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워드’로 본 오바마 집권 2기의 미국경제와 증시정책 전망
오바마 정부가 집권 2기에 들어선다. 하지만 미국과 세계경제 앞날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사태와 유럽위기를 거치면서 이전보다 영향력이 커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로 긍(肯·긍정)과 ‘부(否·부정)’, ‘부(浮·부상)’와 ‘침(沈·침체)’이 겹치면서 앞날을 내다보기가 좀처럼 힘들어 졌다. 역설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이럴 때일수록 키워드로 본 경제 예측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 세계경제 키워드 : ‘불확실성’과 ‘위기 상시화’
1990년대 이후 세계경기는 사이클이 사라졌다든가, 있더라도 그 폭이 줄어들었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정도로 장기호황을 경험했다. 하지만 미국, 유럽에서 잇달은 위기를 거치면서 그 어느 쪽도 옳은 결론이 아님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오히려 금융을 중심으로 네트워킹이 한층 진전되는 경제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커졌고 심리적인 요인이 얼마나 큰 지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또 과거의 경기순환은 주로 인플레와 관련돼 발생했다. 종전 경기순환이론대로 한 나라 경기가 호황을 지속해 인플레가 문제가 되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대신 경기는 하강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하지만 90년대 이후 경기순환은 침체가 북유럽 위기(1990년대초), 아시아 외환위기(1997년), 일본의 장기침체(1990년대 이후) 등 국지적으로 발생했을 뿐 이번 위기처럼 전 세계적인 침체로 이어진 적은 없다.
이번 경기침체는 금융불안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종전과 같으나 △세계적으로 동반 침체가 진행됐다는 점 △금융불안에서 실물경제 침체로 전이속도가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빨랐다는 점 △경기 하강폭이 짧은 순간에 대공황때와 버금갈 정도로 컸다는 점 △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진다는 진행형 등이 종전과 다른 점이다. 그런 만큼 유럽위기가 실물경기로 전이되면서 거세지는 경기논쟁이 2012년 이후 회복국면으로 재진입하는 ‘소프트 패치’냐 아니면 ‘더블 딥’에 빠질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런 사태가 또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지, 만약 그렇다면 예측의 정확성을 위해 무엇을 유념해야 할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 세계질서와 경제학계 키워드 : ‘뉴 노멀’과 ‘행동경제학’
정확한 미래예측이 전제가 돼야 하는 사회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더 그렇다. 이런 추세는 미래를 대비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경제주체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 속에서의 기업과 금융사의 위치파악과 지향할 미래상에 대한 방향설정은 나침판과도 같은 존재다. 유럽위기로 몸살을 알고 있는 세계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것이 바뀐다”.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4년째를 맞으면서 세계인들에게 대부분 예측기관들이 역설하는 주문이다. 2차 대전 이후 경제활동을 주도해 왔던 글로벌스탠더드와 전혀 다른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잇달은 위기를 거치면서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인 뉴 노멀은 종전의 글로벌스탠더드와 글로벌 거버넌스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금융위기는 2차 대전 이후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했던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했다. 이제 금융위기 이전에 통용됐던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와 글로벌스탠더드의 이행 강제력은 땅에 떨어졌다. 뉴 노멀 시대에는 세계경제 최고단위부터 바뀌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국제규범과 국제기구를 주도해 왔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 7개국(G7)에서 중국이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른 주요 20개국(G20)으로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골드만삭스 등은 2019년이면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제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추세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각국의 이익이 보다 강조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추세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신(新)보호주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기구의 회의론과 함께 신역할론도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11월에 열렸던 G20서울회담을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쿼터 재조정이 이뤄졌다. 국제기구간의 연계 움직임도 빠르게 이행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미 WTO와 IMF 간의 연계움직임이 시작됐다. 갈수록 무역과 금융 등 경제 각 분야가 ‘이분법 경제’에서 ‘불가불 연계경제’로 바뀌는 상황에서 국제기구가 본래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도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세계산업 키워드 : ‘알파 라이징’과 ‘BOP 비즈니스’
오바마 집권 2기에서도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역시 산업분야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를 맞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혹은 고부가 제품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요구가 증대된 반면 후발기업들은 창의?혁신?개혁?융합?통합?글로벌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급여건이 정착되고 있다. 수요면에서는 트렌드의 신속한 변화에 따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이들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을 무료 컨텐츠 제공 등을 통해 줄여나가는 이율배반적인 소비행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각 분야에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추세를 감안하면 이런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쇼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한 인간 중심의 커넥션은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종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나눔, 기부 등 이른바 ‘착한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되고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기업과 계층에 대해 가치와 평가를 부여하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벌써부터 천재성 제품으로 구성되는 ‘알파 라이징 업종’과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BOP 비즈니스’가 2010년대를 상징하는 유망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많은 분야에 걸쳐 변화를 몰고 오는 ‘뉴 노멀’이 새로운 글로벌스탠더드로 정착되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뉴 노멀에 대한 실망감과 금융위기 이전의 글로벌스탠더드에 대한 향수까지 겹치면서 ‘규범의 혼돈(chaos of norm)’ 시대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유럽위기가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되지 못할 경우 더 큰 위기를 낳는다는 ‘나선형 복합위기’가 2013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거론될 것으로 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위기 상시체제에 접어든 뉴 노멀 시대를 맞아 모든 경제주체들은 기대와 희망만으로 갖기에는 편치 않아 보인다. 특히 기업들이 그렇다.
▶ 국제금융시장 키워드 : ‘脫유로화’과 ‘캐리자금’
그 중의 하나가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인식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늘어나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다.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하다 보면 장기채 금리는 오를 수밖에 없어 공공지출 증가를 민간지출 감소로 상쇄되는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발생해 경기회복 속도를 끌어 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각국의 정책기조 변화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 특히 2013년에도 주요 국가에서 많은 선거가 예정돼 있다. 특히 국가 최고통수권자를 뽑는 선거가 집중돼 있다. 갈수록 선거가 정치적으로 포퓰리즘이 심화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복지비 지출 등 국민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정책이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중심통화 논의도 유로화 약세와 관련해서 주목해야 한다. 벌써부터 중국 등이 주도가 돼 원유결제 등에 있어서 늘어가던 유로화를 버리고 새로운 통화를 사용하는 ‘탈(脫)유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유로화 위상이 갈수록 떨어질 경우 금융위기로 한때 흔들렸던 미국 달러와 국채의 위상이 높아져 자금이 몰릴 수밖에 없다.
국제간 자금흐름에 있어서는 각종 캐리자금의 움직임도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예의 주시해야 한다. 2013년에도 엔과 유로캐리자금은 자국 밖으로 이탈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유럽위기가 심화되고 일본이 IMF 경고대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엔과 유로캐리지금은 회귀되고 이 과정에서 환율, 주가를 비롯해 가격변수의 변동폭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기업경영 키워드 : ‘융 · 통합’과 ‘투 트랙 전략’
2013년을 겨냥한 글로벌 선도기업들의 경영전략에서 나타나는 화두는 융·복합이다. 유·무선 통합에 이어 통신과 금융, 자동차와 신소재 등 이종산업간 새로운 결합이 더욱 확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하나의 지주회사가 모든 것을 통제해 나가는 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하나의 화두는 M&A(인수·합병)다. 특히 금융권에서도 M&A를 통한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유럽위기로 부실 금융사가 정리될 경우 금융권 전반의 이합집산이 이뤄질 것으로 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사 뿐만 아니라 중견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 시장에서도 M&A가 활발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4년 이상 지속됨에 따라 자금사정 등에 있어서 기업 혹은 금융사 간 차별화가 확실하게 나면서 M&A 시장에 매물이 많이 출회된다. 이때 시장에 진입비용을 다 치른 기업들을 인수하느냐가 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느냐에 관건이 되기 때문에 자금사정이 좋은 기업들은 출회된 기업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트랜드에 맞춘 경영전략과 함께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본 모습을 찾기 이전까지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간의 선순환이냐 악순환 관계냐에 따라 불확실성 시대가 지속될 점에도 대비해 나갈 계획이다. 이 때문에 경제주체들은 시장지배력 강화 등 성장기반을 마련하면서도 경제의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위험) 관리에 힘을 쏟는 ‘투 트랙(양면)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도 차는 있지만 위기 이후 세계경제가 본 모습을 찾은 이후에도 심리요인과 네트워킹 효과는 커질 것으로 보여 불확실성에 대비한 전략은 상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경제주체들인 앞으로 경기와 주가는 ‘대침체기와 대호황기’를 한순간에 언제든지 바뀔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자를 하면서도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시계 확보 뒤 계획추진’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성장률과 같은 거시지표는 개선되지만 채산성 지표는 크게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여건하에서는 기업인과 투자자들은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이제부터는 위기론에 얽매어 경기와 주가를 비관적으로만 보는 시각은 개선돼야 한다. 위기에 대한 인식은 계속해서 갖고 있되 새로운 트렌드를 감안한 경영과 투자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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