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서 운석 발견 후 운석탐사 열풍…가치 부풀려져
2014년 3월 9일 전국에서 유성이 떨어지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제보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수백 건 쏟아졌다.
다음날 진주 대곡면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운석이 발견됐고, 이어 같은 달 17일까지 진주지역 일원에서 무려 4개의 낙하 운석이 발견됐다.
국내에서 낙하지점이 확인된 운석은 일제강점기인 1943년 전남 고흥군에서 발견된 두원 운석 이후 두 번째여서 학계에 큰 이슈를 몰고 왔다.
게다가 바로 한 달 전 러시아 소치 올림픽 때 운석으로 만든 금메달 가격이 1g당 236만원으로 순금의 40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더해졌다.
진주지역은 주말마다 외지에서 온 운석 탐사객들로 몸살을 앓았고, 급기야 운석만 전문적으로 찾아다니는 국제적인 '운석 사냥꾼'(Meteorite Hunter)까지 출몰했다.
진주 운석이 국외로 반출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운석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기로 하고 지질자원연구원에 운석신고 업무를 담당하도록 했다.
지질연 운석신고센터가 2014년 9월 공식적으로 업무를 시작한 이후 지난 5월 말까지 자신이 발견한 것이 운석이라며 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한 건수는 1천441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암석을 들고 센터로 직접 방문한 건수가 512건이었으며, 인터넷 등온라인에 사진을 올린 건수가 929건이었다.
하루 평균 2.3건씩 운석의 진위를 묻는 의뢰가 접수된 셈이다.
하지만 이 가운데 진짜 운석으로 판명 난 것은 7건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국내에서 발견된 운석은 없었고, 아르헨티나와 오만, 사하라, 모로코등지에서 개인적으로 수집 차원이나 연구 목적으로 구입해 들여온 것들이다.
실제 2014년 3월 18일 전북 고창에서 운석을 무더기로 발견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당시 소유주는 떨어지는 불기둥을 봤다고 주장했지만 운석이 떨어질 때는 불길이 사그라지고, 또 낙하지점인 경남 진주와의 물리적 거리도 꽤 멀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운석일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봤다.
최종 성분 분석 결과, 운석이 아닌 것으로 판명났다.
이처럼 운석 의뢰 문의가 쇄도한 것은 운석의 가치가 '하늘의 로또'에 견줄 정도로 부풀려졌기 때문이다.
진주 운석은 지구상에 발견된 운석의 85%를 차지하는 '오디너리 콘드라이트(ordinary chondrite)'로 분류된다.
운석의 가격은 희소성에 따라 정해지는데 오디너리 콘드라이트는 엔스타타이트(enstatite)나 카보나타이트(carbonatite) 운석보다 흔한 운석이다.
오디너리 콘드라이트도 금속 함량에 따라 'H-그룹(High)', 'L-그룹(Low)', 'LL-그룹(Low Low)'으로 나뉘는데, 진주 운석은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콘드라이트 H'에속한다. 국제시세는 1g당 5∼10달러 정도로 거래된다.
하지만 당시 일부에서는 비슷한 시기 러시아에서 떨어진 운석과 비교해 1개 가격으로 200억원대까지 거론하기도 했다.
센터는 진주 운석 4개(34.82㎏ 상당)를 1g당 1만원씩, 모두 3억5천만원에 사들이겠다고 소유자들에게 제안했지만, 소유자들은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렬 센터장은 "전국적으로 운석 탐사 붐이 일면서 진주 운석의 가치가 상당부분 부풀려졌다"면서 "국내에서 두원 운석 이후 낙하지점이 확인된 두 번째 운석이라는 측면에서 학술적으로 연구 가치는 있지만, 운석으로서는 흔하다 보니 국제시세는 그다지 높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적인 부분에서 서로 기대치가 어긋나 매입이 어려웠다"면서 "지금은거래는 하지 않고 각자 개인적으로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운석은 공기나 물에 접촉할 경우 변성될 우려가 있어 진공 포장을 해야 하는 등관리가 까다롭다.
이승렬 센터장은 "보관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긴 했지만, 전문기관에서 보관하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센터에서 운석을매입하게 되면 전시·교육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jyoung@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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