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모닝 투자의 아침 2부- 한상춘의 지금 세계는
앵커 > 최근 들어 미국의 실업률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욕조 현상과 비이커 현상이 실업률과 관련된 경기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어떤 현상을 의미하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미국경기가 회복세를 보인다고 해도 고용문제 해결은 여전히 미약하다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 때문에 미국의 고용사정이 썩 개선되지 않는다는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고용시장 특히 실업률 개선 폭은 의외로 강하다.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1.7%다. 왜 1.7%냐 하면 오늘 미국의 4분기 성장률 확정치가 발표되었다. 그것이 3%대로 나와 지난해 성장률이 1.7%로 최종 확정됐다.
그렇지만 실업률은 9.4%에서 8.5%로 급락했다. 성장률 1%대에서 실업률이 1% 포인트 정도 급락한 것은 고용시장이 상당히 크게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1분기 성장률은 아직 발표되지 않고 있지만 4월 말 정도 발표될 것이다. 대체로 1분기 성장률은 4분기 성장률이 3%로 높게 나왔기 때문에 통계상 기저효과(베이스 이펙트)로 인해 1.5% 내외로 오르지 않겠느냐는 골드만삭스의 추정치에 반해 실업률은 8.2에서 8.3%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지난 해와 올해 예상되는 1분기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간 관계를 보면 경기는 회복세가 완만하나 실업률의 개선 폭은 의외로 강하다. 그래서 선입견과 달리 고용시장의 개선 폭은 의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는 것이 최근 미 경제상황이다.
어제, 오늘 미국 증시에서 화두가 되었던 내용이다. 오늘 미국증시를 전체적으로 보면 그리스의 우려로 혼조세를 보었다. 하지만 사실 장중의 흐름을 보면 다우지수가 급락하다가 장 막판에 상승해서 결국 전일 대비 플러스로 나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중 흐름이 상당히 중요하다.
그런 관점에서 왜 이렇게 미국의 주가가 왔다 갔다 했느냐면 사실 이 논쟁 때문이다. 어제 오늘에 걸쳐 계속해서 화두가 되는 실업률 통계를 보면 실업률이 급락하고 있지만 뉴욕 연방은행의 시한과 패터슨이 블로그를 통해 발표한 것을 보면 내년 중반에는 6%대, 2014년 말은 5%대로 미국의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버냉키 의장의 시점이다. 그러면 사실 위기 이전의 5%대에 거의 근접한다는 이야기다. 성장률은 높을까? 성장률은 2%에서 3%대로 잠재성장을 밑도는 성장세로 간다.
성장은 완만한데 왜 실업률은 빨리 개선되는지의 관점에서 시한과 패터슨은 이것을 The bathtub model 내지는 The bathtub theory, 욕조 이론으로 봤다. 또 한가지는 Boiled frog theory라는 개구리 이론이 증시에서 많이 나온다. 그와 비유해서 버냉키 의장이 주장한 비이커 이론이 있다. 이 두 이론 간 논쟁이 있다. 어느 쪽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미국증시의 흐름이 좌우되고 오늘도 잠정흐름이 그리스의 우려로 장초에 작용했지만 마지막에 주가가 많이 올라간 것은 버냉키의 비이커 이론이 작용해서 사실상 주가가 장 후반에 많이 올라갔다고 보면 된다.
앵커 > 경제용어 공부를 하자. 욕조 이론과 비이커 이론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시한과 패터슨이 주장한 욕조 이론이 있다. 욕조에 물에 채워지는 것을 생각해보자. 물이 채워지는 초기단계에서 배출구는 취업자이고 물을 붓는 것은 실업자다. 초기단계에는 고용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기업의 이윤이 커졌더라도 이것이 일시적인지 지속적인지 판단하고 고용을 증가시켜야 한다. 단순히 고용을 증가시키는 것은 고용임금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우는 4대 보험까지 포함하고 사무실이나 간접경비를 포함하면 한 사람을 고용함으로써 엄청난 비용을 초래한다. 단순히 임금만 준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거기에 4대 보험, 간접경비, 사무실 등 필요 비용을 모으면 사실 임금의 3, 4배 해당되는 간접경비가 있기 때문에 한 사람 고용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러다 보니까 배출구에 해당되는 취업자는 쉽게 개선되지 않는다. 구멍이 꽉 막혀있는 상태라서 초기 단계에는 실업률이 많이 증가하기 때문에 욕조에 물을 넣는 것에 비해 계속해서 빨리 찬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실업률이 5%대에서 갑작스럽게 10%에 근접하는 모습을 지금까지 보였다.
그러나 배출구가 빠져서 후반으로 갈수록 취업자의 수가 증가하는 반면 경기가 회복되면 회복될수록 실업자 수는 늘어나지 않는다. 그러면 물을 넣는 실업자 수는 증가하지 않는 반면 취업자가 증가하니까 욕조의 배출구가 빠진다. 배출구가 빠지면 물의 압력에 의해 초기 단계에는 배출구의 물이 빨리 빠진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9.4%에서 8.5%, 8.4%까지 실업률이 아주 급락한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바로 욕조 이론에다.
반면 버냉키 의장은 지금의 실업률을 개선하는 것이 비이커에 물이 절반 차 있는데 이것은 보기에 따라 다르다. 어떤 사람은 비이커에 물이 절반 있으면 벌써 비이커에 물이 반이 찼다고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똑 같은 상황에서도 나머지 비이커의 반을 보며 아직도 비이커에 찰 게 많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시각이냐에 따라 미국의 경기부양책과 고용사정에 대한 현 진단이 다르다. 이것이 월가에서 욕조 이론과 비이커 이론이 아주 논란이 되고 증시, 경기부양 모습이 좌우된다.
앵커 > 경기가 회복되는 것과 실업률이 하락하는 것은 같은 맥락이지만 속도의 문제가 있다. 경기는 완만하게 회복되는데 실업률이 급락한다면 전통적인 실업률과 경기의 관계가 깨지는 것이 아닌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성장률과 실업률과의 관계에는 오쿤의 법칙이 있다. 오쿤의 법칙은 경제적 상식이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성장률이 올라가면 실업률은 당연히 떨어진다. 이런 성장률과 실업률의 역관계를 보통 전통적인 오쿤 법칙이라고 한다. 필립스 커브 등 여러 가지가 이론적 배경이다.
미국의 경우 실업률이 1% 내려가면 경제성장률이 3%이상 증가된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지난해 성장률이 1%대인데도 불구하고 고용사정은 1%포인트 이상 대폭 개선되고 내년의 경우 성장률이 2%에서 3%인데도 불구하고 실업률은 6%대, 5%대로 대폭 개선되니까 전통적인 성장률과 실업률의 오쿤 룰이 깨진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경기가 회복되면 고용이 창출되지 않는다는 고용 없는 성장, Jobless recovery도 깨진다는 이야기다. 전통적인 실업률과 경제성장률의 관계도 깨지고 선입견은 Jobless recovery로 깨지니까 이것이 얼마나 큰 논란이 되겠는가. 그래서 이것이 지금 미국경제 내부에서는 굉장히 화두가 되고 있다.
앵커 > 현 시점에서 고용시장의 이 같은 논쟁이 증시입장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한국경제신문 한상춘 > 상당히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역시 버냉키 의장이 지금 비이커에 절반이 찼을 때 벌써 절반이 차 있느냐는 시각에 있어서는 그동안 돈이 많이 풀뎌야 인플레 기대심리가 폭발할 수 있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사실상 금리를 인상해야 된다는 결론이 있을 수 있고 그 다음 버냉키 의장의 견해처럼 물이 절반 정도 찼지만 앞으로 차야 될 부분도 50%가 남았다고 보면 지금까지 이루었던 경기부양기조를 계속해서 유지해야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버냉키 의장은 지금 고용시장이 개선되는 것도 일시적이고 아직도 가야 될 부분이 50% 정도 남았다.
그러면 지금까지 경기부양 기조를 인플레 기대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미리 꺾는 것보다는 종전에 유지한 경기부양 기조를 계속해서 나가야 되지 않느냐는 차원에서 버냉키 의장이 계속해서 주장하는 것처럼 2014년 말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하고 인플레 없는 양적완화 정책을 도출해서 경기부양 기조를 계속하고 나머지 50% 남아있는 고용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까지 지금의 경기부양 기조도 계속해서 가겠다는 입장이다.
오늘 뉴욕증시도 이런 논란 속에 경기부양을 계속해서 가져가겠다는 버냉키 의장의 입장이 재확인됐고 오바마 정부 입장에서도 경기부양 기조를 계속해서 가져가겠다는 입장이 확인되다 보니 이 논란 속에 금리가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기대 속에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올라간 것에 대해 금리인상에 대한 가능성을 제기하면 조정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이 불안감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확실하게 정책당국에서 입장을 보여주니까 그리스 문제가 다시 불거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장 막판에 희석되면서 주가가 가장 빨리 올라가는 배경이 되고 있다.
지금의 미국 경기상황은 `그린슛`과 `골든골` 관계를 많이 이야기한다. 지금은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금융위기라는 엄동설한이었다. 이것은 위기가 발생하지 않을 미국이라는 국가에서 위기가 1세기 만에 찾아왔기 때문에 1930년대 대공황에 비유되는 엄동설한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그동안 얼음의 두께가 커졌으니까 정상적인 정책으로는 안 된다. 그것을 깨기 위해서는 비상대책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 금리를 크게 내리고 발권량을 동원해서 하늘에서 돈을 뿌리는 해머에 해당되는 정책을 가지고 얼음을 깨왔다.
그래서 지금 경기는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고용문제를 보면 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이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는 골든골 단계이다. 지금은 골든골 단계가 아니라 경기가 엄동설한에서 회복되고 있는 그린슛 단계다. 그린슛 단계에서 너무 많은 비상대책을 추진하다 보니 곁가지는 자랄 수 밖에 없다. 인플레 기대심리나 경기가 완전히 회복되기 전에 고용문제가 급락하는 착시현상이 있다.
이런 착시현상을 착각해서 금리를 올릴 경우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느냐면 곁가지만 자르는 것이 아니라 본대를 자른다. 본대를 자르면 파랗게 자란 그린슛이 노랗게 질려 다시 경기가 급락하는 `옐로우 위즈` 현상이 발생한다. 이런 착시현상이나 각종 수수께끼 현상을 잘 진단해야 한다. 경기고용지수가 완전히 개선되어 국민들의 경제고통지수가 위기이전으로 개선되는 모습이 가을에 풍성한 열매를 맺게 하는 것이 골든골 단계다. 이때까지는 본대가 잘 자랄 수 있게 계속해서 경기부양기조를 유지해야 된다는 것이 버냉키 이론이고 또 최근 미국의 주가가 조정국면에도 불구하고 올라간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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