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7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유럽 위기가 노동비용과 물가 문제를 넘어 문화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린스펀은 북유럽 국가들은 역사적으로 높은 예금 금리와 낮은 물가, 그리고 즉각적인 소비보다는 장기 투자를 강조하는 문화를 유지했지만 그리스와 포르투갈 등 남유럽 국가들은 2003년 이후 마이너스 예금금리와 과도한 소비를 이어갔다고 지적했다.
즉, 흥청망청한 남부의 소비문화와 북부의 검약 문화가 유럽 남부와 북부의 상황을 확연히 갈라놓았다는 설명이다.
현재 남유럽국가 국채의 경우 독일 국채와 금리 차이인 신용 스프레드가 3.7%포인트(이탈리아)에서 19.6%포인트(그리스)에 달한다.
반면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핀란드, 프랑스 등 북부 국가들의 국채 스프레드는 독일 국채 대비 0.4%포인트에서 0.8%포인트에 불과하다.
그린스펀은 유로화 출범 이후 남과 북의 문화적 차이가 더욱 심화했다고 주장한다.
1999년 1월 유로화 도입 이후 올해 1분기까지 북유럽으로부터 남유럽으로 재화와 용역이 끊임없이 순이동했으며, 이는 북유럽이 사실상 남유럽의 소비를 보조금으로 지원해준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또 유로존 출범 후 남유럽이 북유럽의 신용도에 기대 싼값으로 자금조달을 할 수 있었던 것도 남유럽 소비문화에 힘을 보탰다.
실제로 1999년 이전에 남유럽의 자금 조달 비용은 북부보다 훨씬 비쌌다. 그러나 유로화 도입 기대로 그리스의 드라크마 표시 10년물 국채 금리는 3년간 4.5% 이상 하락했고, 포르투갈의 에스쿠도 채권 수익률은 3.75%포인트 이상, 이탈리아의 리라 채권 수익률은 5% 이상 각각 하락했다.
이처럼 남유럽 국가들은 신용도가 높은 국가들에 의지해 자금 조달 비용이 낮아지자 소비를 늘렸고, 독일 소비 대비 남유럽 국가들의 소비 비율도 크게 올라갔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