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에너지, 바이오 등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동부그룹이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동부화재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들이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어, 신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전망입니다. 박병연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동부그룹 계열사 중 가장 먼저 자금 확보에 나선 곳은 동부건설입니다.
이 회사는 유상증자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을 통해 모두 15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부제철과 동부CNI 역시 각각 1400억원, 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입니다.
자금조달 목적은 다음 달부터 상환일이 돌아오는 차입금을 갚기 위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들 회사가 모두 적자 회사라는 점입니다. 수익 창출력이 떨어지다 보니 돈을 빌려 빚을 갚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동부제철은 지난해 2253억원의 적자를 냈고, 동부건설과 동부CNI 역시 각각 1713억원, 4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동부그룹은 최근 에너지와 바이오 등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284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동부화재를 제외하고는 그룹내에 ‘캐시카우’ 역할을 할 계열사가 없다는 점은 큰 부담입니다.
동부그룹 산하 56개 계열사 중 지난해 100억원 이상 이익을 낸 곳은 동부화재와 동부생명(211억원), 동부증권(398억원), 동부메탈(105억원) 등 4곳 뿐입니다. 가까스로 적자를 면한 곳도 절반이 채 안됩니다.
김준기 회장이 10년간 공을 들여온 반도체 사업 역시 최근 성과가 나기 시작했지만 그룹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지난해 930억원의 적자를 낸 동부하이텍은 2조원에 달했던 차입금을 6천억원 수준으로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동부하이텍의 주력 사업인 반도체 파운드리 사업은 성장성에 한계가 있어 눈에 띠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김 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발전사업도 초기 투자비용이 만만치 않아 대부분의 자금을 금융권에서 조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동부그룹은 강원도 삼척에 앞으로 10년간 14조원을 투자해 복합에너지단지를 건설하는 한편 충남 당진에도 2조원 규모의 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동부그룹은 특히 당진 발전소 투자금의 77%를 금융권에서 조달키로 해, 자금조달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부그룹은 부채규모가 다른 그룹에 비해 월등히 큰 만큼,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게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동부그룹의 자산규모(공정자산 기준)는 지난해 말 현재 15조6840억원이며 부채총액은 31조4710억원에 이릅니다.
자산 규모가 비슷한 신세계(17조5320억원)의 경우 부채총액이 8조4030억원에 불과하고, 자산 규모가 훨씬 큰 CJ(22조9220억원)도 부채가 11조1490억원 밖에 안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부그룹의 재무구조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도체에 이어 에너지, 바이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동부그룹.
계열사 실적 악화와 부실한 재무 구조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WOW-TV NEWS 박병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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