보장한다는 원칙이 있었는데 이를 깼다. 그래서 제목에 나온 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대상을 흔들어놓은 트라우마로 남게 생겼다.
여기에 대한 경제학자의 의견을 보자. 키프로스 정부 수석 자문위원이며 재작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피서라이즈는 앞으로 언제든 구제금융의 가능성이 있는 슬로베니아,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현재 이미 구제자금이 투입되고 있는 그리스까지도 이 나라의 채권단은 이번 키프로스 사태로 인해 유로존이 언제라도 원칙에서 벗어난 예외 규정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 즉 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 불확실성인데 생전 처음 보는 무엇인가가 튀어나올 수 있는 두려움 때문에 구제금융이라는 말만 나와도 이들이 갑작스러운 리스크 회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구제금융이라는 것은 말 그대로 어떻게든 살리려는 것인데 이 조건이 이번 키프로스처럼 룰을 깨는 조항이 붙을지 모른다는 트라우마 때문에 구제금융 결정이 나자마자 채권이든 예금이든 자금 엑소더스가 일어난다면 구제자금을 받는 쪽이나 주는 쪽이나 데미지는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이런 것을 잘 대응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오늘 우리 증시는 어떻게 될지 MSCI 한국지수를 보자.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주식에 대한 선호 경향을 나타낸다. 3월 내리 팔았던 외국인들이 이제 조금 매수로 돌아서려는 기미가 보이고 있어 긍정적이다. 57선 가까이 갔다가 저점 반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제 우리증시 키프로스 악재로부터 벗어나는 숏 커버링, 환매수에 따른 상승분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고 약간 후반영으로 봐야 하지만 어쨌든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어느 정도 나올 것은 나왔다. 이제는 개별 종목군 중심으로 낙폭과대주를 주워 담는 외국인들의 순매수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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