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파생상품인 주식워런트(ELW) 시장이 기형적으로 성장했음에도 감독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금융감독원이 ELW 발행 분담금 형태로 올해에만 약 100억원을 챙길 것으로 보여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긴 꼴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ELW 시장의 과열 양상이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금감원이 ''시장친화적인 감독''으로 일관한 것도 이러한 왜곡된 수익구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ELW 발행액이 82조2천187억원으로 2009년 대비 111% 늘어나면서 금감원이 금융회사에서 ELW를 발행할 때 받은 발행분담금 수입은 74억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1분기 ELW 발행액이 26조4천807억원으로 작년 동기와 비교해 90% 이상 급증한 것을 고려하면 금감원이 거둬들일 발행분담금 수입은 이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피감독기관에서 감독수수료를 받는 것과 마찬가지로 금융회사들이 유가증권 발행신고를 할 때 발행가액 대비 일정 비율의 분담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법규 때문이다.
ELW 발행분담금은 발행가액 총액의 0.009%다. 다른 파생상품인 주가연계증권(ELS)의 발행분담금 요율 0.005%보다 훨씬 높고, 만기에 따라 채무증권의 요율이 0.005~0.009%로 차별화되는 것과 달리 일률적으로 수수료를 걷고 있다.
ELW 시장이 단기에 급성장한데다 주식ㆍ채권 발행시장의 호황이 이어지면서 금감원이 해마다 챙기는 전체 발행분담금 규모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발행분담금이란 금융회사 등이 주식ㆍ채권ㆍELW 등 유가증권을 발행할 때 금감원에 신고ㆍ등록하는 과정에서 내야 하는 일종의 수수료다.
2006년 298억원에 불과했던 전체 분담금은 2007년 373억원, 2008년 475억원, 2009년 723억원 등으로 불어났다.
감독분담금이 2006년 1천765억원, 2007년 1천771억원, 2008년 1천725억원, 2009년 1천596억원 등으로 점차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금감원은 이렇게 거둬들인 수수료 수입을 인건비나 복리성 경비 등 자체 예산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ELW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금감원이 거액의 분담금을 챙길 동안에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개인들의 손실 규모는 2009년 한 해에만 5천186억원에 달했다.
ELW 시장의 투기적 양상에 대해 금감원이 뒷짐을 지는 사이 ELW 시장은 세계 2위 규모로 급성장했지만, 질적인 면에서는 후진적인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최근 사제폭탄 사건도 기형적으로 성장한 파생상품시장의 어두운 면을 바로 보여주는 사례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ELW 시장의 급성장으로 금융회사에서 막대한 수익을 챙기고 있는데, 과연 진정으로 소비자 편에 설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진정한 감독을 위해서는 ELW 시장과의 공생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연구원 남길남 파생상품실장은 "금감원이 운영 예산을 시장에서 조달하게 되면 이해 상충의 문제가 발생한다. 감독기구가 미국처럼 국가 기관으로 되면 정부 예산을 사용하기 때문에 분담금 요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비영리 기구로서 이러한 수익 구조가 시장 감시ㆍ감독 기능과 충돌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 운용 예산에서 발행분담금 비중은 23% 정도로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몫이 크지 않다. 또한, 금융회사에서 징수한 감독분담금과 발행분담금을 집행하고 남으면 납부 비율대로 모두 반환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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