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기관이 내다보는 올해 거시경제여건은 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기업실적도 위기 후 반영되지 못했던 부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주가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투자은행(IB)들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도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순식간에 상황을 돌변시킬 변수)가 많아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가장 먼저 드는 의문은 위기가 발생한지 5년이 되는 해에 나타나는 `애프터 쇼크(after shock)`다. 이 용어를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2006년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당시 위더머 형제와 신디 스피처가 공동 출간한 서적에서 ‘미국 경제는 부동산, 주식, 민간부채, 소비지출, 달러, 정부 부채 등 6개의 버블기둥으로 불안하게 떠받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가운데 부동산, 주식, 민간부채, 소비지출에 낀 버블기둥은 리먼 브러더스 사태를 계기로 붕괴됐고 달러 강세도 많이 누그러졌다. 이제 남아있는 기둥은 정부 부채에 낀 버블이다. 현재 미국 경기는 정부가 푼 돈에 의해 떠받치고 있지만 올해에는 위기 이후 또 다른 충격인 ‘애프터 쇼크’가 찾아오면서 이마져도 붕괴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올해 증시 전망과 관련해서는 ‘골디락스(Goldilocks)’ 국면에 대한 기대도 많다. 경제나 증시에서 ‘골디락스’라는 것은 더 이상 좋아질 수 없는 이상적인 국면을 말한다. 연초부터 아직까지는 완전하지 않지만 재정절벽에 대한 우려가 누그러지면서 후끈 달아오르는 미국 주가가 이 같은 기대를 뒷받침해 주고 있다.
‘애프터 쇼크’와 ‘골디락스’. 이 상반된 운명 가운데 어느 방향을 갈 것인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세계 증시의 지속가능 과제인 ‘3대 구조변화(triple paradigm shift)가 어디까지 와있는가를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올해는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를 맞고 중국, 한국 등에서 새로운 정부가 태어나는 만큼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유동성 문제에 있어서 올해는 정책요인에 의한 추가 공급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황에서 주가가 계속 상승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퇴장됐던 통화가 시중으로 방출돼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구조변화가 있어야 가능하다. 국별로 정도차가 있지만 세계 전체적으로 보면 통화승수와 통화유동속도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 때문에 위험자산 투자에 선두에 섰던 스마트 머니에 이어 일반 투자자들의 참여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월가의 주식수요기반 대중화 정도를 보면 일반 투자자들이 직간접 투자를 통한 주식투자 비중이 금융위기 이전의 70%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이 수준만 지나면 비관론이 급격히 사라지는 것이 증시의 관행이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구조변화인 지금까지 국가에 의해 주도돼온 경기가 민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특정국 경기가 민간 자발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용과 설비투자가 늘어야 하나 그 중에서 고용이 중요하다. 총수요 항목별 소득기여도에서 선진국은 70% 정도를 소비가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미국 등 각국의 부가가치가 증강현실 산업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정도로 고용이 늘어나기에는 한계가 있다. 증강현실 산업은 수확체감의 법칙보다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돼 오히려 ‘고용 없는 성장(jobless recovery)’이 더 심화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오바마 정부의 경기대책이 집권 2기를 맞아 어떻게 변화되는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출범 초 오바마 정부는 1980년대초 레이건 행정부가 추진했던 ‘레이건노믹스’를 벤치 마크했다. 하지만 이전 정부의 소비 지향적 성장전략이 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판단 하에 수출주도형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사태가 발생한 상황에서는 소비의존도가 가계의 지출여력 감소 등에 기인해 낮아질 수밖에 없어 과도기에서는 수출이 어느 정도 받쳐줄 필요가 있었다. 대외적으로도 당면한 쌍둥이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수출주도를 통해 경상수지적자를 줄이는 것이 우선적인 정책수순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수출주도정책이 아무리 공감대가 형성된다 하더라도 중국, 한국 등 그동안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추진해온 아시아 수출국들이 수용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아시아 국가들이 종전의 성장전략인 수출 지향적 정책을 고집할 경우 미국의 수출주도정책과 맞물려 통상마찰과 환율전쟁이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중국 등 민간소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신흥국들은 금융위기를 계기로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내수확대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어 미국의 수출주도정책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대표적으로 중국은 내수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기 위해 소득격차 축소, 사회보장 확충, 서비스산업 비중 확대 등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 진흥책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히자 2011년 9월부터 오바마 정부는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 창출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특히 리쇼오링 정책이 주목된다. 리쇼오링이란 아웃소싱의 반대 개념으로 해외에 나가있는 미국기업들을 각종 세계 혜택과 규제완화 등을 통해 불러들이는 정책을 말한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BCG)과 공급망 관리 전문가인 데이비드 심치레비 메사추세츠 공대(MIT) 교수가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각각 37%, 33%가 `미국 유턴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 2기를 맞아 유턴 기업에 대한 각종 지원을 더 강화할 방침을 감안한다면 앞으로 리쇼오링은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출범 이후 오바마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한 3단계 경기부양책으로 미국경제가 위기 이후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던 ‘트라이펙터(trifecta)’ 현상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나라 경제에서 트라이펙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경기선행과 동행, 후행지표가 동시에 부진하다는 것을 의미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는 2009년 2분기를 저점으로 회복국면에 진입하긴 했으나 경기선행과 동행, 후행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서로 엇갈래 경기회복에 확신을 갖지 못하게 했다. 아직까지 월별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경기선행과 동행, 후행지수가 동시에 고개를 들면서 갈수록 개선되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경제 앞날과 관련해 트라이펙터 국면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커다란 의미가 크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미국경제를 보는 시각은 ‘누들 볼 효과(noodle bowl effect)’라 불리울 만큼 크게 흐트러졌었다. 낙관론에는 `소프트 패치`와 `라지 패치`, 비관론에는 `더블 딥`과 `퍼펙트 스톱`, 물가와 관련해 `스테그플레이션`과 `슬럼플레이션` 등 수없이 많았다.
하지만 트라이펙터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이런 다양한 시각들이 이제는 가닥이 잡힌다는 의미다. 지난해 3분기 성장률이 3.1%로 2분기 1.4%에 비해 크게 상향 조정됐다. 지속 가능한 경기회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미국 국민들의 순자산도 지난해 3분기에는 64조 7700억달러로 위기 직전인 2007년 이후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를 맞아 리쇼오링 정책으로 고용이 늘어나 임금소득이 늘어나면 지금 증시에서 학수고대하는 지속 가능한 경기회복이 가능해 진다는 의미다. 다른 한편으로는 성장에 대한 재정수입 탄력도가 ‘1’보다 훨씬 큰 누진적인 조세구조를 갖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정부 부채 등과 같은 ‘애프터 쇼크’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정도차가 있지만 다른 국가들도 미국처럼 고용창출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경기대책이나 통화정책이 바뀌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IB)들이 올해는 ‘애프터 쇼크’에 따라 주가가 폭락하기보다는 최소한 ‘미니 골디락스’에 상승하는 국면이 도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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