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뮤지컬의 불문율처럼 따라다니는 흥행공식은 `유쾌한 스토리`다. 600만 명의 관객을 끌어당긴 인정받은 시나리오 파워로 무거움 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는 ‘미녀는 괴로워’가 3년 만에 무대에서 펼쳐지고 있다.
영화 `미녀는 괴로워`의 오프닝에서 무대 뒤에 숨어 립싱크 가수의 노래를 대신 열창해 주는 한나(뮤지컬 속 한별)와 세련된 면모로 공연 프로듀싱을 하는 한상준의 모습 그대로 이번 작품의 막이 오른다. 이렇듯 시작부터 러닝타임 내내 배우들의 연기는 새로운 재미보다 영화의 스토리를 상기시키는 효과가 강하다. 그러나 주연들의 실망 없는 명연기, 신선한 캐릭터의 등장과 앙상블의 신명나는 댄스로 극의 흡입력은 유지된다.
무거운 팔다리를 한강다리 난간에 걸치지 못해 자살을 포기했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체격의 한별(바다)은 외모 때문에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립싱크 가수 아미(이영은)에 목소리만 제공한다. 동시에 한별은 아미의 음반 제작을 맡은 따뜻한 성격의 한상준 PD(오만석)를 짝사랑한다. 그러나 한별은 상준의 속마음을 듣고 좌절하고, 변태성 폰팅알바로 인연을 맺은 성형외과 의사 이공학(임형준)을 찾아가 절세미녀 제니로 변신한다.
이어 제니가 된 한별은 상준의 회사 오디션에 합격해 가수로 데뷔한다. 한별은 예뻐진 외모로 상준과 사랑까지 나누게 되고 톱스타 대열에까지 오르지만 마음 한 편은 늘 불안하고 쓸쓸하다. 이때 한별의 과거가 밝혀지고 자신의 단독 콘서트장에서 그는 관객들을 향해 자신을 털어 놓는다.
이렇듯 영화의 스토리 라인을 고스란히 무대로 옮긴 이번 뮤지컬에서 유일하게 신선함으로 똘똘 뭉친 캐릭터는 성형외과 의사 이공학(임형준)이다. 각종 장르를 섭렵하며 강한 개성을 표출해 온 임형준은 속 시원한 가창력과 발군의 춤 실력으로 느끼하고 음흉하면서도 정엔 약한 이 캐릭터를 실감나게 소화한다. 이공학과 함께 등장하는 간호사들 역시 ‘영화 곱씹기’에 지친 관객들을 위해 엽기 댄스도 불사하며 막이 내릴 때까지 관객들과 유쾌한 소통을 즐긴다.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의 초연 주연이었던 바다 역시 원조 ‘한별’답게 더욱 깊어진 가창력과 무대 장악력으로 관객들을 감탄케 한다. 자신을 뮤지컬 배우 선상에 제대로 올려 준 작품이자 각종 수상경험을 쌓게 해 준 ‘미녀는 괴로워’의 원년 멤버답게 그가 연기하는 한별은 잠시나마 영화 속 한나(김아중)의 매력과의 비교를 거부하며 작품의 존재감을 확립시킨다. 특히 더욱 풍부해진 바다의 성량으로 활기를 띤 ‘마리아’, ‘뷰티풀 걸’에서 관객들의 흥분은 극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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