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투자의 아침 2부 -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앵커 > 주말의 가장 큰 이슈다. 유로존 전반적인 전망을 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마침내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기로 합의했다. 그 내용부터 정리해보고 넘어가자.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스페인의 구제금융에 대해 호재와 악재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와 혼란스럽다. 사실상 구제금융을 받은 것은 안 좋은 일이다. 그러나 스페인이 워낙 긴박하게 돌아가기 때문에 특히 은행권의 문제이기 때문에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슈퍼 선데이에 스펙시트 문제가 많이 봉착되어 있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지난 월초 블랙 먼데이가 있어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졌었다. 그리고 스페인의 국채발행 등의 문제가 상당히 지연된 상태에서 6월 17일 그리스의 제2차 총선을 앞두고 상황이 상당히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워낙 이전 국가들이 굉장히 긴축을 강조했기 때문에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사실상 의미가 없다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가 지난 주말 극적으로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1000억 유로 정도로 받을 것이다. 이것이 증시에서 호재냐, 악재냐를 많이 따지는데 단기적으로 보면 구제금융을 받는 것은 유럽이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앵커 >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은 것은 유로존 국가 가운데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 이어 네 번째다. 그런데 면면을 살펴보면 이전과는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데.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왜 이렇게 스페인이 다른 국가와 다른지 알아야 한다. 구제금융에는 IMF 자금이 포함되지 않았다. 과거 1997년 한국이 IMF 자금을 받을 때는 강력하게 개혁과 긴축을 요구했었다. 이전까지 봐왔던 그리스나 포르투갈, 아일랜드는 IMF 자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강력하게 개혁이나 긴축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부작용에 많이 노출됐고 또 다른 혼란이 야기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IMF 자금이 포함되지 않고 순수하게 유럽계 자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이 재정안정기금을 통해 할지 유럽안정기금으로 할지 결정되지 않았지만 이런 것을 통해 자금이 되기 때문에 사실 조건 없는 자금지원이다. 그리고 자금에 조건이 없다 보니 유동성 확충문제만 해야 된다는 용도상 제한이 바로 올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은행도 국채 등에 부채상환이나 포괄적인 자금을 사용하는 것보다 은행 부분에 자금의 부족 문제만 해결하는데 사용하도록 하기 때문에 그 자금규모가 IMF처럼 300억으로 가능할까. 부채라는 것이 예비적 채무가 있고 가시적 채무가 있는데 어느 것까지 포함시키느냐에 따라 최대 100억 유로가 나오는 것이다. 부채는 지금 부채가 아니더라도 묵시적 채무가 있고 지금 현재 가시적인 채무가 있다. 어디까지 잡느냐에 따라 최대 100억 유로까지 나온다.
앵커 > IMF의 자금이 없고 순수 유럽재정안정기금으로 지원되는 구제금융이다. 스페인의 구제금융을 두고 조건이 없다고 할 정도로 파격적인 대우를 해 주는 것이다. 이렇게 스페인에 특혜를 주는 이유가 있는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스페인은 유로랜드 4위의 경제권을 가지고 있는 독특한 지위를 가지고 있다. 이번 구제금융은 사실 받는 사람이 안달이 나야 하는데 구제금융을 주는 사람들이 안달이 났다는 것이다. 이것을 잘 파악해야 한다. 왜 조건이 없고 용도가 질적으로 제한되어 있을까를 세밀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지금 상태에서 스페인의 유로랜드 내 위상을 볼 때 만약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뱅크런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면 사실상 유로존의 붕괴가 불가피하고 유로존을 유지할 때 독일과 프랑스 같은 경제여건이 좋은 국가들이 특혜를 받는다. 그래서 만약 스페인이 유로존에서 이탈될 경우 가장 최대 피해자가 독일이 된다. 그래서 독일이 스페인의 구제금융을 받는 것에 부정적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받으라고 권고한 것이다.
그리스나 이전 국가의 구제금융을 받는 정도에서 수동적 지위냐, 우월적 지위냐를 잘 봐야 한다. 스페인의 경우 우월적 지위에서 구제금융을 받았다. 이런 것이 향후 시장에 어떤 평가를 미칠지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
앵커 > 조건 없는 스페인의 구제금융을 두고 종전에 받았던 국가들인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에서 상당한 반발이 일 것 같다. 벌써부터 차별대우라는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결국 유럽통합의 앞길과 관련해 스페인의 구제금융과 이전 국가의 구제금융은 다른 입장을 보인다. 스페인은 유로랜드 4위 국가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러한 스페인의 조건 없는 구제금융을 계기로 배드 애플스와 굿 애플스 간 스페인을 포함한 투 트랙 방식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둔 상태에서 구제금융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규모가 큰 국가, 경제여건이 좋은 국가의 경우 통합을 위해 계속 가고 나머지 국가들은 차제에 유로존에 잔존시키거나 독자적인 운영권을 주어 탈락시키는 방식을 염두에 둔 구제금융 방식이다.
과거 20세기 초 이후 동일한 상황에서 차별적 대우를 했을 때 이러한 의도가 많이 작용해 구제금융을 주는 것이 과거의 관례였다. 조금 더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유럽통합과 관련해서도 투 트랙 방식이 가시화되기 위해 이제는 구제금융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도 차별적인 요소가 가미되고 있는 것이다.
앵커 > 스페인에 지급한 구제금융의 사용용도는 부실권 은행을 구제하는데에만 쓸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새로운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유럽권 은행연합을 위한 전초작업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구제금융을 볼 때는 용도 제한 없이 포괄적으로 주는 구제금융이 있고 용도를 제한하는 선별적, 질적 구제금융이 있다. 이런 것을 매스컴에서 잘 따져봐야 하는데 이것을 구별하는 매스컴이 별로 없다.
보통 IMF 등에서 자금을 줄 때는 포괄적이라면 위기를 당한 국가들의 경우 본인 자신들이 어디에 자금을 쓸 것인가는 당사국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자금을 주더라도 용도상 제한은 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용도를 은행의 자본확충만 제안했다. 유럽통합에서 투 트랙 방식과 함께 지난주부터 새로운 이슈가 되고 있는 은행연합에서 뱅크런 도미노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사 자본의 부족문제 한도에서 사용하라고 했다.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조치도 은행연합과 맥을 같이 하는 시각이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은 은행연합으로 가기 위한 선제조치의 성격이 있다. 결국 은행연합은 이번에 구제금융을 독일이 주도해서 했지만 사실상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왜냐하면 재정통합의 전초기지로 은행연합 성격과 비슷하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유동성 문제가 생기면 독일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문제에 있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본다.
그래서 구제금융을 주더라도 단순히 6월 17일이 다가오기 때문에 긴박하게 줬다고 보기보다 스페인의 우월적 지위로 인해 받는 것이다. 그리고 차별적 요소가 가미되고 용도가 제한된다면 지금 유럽위기의 새로운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통합의 투 트랙 방식, 은행연합 문제와 결부되어 조치가 나온 것이다.
앵커 > 주말 동안 이 소식을 접한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번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이 어느 정도 답답했던 글로벌 증시에 숨통을 트여주는 하나의 요소가 되지 않을까의 기대감이 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받지 않겠다는 각도에서 증시에 혼란을 초래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숨통이 트일 수 있는 요인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어떤 국가든 구제금융을 받는 그 자체는 잘못된 것이다. 유동성 문제 때문에 스페인이 국채발행에 성공한 것도 그런 측면이다.
결국 부정적 요소와 긍적적 요소를 같이 가지고 있는 이번의 구제금융이 실질적으로 유럽의 뱅크런 도미노 현상 등에 긍정적인 요소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다. 유동성을 긴급으로 주는 것은 시장에 신뢰를 주는 것과 큰 관계는 없다. 단순한 캠플 주사의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스페인이 어떤 입장을 보일 것이냐, 또 구제금융을 줬던 기관들이 어떤 입장을 보일 것이냐 여부가 더 관건이다. 분명히 구제금융을 받는 것은 잘못됐다.
또 한 가지는 스페인이 우월적 지위에서 구제금융을 받았기 때문에 이번에 구제금융을 주고 나면 또 다른 도덕적 해이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탈리아 등에서 조건 없이 줬을 때는 어떤 국가든 위기 발생 상황이 있을 때는 그 돈을 가지고 당장 조건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의 문제를 풀어가기 위해 그 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런 각도에서 또 다른 도덕적 해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부 국가들이 계속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선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부정적 요소도 만만치 않다.
앵커 > 올해 초 우리나라가 많이 상승했다가 지금까지 많이 빠진 것은 외국인의 매도가 한몫을 했다. 그중에서도 유럽계 자금 이탈이 심각했다. 스페인의 이번 조치로 인해 유럽계 자금 이탈현상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개인적으로 줄어들기를 바라고 있다. 사실 스페인이 한국에 투자한 자금은 그렇게 많지 않다. 그래서 스페인의 구제금융으로 인해 유럽계 자금 이탈이 생길 여지는 상당히 적다.
그러나 스페인의 이번 구제금융으로 인해 다른 한국에 투자한 유럽계 자금들의 원천이 되는 은행사의 자금 도미노 현상, 뱅크런 도미노 현상이 줄어들 경우 한국에서 유럽계 자금의 이탈 소지를 줄일 수 있다.
역시 이 문제도 유럽위기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상태는 아니기 때문에 너무 낙관적 상태에서 이것을 바라보는 것은 좋지 않다. 구제금융이란 것은 그때그때 유동성을 풀어가는 문제이기 때문에 아주 근본적 문제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재정통합을 완성한다거나 유로가치로 인해 경제발전단계를 조정하는 문제 등 근본적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이 자금이 소외되면 또 다시 문제가 일어나는 것이 반복될 수 있다.
구제금융은 단순히 호재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 예방주사의 성격이기 때문에 내부적 문제점에 대한 개혁의지가 없으면 오히려 더 독이 딜 수 있다. 또 과거 위기국에서는 항상 그런 선례를 남겼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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