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수지 검사 자주 받는 것이 좋아
항문을 통해 직장에 인지를 넣어 진찰하는 직장수지검사는 직장암을 발견할 수 있는 손쉬운 검사법이다. 의대생 시절, 실습 시간에 두 사람이 짝을 지어 서로 직장수지검사를 한 적이 있다. 검사자나 피검사자나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든 의사가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검사라고, 교수님께서는 누차 강조를 하셨지만, 서로 부끄럽고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었다. 직장수지검사를 하는 의사는 절대로 되지 않겠다고. 하지만 그로부터 30여 년이 흐른 지금, 필자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직장수지검사를 한다. 바로, 대장항문외과 의사가 되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직장이 대장과는 별개의 다른 장기라고 생각하는데, 서울, 대전, 광주, 부산이 대한민국의 일부이듯, 직장은 항문과 연결되는 대장의 마지막 한 부위를 가리킨다. 이 부위를 확인하는 직장수지검사가 여전히 효과적이고 유용한 진찰법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그 위상은 과거만 못하다. 대장 질환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직장 하나만 따로 떼어 이야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졌기 때문이며,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직장을 포함한 대장 전체를 손쉽고 정확하게 검사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기 때문이다.
대장에는 각종 대장염과 게실, 과민성장증후군 등 여러 질환이 생길 수 있지만, 생명을 위협하는 가장 심각한 대장질환은 역시 대장암이다. 대장암은 근래에 들어 한국인에게도 매우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의 암발생률 추이를 살펴보면 위암, 폐암, 간암 등은 미세하나마 감소하고 있는데 반해, 대장암은 같은 기간 동안 무려 50.4%나 증가했다. 그 결과,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네 번째로 기록되던 대장암이, 2005년 통계에서는 위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한 암으로 확인된다. 이 기세라면 오래지 않아 위암도 가볍게 제칠 가능성이 많다. 어떤 암이든 이토록 무섭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매우 나쁜 소식이다. 그러나 진실을 정확히 알게 되면, 다른 암에 비해 대장암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이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며, 희소식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대장암은 100% 가까이 예방할 수 있는 병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희소식의 구체적인 내용을 하나씩 알아가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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