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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한 유동성 공급의 치명적인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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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중앙은행(ECB)이 발표한 장기자금공급조작(LTRO)의 치명적인 오류

유럽 중앙은행(ECB)는 지난 8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장기자금공급조작(이하 LTRO)정책을 발표했다.

LTRO는 `Long Term Refinancing Operation`을 의미하며 무제한의 유동성을 3년 만기로 연장해서 공급하겠다는 ECB의 야심찬 계획이었다.

은행이 제공해야하는 담보물도 A-까지 인정하기로 한 파격적인 계획이 우리 시간으로 수요일 저녁 첫 입찰을 개시했다.

모두 523개 은행에서 4890억 유로가 신청되었는데 이는 시장에서 예상했던 2930억 유로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었고 이로서 ECB는 실질적인 양적완화가 개시되었다고 평가되는 분위기였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이렇게 방출된 자금은 그 나라의 국채 매입에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고 이로 인해 국채 시장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을 환호하게 했다. 특히, 지난 화요일 저녁 스페인의 국채 입찰에서는 3개월 물 기준 국채 수익률의 발행금리가 한 달 전 5%대에서 1%대로 하락하는 등 커다란 변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안도랠리는 고작 하루 짜리에 불과했다.

도무지 유럽 쪽에서 나오는 해법이라는 것이 이틀을 가기 힘들다.

입찰이 개시되고 자금이 급속도로 풀려나가자 가장 먼저 EBA, 즉 유로금융감독청에서 딴지를 걸기 시작했다. ECB의 대출자금이 국채 매입에 쓰여질 경우 또 다른 부실을 낳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

EBA의 발표 직후 이탈리아의 은행협회 지오반니 사바티니 회장은 즉각 이탈리아의 은행은 ECB로부터 받은 자금으로 이탈리아의 국채매입을 강화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하루 전 급락하던 이탈리아의 국채 수익률은 단숨에 다시 30BP 이상 오르면서 ECB의 유동성 공급은 하루짜리 호재로 전락해버렸다.

이론적으로 생각한다면 드라기 총재의 말대로 은행들은 가만히 앉아서 1%로 조달한 금리로 5~6%대의 국채에 투자해서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실제로 각 나라의 국채 단기금리는 큰 폭으로 하락하며 스티프닝 현상(단기금리가 빠르게 낮아지는 현상)을 보였었다.

하지만 ECB의 조치마저도 뼛속까지 깊어진 불신을 제거하지는 못했다.

만약 불신이 없었더라면 ECB가 처음 발표했던 8일 이후 주가는 올랐어야 했다.

하지만 은행주를 비롯해서 주가는 계속 하락을 했고 이탈리아의 국채수익률도 10년물을 기준으로는 여전히 6% 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독일의 반대가 원인이겠지만 ECB가 직접 국채를 매입하는 것을 꺼리고 은행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이 자금으로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고 선언했던 것은 자신이 부실해지는 것을 피하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즉, 만약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ECB 대신해서 다칠 은행들을 앞세우겠다는 전략이었다.

장수가 몸을 사리는데 세상에 어느 병졸들이 과연 목숨을 내 놓고 싸울 수 있을까?

<글. 박문환 동양종금증권 강남프라임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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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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