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투자의 아침 3부- 글로벌 이슈진단
글로벌모니터 안근모 > 당분간은 환율을 중심에 놓고 보는 것이 유용할 듯하다. 우리나라 원화는 지난해 하반기에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으로 여겨져 외국인의 매수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유로존 위기가 끝남에 따라 우리 원화 같은 안전한 통화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유로화로 돌아가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어제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원환율은 19원이나 급등하면서 상승세가 이어졌는데 우리와 마찬가지로 상대적으로 안전한 통화로 여겨졌던 호주나 캐나다 달러 역시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요약해 유로화, 달러화로의 압축현상이라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원화의 약세라기 보다 유로화와 달러의 강세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주식시장만 동조화가 깨진 것이 아니라 이렇게 외환시장도 전세계적으로 탈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JP모간에 따르면 달러에 대한 주요국 통화의 동조화 정도가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각국 통화가 리스크 온, 리스크 오프 패러다임에 따라 집단적으로 움직이다가 이제는 과거처럼 제각각의 펀더멘탈과 재료에 따라 변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동조화의 기조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주식시장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세계경제의 펀더멘탈에 따라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글로벌자금이 시장별로 재배분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탈동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장 내부에서는 탈동조화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주식시장이 오르면 개별 종목들도 대부분 상승하고 시장이 밀리면 개별 종목들도 따라서 떨어졌다. 미국의 금융위기나 유로존의 재정위기, 미국의 재정협상 같은 거대 위험이 시장 전체를 좌우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는 이런 거대 위험이 사라졌기 때문에 시장 내부의 개별종목들이 제각각의 재료와 펀더멘탈에 따라 차별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앞서 외환시장 내부에서도 그런 차별화가 이미 진행됐다고 언급했는데 같은 배경을 가지고 있다.
어제 우리 주식시장에서 이런 변화가 극명하게 나타났다. 코스피지수가 나흘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외국인은 5000억 가까이 순매도해 표면적으로는 시장 분위기가 아주 안 좋았다. 그렇지만 시가총액 상위 20개 종목 중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6개에 불과했다. 절반이 넘는 13개 종목이 오른 것이다. 시가총액 상위 50개 종목 중 어제 절반이 넘는 32개 종목이 상승했다. 외국인이 주식을 대거 팔고 지수가 계속 밀려도 개별종목들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이른바 시장 내부의 차별화 장세를 보인 것이다.
이런 현상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 나타나는 일이다. 그만큼 종목 선정이 중요해졌다는 뜻이고 앞으로는 주가지수를 웃도는 초과 수익을 노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지수에 추종하는 소극적인 ETF보다는 적극적인 종목 발굴을 통해 시장을 아웃포펌하는 액티브 펀드가 다시 관심을 끌 수 있는 환경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종목의 차별화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의 역량 차별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어떤 시장과 그 시장 안에 어떤 종목의 상대적 수익률이 더 높을 것인지를 따지는 게임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글로벌증시 전반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소시에떼 제네랄이 전세계 2000여개 개별 종목을 분석했더니 증시 전체의 동조화 정도가 2007년 이후로 가장 낮아졌다고 한다. 종목들이 지수와 무관하게 제각각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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