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투자의 아침 2부 -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일본의 경제여건이 안 좋은 가운데 엔화의 강세는 작년 11월 중의원 해산까지 있었다. 그러나 이 흐름이 갑작스럽게 바뀐 것은 작년 11월 16일 중의원 해산 시점부터다. 그 이후 아베가 등장하면서 당시 75, 78엔이 지금 89, 90엔까지 육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 주 엔달러환율 움직임에 조용한 변화가 있다. 89엔대에서 크게 변동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오늘 새벽에 끝난 뉴욕외환시장에서 엔달러환율이 88엔 초반까지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아베식 극단적인 엔저 유도책에 대해 일본 내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 밖에서도 상당히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이에 대해 아베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
일본의 엔저 정책에 대해 다른 국가들이 전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지금 상태에서는 국제적인 동조 분위기를 연출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일본이 은둔의 왕국처럼 비쳐지는 것이 국제 외환시장의 지금 모습이다. 일본 내에서도 가장 반대해야 될 일본의 수출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반발하는 입장이다. 수입업체는 가장 반발하고 있다. 시위까지 할 정도다.
그리고 일본 국민들도 경제 고통이 증가하기 때문에 반대하는 분위기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아베 정부의 극단적인 엔저 유도 정책은 나라 안팎으로 자충수에 빠질 수 있다. 실제로 당초 예상보다 더 빨리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단기간 내에 너무 빨리 아베가 엔저를 유도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너무 빨리 가면 부작용이 있다. 그런 측면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
한 나라의 통화가치는 그 나라의 경제실상을 제대로 반영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국가에 피해를 주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과 같은 선진국이 자국통화를 인위적으로 평가 절하하는 것은 보호주의 정책에서 평가 절하책만큼 다른 국가에 피해를 끼치는 근린궁핍화 정책의 효과로 볼 수 있다. 그런 각도에서 갑작스러운 엔저 정책에 유럽이 반발하고 있고 칠레나 태국 등의 국가들이 반발하고 있다. 또 김중수 총재도 엔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것도 상당 부분 저항점으로 비쳐진다.
이미 일부 국가들은 일본의 극단적인 엔저 정책에 따라 자국 통화가 자연스럽게 평가절상하는 것에 따른 여러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WTO가 합법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관세 등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기업 입장에서는 수출을 해야 한다. 엔저 유도의 입장은 수출을 증대시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통상적인 측면에서는 관세 부과 등의 맞대응 조치가 있다 보니 일본기업 입장에서는 불이익을 당하는 사례가 벌써부터 등장하고 있다.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그동안 경제여건이 안 좋은 가운데 엔화가 강세되었으니 일본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자구책을 강구하기 위해 일본 내 기지를 해외로 옮기는 상태다. 도요타의 경우 현지에서 완성품을 수출하고 일본 내에서는 부품을 만들어 기업 간 도요타 내부에서 수출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업 내 무역이다.
또 결제통화인 달러의 비중이 상당 부분 줄었다. 왜냐하면 일본 경제가 어려울 때 엔고로 버티기 위해서 약세 통화를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 결제통화에서 달러의 비중이 상당히 낮춰진 상태다. 지금 상태에서 엔저에 따라 일본의 수출업체들이 반기려면 일본 내에서 완성품 수출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채산성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 수입 비중이 많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보면 오히려 엔저가 되는 것이 일본 수출업체 입장에서는 나쁘다. 이것이 반대하는 이유다.
일본은 엔고에 따라 결제통화가 상당히 다변화되어 있다. 일본의 수출결제 비중을 보면 달러가 49%까지 떨어지고 있다. 엔화는 41%로 바뀐 상황이다. 이렇게 달러 결제 비중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엔저란 달러 강세를 의미한다. 만약 일본의 달러결제 비중이 많았을 때는 엔저가 되고 달러가 강세되니 일본의 채산성이 그대로 개선될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일본의 경제가 좋지 않은 가운데 약세 통화인 달러의 결제비중을 낮췄으니 지금 상태에서는 거의 동일하다. 일본 입장에서는 생각만큼 일본의 채산성이 개선되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수입결제는 약세 통화로 결제를 해야 한다. 그동안 달러의 수입결제 비중이 많았던 것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지금은 73%다. 그런데 여기에 달러가 강세되니 수입업체는 아주 아우성치고 있다. 상대적으로 그동안 엔화가 강세되었으니 수입결제로 가져가야 일본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다. 이 비중은 사실상 낮춰졌다. 지금 상태에서 엔화가 약세되니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것 때문에 수출업체들이 엔고가 풀리는 것을 전적으로 반길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기업 내 무역이 상당히 증가하고 결제 비중이 다변화되기 때문에 일본의 수출업체들은 아베의 엔고 저지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수입업체들은 길거리에 나서고 있다. 엔화 약세, 달러 강세가 되니 결과적으로 지금까지 엔고, 달러 약세에서 체질적으로 맞춰왔던 수입업체는 너무 빨리 환율이 오르다 보니 대응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현재 10엔 이상 오르다 보니 수입업체는 난리가 났다. 가뜩이나 채산성을 맞추지 못하는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수입에 따른 비중이 증가하니 결과적으로 버티지 못하고 길거리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수입업체를 대변하는 일본상공회의소의 경우 정면으로 아베 정부의 매스컴에 공식적으로 나가 반대 입장을 펴고 있다.
또 일본기업 입장에서는 내수 비중이 살아나야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 가뜩이나 고령화 문제 등으로 내수가 쉽게 살아나지 않은 상태에서 수출업체를 생각해 엔저만 유도시킬 경우 결국 내수는 더 침체된다. 만약 엔저에 따라 수출이 증가해 경기부양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때 일본은 더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왜냐하면 내수가 더 침체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내부에서는 아베식 엔저 유도책이 실패하지 않을 때 일본경제가 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내수를 생각하지 않은 정책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 수입업체들의 반발은 굉장히 심한 상황이다.
경제고통은 고용과 물가다. 일본은 단기적인 측면에서 보면 엔저를 유도했기 때문에 경기상황이나 실업률에서는 크게 변함이 없다. 엔저로 빨리 유도를 할 때는 경제고통지수에서는 물가가 가장 중요하다. 일본의 수입물가, 특히 에너지물가의 경우 과거 후쿠시마 원전 피해로 인해 원유나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엔저가 급속히 되면 수입물가가 급격히 오르고 에너지가격이 급등하다 보니 일본국민들의 경제고통이 급격히 증가한다.
가뜩이나 자민당 정부가 민주당 정부가 잘못했기 때문에 경제를 살리라는 차원에서 자민당의 지지도가 높지 않은 상태로 정권을 잡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엔저를 시켜 일본의 체감물가를 상당히 악화시킬 때는 아베 정부에 대한 지지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그런데 자민당 정부도 일본 국민을 생각하지 못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자충수에 빠질 우려가 있다.
그동안 엔달러환율이 빨리 오르다 보니 더 오를 것으로 예측하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환율이란 아무리 옳은 방향으로 가더라도 경제주체들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지 못하면 많은 부작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원달러환율도 1050원이 떨어지니 1000원 정도 급락한다고 예상하는 시각이 있다. 정책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은 너무 빨리 떨어질 때는 경제주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더라도 대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대응하는 시간을 벌어달라는 측면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갖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 시각이다. 지금 상태에서는 일본 내 수출업체의 문제, 수입업체의 문제, 일본 국민의 문제에는 엔저만으로 경기부양하기 힘들다. 지금 상태에서 일본 수출기업들의 적정 환율이 90엔 정도이다 보니 이 정도 수준에서 추가적으로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엔저를 유도하는 것은 상당 부분 한계가 있다.
일본의 아베 정부도 경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엔저만 유도시키는 것이 아니라 20조 엔의 일본판 뉴딜 정책을 강구해 일본의 경기부양이 투 트랙으로 가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정되려는 움직임이 있다. 이는 수출업체들이 가장 반겨야 한다. 또 일본의 자민당 정부 입장에서는 정경유착에 의해 경기가 살아나는 입장이므로 반대를 하고 있다. 엔달러환율이 엔저 정책에 의해 100엔 정도 돌파할 것이라는 시각들은 상당 부분 시정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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