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새 아파트에 입주하려는데 하자가 많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입주예정자라면 응당 하자보수를 요구하거나, 심할 경우 계약해지를 원할텐데요.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시공사와 입주예정자간 마찰을 빚고 있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팀 권영훈기자와 살펴보겠습니다.
<앵커>
입주한 지 4개월만에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아파트도 있다고 하는데요. 사실인가요?
<기자>
본 기자도 처음 제보를 받고 의문이 생겼지만, 실제상황이 맞습니다. 직접 해당 아파트 단지를 찾아가봤습니다.
<기자 브릿지>
"일산 덕이지구 하이파크시티 아파트 단지입니다. 지난 3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입주율이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주율이 저조한 배경으로 시장침체가 가장 큰 이유지만, 이 단지만의 특별한 속사정이 있습니다.
하이파크시티 신동아 파밀리에는 드림리츠가 시행을, 신동아건설이 시공을 맡은 곳입니다.
지난 2008년 중대형 평형으로만 구성해 3.3㎡당 평균 분양가가 1,500만원선으로 분양당시 고분양가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인터뷰 - 하이파크시티 단지내 중개업소 대표>
"여기는 고분양가여서 시세가 밑돌고 있는 게 사실이고요. 여기 사람들이 아비규환이 될 수 밖에 없죠. (시행사는) 미분양을 싸게 팔거고"
신동아건설이 분양당시 내놓은 광고를 보면 유럽풍 테마 빌리지, 영어 아카데미 등 일산의 `명품아파트`로 짓겠다는 겁니다.
그런데 입주예정자들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오히려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입주예정자들은 지난해 신동아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시행사와의 갈등으로 공사가 10개월 넘게 중단된 이후 지난 3월 입주시기를 맞추기 위해 공사를 무리하게 강행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폭설이 내린 겨울철에 공사가 이뤄지면서 외벽 대리석이 떨어지거나 세대 내부의 균열, 지하주차장 누수 등이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입주예정자 가운데 절반이 입주거부는 물론 계약해지 소송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터뷰 - 전홍배 / 하이파크시티 신동아파밀리에 계약자>
"사람이 제대로 살 수 있는 아파트. 모델하우스 분양당시 내부 인테리어는 상관없이 튼튼하게 지어달라고 했지만 시공사측은 개의치 않고 부실공사로 일관돼 왔기 때문에. 이 아파트는 절대 들어가서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다시는 보고싶지 않은 아파트입니다"
신동아건설은 부실공사를 부정하며 소송에 나선 입주예정자들이 누군지를 거듭 설명했습니다.
<인터뷰 - 신동아건설 본사 관계자>
"일부는 투기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더러 있다. 다 확인했는데 몇 세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시세가 분양가보다 많이 떨어지니까 계약을 해지해 달라. 그런 세력들이 카페를 만들고 계약해지 소송도 5~6건 내놓고 있고"
현재 입주예정자들의 계약해지 소송은 9월 20일 4차 변론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처럼 입주거부 세대와 시공사간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입주세대 중 심각한 하자가 드러났습니다.
폭우가 내린 지난 7월말. 한 최고층 세대에선 천정에서 빗물이 뚝뚝 떨어져 양동이로 물을 퍼내기도 했습니다.
<앵커>
입주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겠는데요. 시공사에서 보수공사가 이뤄졌나요?
<기자>
시공사는 해당 입주자가 하자보수 민원을 넣은 지 2주가 지나 실태파악에 나섰고, 실제 보수공사가 이뤄질 지도 의문스러운 상황입니다.
왜냐하면 시공사측의 반응 때문입니다.
취재진은 보수공사 여부를 묻기 위해 현장사무소에 연락했지만 현장소장은 이미 휴직한 상황입니다.
<인터뷰 - 하이파크시티 신동아건설 현장소장>
"회사 자금사정이 안좋아서 그렇습니다. 입주가 안되고, 시행사에서 돈을 안줘서. 우리가 워크아웃 기업 아닙니까. 구조조정차원에서 일이 없으니까 당분간 현장을 못나가는 사람들은 휴직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본사 시공담당자는 "어느 현장에나 있는 일로 보수공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입니다.
<인터뷰 - 하이파크시티 2단지 시공담당자>
"(기자 질문) 입주한 지 2~3개월도 안돼 빗물이 샌다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요? (답변) 입주한 집도 공사때 발견하지 못한 곳도 한두군데씩 나옵니다. 어디 현장가도 다 똑같습니다. 옥상층이라"
새 아파트의 중대하자에도 불구하고 시공사측은 당당한 모습입니다.
<앵커>
하이파크시티와 마찬가지로 수도권 아파트 가운데 시공사와 계약자간 분쟁을 겪는 곳이 많다죠?
<기자>
네. 맞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인천 청라와 영종 등 인천경제자유구역내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입니다.
영종하늘도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 LH가 시행을, 8개 건설사가 시공을 맡고 있습니다.
<기자 브릿지>
"내년 하반기 입주를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영종하늘도시입니다. 각종 개발계획이 무산되면서 분양계약자들의 소송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영종지구는 밀라노디자인시티, 영종브로드웨이, 용유.무의 관광단지 등 굵직한 개발사업이 추진됐지만 경기 침체로 사실상 중단된 모습입니다.
입주 예정자들은 과거 분양 당시 각종 개발호재를 믿고 계약했지만 현재 사업연기나 취소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겁니다.
<인터뷰 - 정기윤 / 영종하늘도시 입주예정자연합회 회장>
"아파트를 분양받았을 당시 총 7개의 개발계획이 수립돼 그걸 보고 분양 받았는데 입주가 1년도 채 안남았는데 현재 미단시티를 제외하고 나머지 6개는 취소 또는 무기한 연기가 됐고. 허위.과장 광고로 인한 사기분양으로 계약해지 소송 및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중. 법무법인 선정을 마쳤고 9월초 소장을 내고 소송을 진행할 계획"
<앵커>
그렇다면 시행.시공사를 상대로 계약해지가 가능한가요?
<기자>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일반 상품처럼 환불이 쉽지 않습니다.
아파트 계약시 건설사의 지급보증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는데 건설사 동의 없이는 계약해지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건설사가 한 채당 수억원에 이르는 아파트 계약을 바로 해지할 리 없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 조명선 / 변호사>
"대법원 판례는 청약의 유인으로 보고 있다. 계약서상 경전철이 들어온다거나 상가가 들어온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명시해 놓지 않은 이상 청약의 유인에 해당되기 때문에 그 부분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해서 법적 책임을 묻기가 어렵습니다. 다시 말씀드리면 분양계약을 해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결국 수분양자의 몫이란 얘긴데요.
전문가들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분양에 임해야 하고, 중대사안은 특약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나아가 분양 때와 다른 아파트의 폐해를 막기 위해 후분양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하지만, 건설사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선분양을 고수하는 만큼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건설사의 책임있는 시공과 계약자를 배려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앵커>
권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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