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오후 6시 20분경 대전 서구 용문동 대전여성장애인협회 이사인 최모 씨(38·여)가 자신의 다가구주택 응접실에서 성홍용 씨(61·사진)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졌다. 뇌병변 1급인 최 씨는 휠체어에 탄 채 집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숨어서 기다리던 성 씨가 휘두른 흉기에 가슴 등을 수십 차례 찔렸다. 성 씨는 범행 후 미리 대기해놓은 택시를 타고 도주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2000년 성 씨가 운영하는 무인가 장애인보호시설에 거주하다가 성폭행당한 뒤 이곳을 빠져나와 2003년 성 씨를 고소했다. 성 씨는 2005년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성 씨가 알코올성 치매환자 이모 씨를 때려 숨지게 한 사실이 최 씨의 증언으로 드러나면서 형량이 7년으로 늘어 2010년 말 출소했다.
경찰은 성 씨가 자신을 고소하고 상해 치사사건을 발설한 최 씨에게 원한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최 씨는 올해 9월 6일 성 씨가 집으로 찾아와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자 다음 날 대전 서부경찰서 내동지구대에 두 차례나 찾아가 신고했다. 최 씨는 성 씨가 우편물을 훔쳐가는 등 행패를 계속하자 다시 대전 둔산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같은 달 13일 성 씨에 대해 협박 및 절도 등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지만 검거하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당시 상담 경찰관이 신변보호를 제안했지만 최 씨가 ‘거주지를 바꿀 예정’이라며 거절해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용의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 등 행적이 모호해 신변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 발생 나흘 만인 8일 대전지역 장애인단체 등이 대전경찰청 앞에서 항의집회를 하자 성 씨를 공개수배했다. 구미경 대전여성장애인연합회 회장은 “경찰이 두 번 신고를 받았을 때 용의자를 잡았더라면 이 같은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