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을 사용해 스파게티를 돌돌 말아서 먹지 마세요", "레드 와인을 마실 때는 둥근 잔의 밑부분을 잡으세요. 그러나 화이트 와인이라면 잔 밑의 목 부분을 잡아야 합니다" `신부수업`에나 나올 법한 얘기지만 사실은 세계 최고의 이공계 대학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예절수업`(Charm School) 프로그램에 나오는 내용이다.
지난 1993년 MIT의 문학 담당 교수가 개설한 예절수업이 올해로 20년을 맞았다고 6일(현지시간) 보스턴글로브가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MIT 학생들이 지적 능력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이지만 예의범절 등 일상생활에서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불균형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특히 학생들이 사회생활에서 자주 맞닥뜨리게 될 `비즈니스 만찬`에서의 예절이나 호감을 줄 수 있는 대면 노하우를 가르치는 게 주목적이다.
20주년을 기념해 지난주 사흘 일정으로 열린 올해 프로그램에서는 남녀 학생들이 만찬 테이블에서의 올바른 식사예절을 배웠다. 굽 없는 구두에 연회복을 입거나 블라우스에 운동화를 신은 여학생, 운동화 차림으로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맨 남학생들이 적지 않았지만 학생들은 빵에 버터 바르는 방법에서부터 테이블 냅킨을 사용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일상 예절을 배웠다.
젊은이들이 몸에 늘 지니고 사는 휴대전화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주된 관심사다. 시대가 변했다고는 하지만 식사를 하면서 휴대전화로 문자를 보내면 예의에 어긋난다고 가르친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한 신입생은 "데이트를 하면서 서로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데 다반사인데 상대방에게 어떤 예절을 갖춰야 하는지를 배우게 돼 즐겁다"고 말했다.
특히 젓가락을 사용하는 아시아계 학생들은 포크를 사용하는 서양 식사법을 배울 수 있어 유용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계 신입생인 앨리스 루(18)는 "(포크를 사용해) 스파게티를 우아하게 먹는 법을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앨리스는 이번 강좌를 통해 스파게티를 먹을 때는 `숟가락으로 돌돌 말지 말아야 한다`, `칼로 스파게티를 잘라선 안 된다` 등의 에티켓을 배웠다. 이밖에도 `식사 중에 자리를 비울 때는 냅킨을 반으로 접어 의자에 놓아야 한다`, `버터는 한번 먹을 분량만 빵에 바른다`, `동반자들이 술이나 후식을 주문하지 않는데도 혼자만 주문해선 안된다` 등도 프로그램이 강조하는 내용이다.
트래비스 메릿 문학교수가 1993년 개설한 이 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에겐 문학박사 학위를 빗댄 `예절박사`(ChD:doctor of charm) 학위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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