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가 정치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경제민주화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등 경제성장 과정에서 생긴 부작용을 외면할 수는 없지만 시장경제 원칙의 예외로서 규제와 조정을 늘리는 문제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경제민주화가 국가 권력의 시장 개입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서는 안된다는 의미입니다.
손 회장은 또 “복수노조와 타임오프제도는 이미 현장에서 잘 정착되고 있어 노동법 재개정 요구는 타당하지 않은 주장”이라며 노동계에 불고 있는 경제민주화 바람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대한상의가 전경련과 경총을 대신해 이처럼 민감한 현안에 대해 경제계의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16일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실을 찾은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도 침묵하고 있는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을 대신해 경제민주화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동근 부회장은 박지원 원내대표에게 "경제민주화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치게 기업때리기를 하는 것으로 업계에 비쳐지면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대기업 총수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경련이나 경총과는 달리 대한상의는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의 이익을 고루 대변하는 단체인 만큼, 눈치를 보지 않고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앞으로는 대한상의가 전경련을 대신해 경제계의 맡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리저리 눈치보느라 제대로 된 비판조차 못하는 전경련을 꼬집는 말입니다.
일주일 뒤 같은 제주에서 열리는 전경련 하계 포럼에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제대로 약할을 못하고 있는 것은 전경련 뿐만이 아닙니다.
경총은 지난 17일 국내 30대 기업 인사노무담당 임원들을 소집해 긴급 임원회의를 열었습니다.
노동계가 국회 환노위 소속 야당의원들과 수시로 정책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노조법과 비정규직법 개정을 강력히 촉구하며 재계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총은 그러나 어느 때보다 노동계와 가까워진 정치권의 눈치를 보느라 성명서 한 장 채택하지 못하고 회의를 마무리하고 말았습니다.
앞으로 이 문제와 관련해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자는 하나마나한 결론을 냈을 뿐입니다.
경제계가 대한상의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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