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정상회담에서 유럽안정화기구(ESM)가 역내 은행들에게 구제금융을 지원하기로 합의하고 금융시장이 발빠르게 반응했지만 전문가들은 여전히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번 합의가 필요한 수준에 한참 못미친다면서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어설픈 합의에 시장이 망상에 빠져 환호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ESM이 민간채권에 우선한다면서 어떻게 은행 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ESM 대출이 채권과 동등하게 다뤄질 수 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유로존 차원의 예금 보험 장치를 만들고 은행 지급불능 체제를 구성하는 내용은 빠졌다고 지적했다. 루비니 교수는 예금 보험이 가능하더라도 유로존 탈퇴 때 통화가치 절하 위험에 따른 뱅크런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짐 로저스 로저스 홀딩스 회장도 "정상회담 합의에도 불구하고 유로존의 가장 큰 과제인 대규모 부채감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합의 소식에 시장이 안도랠리를 펼쳤지만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로버트 페스톤 BBC 경제 전문기자도 이번 합의가 구체적인 부분에서 현저하게 미진하며 완전한 은행 연합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가 구제기금의 순위를 먼저 고려하지 않도록 했지만 그리스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ESM과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이 민간 채권단에 우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씨티그룹은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이번 합의에도 EU 정상회의가 금융위기에 대한 구체적이고 포괄적인 해법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면서 결국 연말께 혼란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탈리아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을 1.6%로 낮추는데 실패할 것이며 스페인은 연내에 조건부로 전면적인 구제금융을 요청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